미오 아사히 초대전 《ENCHANTMENT》, 달빛 아래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
일본 동판화가 미오 아사히(Mio ASAHI)의 초대전 《ENCHANTMENT–Crafting a world of magic through art》가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에 위치한 와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4일까지 이어지며, 동판화와 아크릴 회화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오 아사히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신화 속 생명체와 강인한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2026년 신작을 비롯해 작가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오 아사히는 일상의 질서와 물리적 법칙에서 벗어난 상상의 장면을 구축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작은 생명체가 거대한 새와 물고기를 타고 하늘을 가로지르고, 신부는 푸른 달 아래에서 결혼 여행을 떠난다. 여행자들은 버스를 기다리듯 태연하게 달로 향하는 배를 기다린다.
각각의 장면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오래전 읽었던 동화나 꿈속에서 한 번쯤 마주한 풍경처럼 낯설면서도 친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관람객은 하나의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문장으로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책의 한 페이지를 발견하듯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동판 위에 새겨진 신화와 생명
이번 전시에서는 2026년 제작된 동판화 작품들이 중심적으로 소개된다.


출품작 가운데 ‘Master of the monster bird II(化鳥遣い II)’와 ‘Master of pteosaur(翼竜遣い)’는 거대한 날개를 지닌 상상의 생명체와 이를 이끄는 인물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인간과 동물, 신화적 존재의 관계는 지배와 복종의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생명력을 교환하며 함께 이동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표현된다.

‘Sea Firefly(海螢)’에서는 바다와 하늘, 물고기와 새의 경계가 해체된다. 검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유기적인 선과 반복되는 문양은 깊은 바닷속에서 발광하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며, 작품 속 인물은 거대한 물고기 위에서 물결과 빛의 흐름을 따라간다.

‘The Wind Dragon II(風の竜 II)’는 용과 새, 인간이 뒤엉킨 역동적인 구성을 통해 바람의 움직임을 시각화한다. 화면을 회전하듯 휘감는 날개와 꼬리, 구름과 물결의 문양은 정지된 이미지 안에 강한 운동감을 형성한다.

‘Woman knitting the wind(風を編むもの)’에서는 바람을 눈에 보이는 실처럼 다루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자연현상을 손으로 엮고 다루는 여성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주체로 나타난다.


이와 함께 ‘Gift for you I·II(君への贈り物 I·II)’, ‘Silver moon and blue roof town(銀の月と青い屋根の街)’ 등은 작은 화면 안에 새와 물고기, 나무, 꽃, 달빛, 마을의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작품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각각 하나의 독립된 우주이자 서사를 품는다.
흑백의 화면을 깨우는 색채와 장식
미오 아사히의 작업은 동판화 특유의 정교한 선과 깊이 있는 흑백 표현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흑백으로 인쇄된 화면 위에 손으로 색을 더해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청록색과 붉은색, 주황색과 푸른색 등 제한적으로 사용된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물과 생명체의 감정, 에너지와 움직임을 드러내는 중요한 조형요소다. 일부 작품에는 금속 포일이나 큐빅과 같은 재료가 더해져 달빛과 별빛, 신화적 존재의 눈동자에 현실을 넘어서는 반짝임을 부여한다.
화면 가장자리를 두르는 장식적 테두리 역시 눈길을 끈다. 반복되는 기하학적 무늬와 식물문양, 상징을 알 수 없는 문자와 기호들은 작품을 고대의 지도나 미지의 문명에서 전해진 기록물처럼 보이게 한다.
완벽하게 직선으로 마감되지 않은 판화의 가장자리 또한 작품의 일부다. 종이 위에서 희미하게 사라지는 윤곽은 이미지가 인쇄된 것이라기보다 작가의 내면에서 서서히 현실로 떠오른 장면처럼 느껴지게 한다.
강인한 여성들이 이끄는 자유로운 세계
미오 아사히의 작품에서 여성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여성들은 거대한 새와 용, 물고기를 타고 하늘과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자연의 힘을 다루거나 신화적 존재들과 교감한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구원받기를 기다리는 동화 속 인물이 아니다. 스스로 여행을 선택하고 길을 개척하며, 인간과 자연, 현실과 환상을 연결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작가는 여성 인물과 신화 속 생명체의 관계를 통해 여성적 에너지와 상상력이 지닌 창조적 힘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 세계는 현실의 위계나 규칙으로부터 벗어나 있으며, 인간과 동물, 식물과 자연현상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펼쳐진다.
이는 작가가 구축한 환상적인 세계인 동시에 미오 아사히의 내면을 반영한 정신적 자화상으로도 읽힌다.
오사카의 감성과 서양 판화기법의 만남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미오 아사히는 교토 리츠메이칸대학교에서 회화와 판화를 공부했다. 그는 일본의 전통적인 장식성과 설화적 상상력에 서양의 동판화 기법을 결합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해 왔다.
세밀하게 반복되는 선과 문양에서는 일본 판화와 공예의 미감을 발견할 수 있으며, 에칭을 통해 형성된 깊은 명암과 질감에서는 서양 인쇄예술의 전통이 드러난다.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는 작품 속에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신화적 세계로 자연스럽게 융합된다.
미오 아사히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개인전과 국제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미국 시애틀 데이비슨 갤러리, 홍콩 ODD ONE OUT, 서울 아트플라자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상하이 HIAF, 멜버른 아트북페어, 싱가포르 아트북페어, LA 아트북페어, 서울아트쇼,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아시아호텔아트페어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와스갤러리 원지현 대표는 “그림과 동판화를 통해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는 미오 아사히의 매혹적인 작품세계를 다시 한번 직접 소개하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새롭게 제작된 작품들도 함께 준비된 만큼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작가의 마법 같은 세계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미오 아사히의 작품에서 달은 밤을 밝히는 천체를 넘어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 된다. 새와 물고기, 용과 여성들은 그 문을 통과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잠시 현실의 질서를 내려놓고, 상상력이 하나의 생명과 세계를 만들어내는 순간을 만나는 자리다.

전시 개요
- 전시명: 미오 아사히 초대전 《ENCHANTMENT–Crafting a world of magic through art》
- 작가: 미오 아사히(Mio ASAHI)
- 기간: 2026년 7월 10일~8월 24일
- 장소: 와스갤러리
-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양재천로 189, 2층
-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
- 장르: 동판화, 아크릴 회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