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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고산문학상 대상, 신용목·최양숙 시인 수상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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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고산문학인문학콘서트 및 고산문학 시상식, 해남 땅끝에서 열린 시의 축제

신용목·최양숙 시인,  시와 시조의 경계를 확장하다

 

10월 17일 16시, 전남 해남 고산유적지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제25회 고산인문학콘서트 및 고산문학상 시상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조선시대의 대시인 윤선도의 시혼(詩魂)을 계승하고자 마련된 이 행사는, 오늘날 한국문학의  ‘깊이의 미학’을 다시 사유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10월 17일 16시, 전남 해남 고산유적지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제25회 고산인문학콘서트 및 고산문학상 시상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사진 : 김강호 기자]

시 부문 대상은 신용목 시인, 시조 부문 대상은 최양숙 시인에게 돌아갔다. 또한 시 신인상은 이탁연 시인, 시조 신인상은 홍영숙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의 가능성을 확장한 신용목
 

시 부문 심사위원 손택수 시인은 “신용목 시인 덕분에 시가 지닌 가능성과 잠재성을 최대치로 실현하는 기쁨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목근」의 구절 “오늘 아침 핀 꽃이 내일 빛남 없음은 / 한 꽃으로 두 햇살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는 시적 존재가 빛의 중첩을 경계하며 ‘겸허한 생의 윤리’를 드러내는 예로 인용되었다. 이는 신용목 시가 추구하는 ‘내면의 격정 속 절제의 미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조의 경계를 넘나든 최양숙
 

시조 부문 심사위원 황치복 평론가는 “최양숙 시인은 시조의 정형을 낯설게 변주하며, 전통과 실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적 구축력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수상작품집의 표제시 「종소리에는 마디가 있다」는 ‘종소리’와 ‘마디’라는 시간적 리듬의 상징을 결합해 언어의 구조와 생의 호흡을 함께 울려낸다. 황 평론가는 “데페이즈망, 몽타주, 콜라주 등 아방가르드적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역설·아이러니·상징을 정교하게 엮어 시적 공간을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의 근원으로 돌아간 문학의 실험
 

이번 고산문학상은 ‘시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실험’이자, ‘형식 속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시학’의 장이었다. 윤선도의 후예로서 수상자들이 보여준 언어의 탐험은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새롭게 정의하며 한국시의 지평을 넓혔다. 해남의 가을 하늘 아래 울려 퍼진 시의 종소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예감케 했다.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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