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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근린공원에서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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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근린공원에서 - 김영희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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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식적으로 발을 들어 앞으로 쭉 뻗는다. 기운 없던 다리가 걷다 보니 다리에 힘이 조금씩 들어간다.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 내는 모래 위를 걷는 내 발바닥은 첫눈을 밟을 때처럼 흥에 겹다. 

   
   내가 좋아하던 산에 갈 수 없어서 동네 공원에 가자고 나를 달랬다. 넘어져 다친 것은 아닌데 힘이 빠진 다리를 어떻게든 다시 잘 걸을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공원 입구에는 모래가 50미터 정도 길게 깔려있다. 비가 오면 한데 뭉쳤다가 날이 개면 다시 흩어진다. 모래는 언제든지 모였다가 흩어질 준비가  되어 있는 듯, 그러나 각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곳의 까치 소리가, 수돗가 작은 웅덩이 옆에 내려앉은 비둘기가, 유모차에 앉아 엄마 손에 의지하며 웃고 있는 아이가, 킥보드를 신나게 휭~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모두 편안해 보인다...... 

  

 공원은 그렇게 휑한 나의 마음을 말없이 받아주었다.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나무가, 바람 따라 흩날리는 꽃 향기가,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내 발길을 천천히 잡아 이끈다...... 

  

  코로나-19기간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 바쁜 중에 하루 짬을 내어 배우던 기타 수업도 문을 닫고 각자 하던 일이 모두 멈춰진 시기.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한 사람들과 또 아예 삶을 꺾은 사람도 많았다. 내 삶도 순식간에 놓쳐버린 고무줄처럼 튕겨서 바닥으로 떨어져 그 충격은 온몸에 각인되었다. 팽팽하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바쁘게 돌아가던 시계 바늘이 갑자기 풀려 느슨하게 풀어져 버린 삶을 주섬주섬 정리를 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매일 매달리던 일에서 해방되는 것이 그리 기쁘지 만은 않기도 하다. 

 

   집에 나를 그대로 가두어 둘 수 없었다. 내 마음이 내 몸을 자꾸 밖으로 이끌었다. 매일 어디든 가자고......  

 

    우리는 여행을 함으로써 삶의 치유를 받는다.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마음이 깊은 수렁에 빠졌을 때,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고 느낄 때, 자신을 다잡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먼 곳으로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공원을 걷든지 산에 오르든지 하여 잠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자신의 삶을 살피고 점검하는 것도 마음의 치유가 되리라. 

 

  집으로 가는 길.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간다. 전철역에서 내려 공원을 따라 집으로 가는 사람들은 어깨에 가방을 메고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간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어깨에 힘을 단단히 주고 걷는다. 

  

  행복을 어깨에, 손에 가득 메고 들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모두 누군가의 든든한 가족이다...... 

  

  사물들이 천천히 눈에 들어오고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기운 없던 다리에 조금씩 힘이 늘어난다. 

"가까운 공원을 걷든지 산에 오르든지 하여 잠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 자신의 삶을 살피고 점검하는 것도 마음의 치유가 되리라" _김영희  [이미지:류우강 기자] 

 [수필 읽기]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 살아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이 있다.  또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앞만 보고, 위만 쳐다보고, 뒤는 돌아보지 못하고 바쁘게 뛰어다녔다. 

 

   아침 출근 시간에 도로를 달리는 많은 자동차들과 버스나 전철을 타고 출 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버스나 전철을 타고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마음은 바쁘기만 하고,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서 가는 내내 몸은 바짝 끼여 옴짝달싹 못하기 일쑤이다. 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요즘도 출퇴근 풍경은 변함이 없다. 

    

  그동안 우리 모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산 결과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왔고, 가난을 이겨냈고, 꿈을 이루어나갔다. 

  

  나 때는 말이야 식으로 말하자면, 내가 젊었던 그때는 모든 것이 부족했기에 하나하나 장만하며 살아갔다. 요즘 젊은이들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빡빡한 세상에서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모두 갖춰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갖춰나가는 삶이 성취감도 있고 그때마다 행복함도 느낄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은가. 많이 갖고 있다고 하여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 다만 불편할 뿐이다' 는 말이 있다. 물론 많이 불편할 때도 있다. 

  

  젊은이들 중에서  근검 절약하며 미래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젊음 자체가 아름답고 희망이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시기가 그때이니 그런 젊은이들을 보면 미래가 무척 희망적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말고 꼭 실천하여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이 최고!  

김영희  수필가, 코리아아트뉴스 칼럼니스트, 문학전문 기자  
 

김영희 수필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남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서화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수상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웃음행복코치, 레크리에이션지도자, 명상가 요가생활체조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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