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이승하의 "어머니의 은혜―승한 스님께"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66]
어머니의 은혜
―승한 스님께
이승하
이 세상의 수많은 여인이여
자식을 낳고 얼마 안 되어 죽은 수많은 어머니여
자식 낳으면서 서 말 서 되의 피를 흘린 내 어머니여
여덟 섬 너 말의 젖을 먹여 나를 키운 양어머니여
그대들의 은혜로 이 세상이 지탱된다
아기를 배어 수호해준 은혜
해산에 임하여 고통을 받은 은혜
자식을 낳고서 근심을 잊은 은혜
젖을 먹여 기른 은혜
쓴것은 삼키고 단것은 뱉어서 먹인 은혜
마른자리는 자식에게 돌리고 자신은 진자리에 눕는 은혜
온몸을 깨끗이 씻겨준 은혜
자식이 먼 길 떠나면 걱정해준 은혜
자식을 위해 나쁜 일도 마다않은 은혜
끝없이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는 은혜*
여인들이여 아이를 낳아보았다고?
그래서 그대는 늙으면 뼈가 텅 비는 것이다
허리가 구십 도로 꺾이는 것이다
여인들이여 아이를 키워보았다고?
남자의 뼈는 희고 고운데
너희의 뼈는 검고 가볍구나
그대들의 믿음으로 이 도량이 유지될 것이다
*어머니의 은혜를 설명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에서 가져옴.
―『불의 설법』(서정시학, 2014)

[해설]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과 어린이날이 같은 날
오늘 전국 각 사찰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가질 것이다. 오늘은 어린이날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다 맞는 시를 한참 찾았는데 찾아내지 못해 졸시집에서 한 편 골랐다. 이 시의 제2연은 창작한 것이 아니고 인용한 것이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어머니는 최소한 이 10가지의 고통을 겪으니 자식은 그 은혜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인데 『불설대보부모은중경』에서 가져온 것이다. 부모님 은혜의 높고 넓음을 알아야 하고 보답할 것을 가르치는 대승불교의 경전이다. 목판본과 언해본 여러 종이 전한다.
시의 화자를 싯다르타로 하였다. 그의 어머니 마하마야는 자식을 낳은 지 7일 만에 산고로 죽는다. 싯다르타는 이모인 마하프라자파티 부인을 양어머니로 해서 자라게 된다. 이모가 엄마가 된 이 기막힌 인연은 싯다르타가 생과 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싯다르타는 성주의 딸 야소다와 결혼해 라훌라라는 아들을 얻는다. 부인이 임신하여 열 달 동안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어머니가 고통을 겪어야만 태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연후에 그는 성문 밖에서 노인과 병자와 상주와 수행자를 차례로 보곤[四門遊觀] 생의 비애를 깨우치고자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고행길에 나서고, 훗날 득도하여 붓다가 된다. 마하마야의 임신과 출산과 사망, 자기 부인의 임신과 득남 이후 성 밖에 나가서 인생이 고행임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싯다르타는 자기를 낳고 7일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고통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시집의 시들을 쓰는 과정에서 승한 스님(속명 이진영.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이 쓴 『스님의 자녀 수업』의 도움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내 어머니의 열 가지 은혜를 헤아리지 못하였다. 내 어머니의 사후에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접하게 되었고, 어머니의 은혜를 뒤늦게 알게 되었기에 제2연에서 그것을 적어보았다. 부처님 오신 날, 나를 낳아준 어머니의 은혜를 생각해본다. 특히 아홉 번째, 자식을 위해 나쁜 일도 마다않은 은혜가 뼈에 사무친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