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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2026, ‘TRANS×TRANCE’로 단절의 시대에 연결을 묻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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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함 8개국 참여…9월 19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국제 현대무용의 흐름 조망 해외초청·국제합작·국내초청·기획제작부터 시민 참여 ‘댄스 마라톤’까지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6·시댄스2026)가 지난 9월 2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이어진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고 이종호 예술감독이 이끄는 올해 축제에는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일본 등 8개국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공연은 강동아트센터, 나루아트센터, 서울무용창작센터, 서울남산국악당, 은평문화예술회관 등에서 펼쳐진다.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6·시댄스2026)

올해 SIDance가 내세운 화두는 ‘TRANS×TRANCE’다. ‘TRANS’가 국가와 문화, 장르와 세대, 인간과 자연, 예술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뜻한다면, ‘TRANCE’는 그 움직임을 통해 도달하는 집단적 몰입과 연결의 상태를 의미한다. 기술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연결된 시대지만 사회적 양극화와 세대·지역·가치관의 단절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축제는 “몸은 우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무대에 올린다.

 

축제는 춤을 단순한 공연 장르가 아니라 인간이 기억과 슬픔을 나누고 공동체를 형성해 온 오래된 ‘사회적 언어’로 바라본다. 전쟁과 폭력, 상실과 검열을 몸의 기억으로 풀어내는 작품부터 의례와 공동체, 장르의 융합, 기후위기와 기술혁명, 전통과 미래 세대를 다루는 작품까지 동시대 사회를 둘러싼 여러 질문이 무용의 언어로 펼쳐진다.

 

지난 2일 개막 무대에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현대무용단 울티마 베스(Ultima Vez)의 〈보이드(Void)〉가 올랐다. 빔 반데케이부스(Wim Vandekeybus)가 이끄는 울티마 베스는 정제된 형식보다 본능적인 신체성과 극한의 에너지를 탐구해 온 세계적인 무용단이다. 〈보이드〉는 사회가 규정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밖에 놓인 인물들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질문한다. 이번 방문은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맞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해외초청과 국제합작 프로그램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신체 언어의 만남이 두드러진다. 스페인 토마스 눈 무용단의 〈사기꾼(Impostor)〉, 독일 카셀주립무용단의 〈황홀경에 대하여–변형된 교향곡〉, 일본·한국·캐나다 안무가가 공동 창작한 JKC 프로젝트의 〈ANY〉, 프랑스 시네쿠아논아트와 한국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욕망은 혼란을 부른다〉 등이 축제의 국제적 스펙트럼을 구성한다.

 

축제 후반부에도 주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9월 11일 나루아트센터 스페이스76에서는 연 나탈리 미크, 한국예술종합학교 현대무용 그룹 23 Degrees, 사운드 아티스트 바누 치체크 툴루가 협업한 〈위 홀드 더 라인(We hold the line)〉이 공연된다. 검열과 폭력에 맞서는 예술적 저항과 집단적 애도를 다룬 작품으로, 12명의 퍼포머가 서로를 짊어지고 지탱하는 신체를 통해 연대와 생존의 방식을 탐색한다.

 

국내 무용계의 다양한 흐름도 만날 수 있다.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각시: 까르르〉를 비롯해 함도윤의 〈뉘엿 뉘엿-아스라히〉, 열혈예술청년단의 〈바디 그라데이션〉, 코스모스인아트의 이머시브 무용공연 〈新인류 아가미인간〉 등이 전통과 기억, 몸의 본질, 미래의 인간이라는 서로 다른 화두를 제시한다.

 

지역의 작품을 서울 관객에게 소개하는 ‘Beyond Seoul’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춤추다 추임의 어린이 무용극 〈갓을 쓴 도깨비, 갓깨비〉와 지역 안무가들의 트리플빌 등이 서울 무대와 만나며 축제의 연결 범위를 지역으로 넓힌다. SIDance는 이를 통해 서울의 여러 공연장뿐 아니라 지역과 수도권, 전문예술가와 시민을 하나의 축제 안에서 연결한다.

 

공연 장르의 경계를 넘는 기획도 눈길을 끈다. 9월 10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는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안무가 김재덕이 만나는 기획제작 〈그래도, LIVE〉가 마련됐다. 관객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음악과 춤으로 표현하는 〈신청곡 콘서트〉,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바탕으로 피아노와 움직임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댄싱 바흐〉, 모던테이블의 〈볼레로〉로 구성된 트리플빌이다.

 

축제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이탈리아 여성 콜렉티브 파리니 세콘도의 〈히트 아웃(HIT OUT)〉과 한·이탈리아 공연예술 제작사 골든 몽키의 〈칸티코(CANTICO)〉, 모든컴퍼니의 〈살아 있는 모든 순간〉 등이 관객을 만난다. 특히 〈히트 아웃〉은 줄넘기의 타격음을 신체 리듬과 음악으로 전환해 스포츠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문 작품이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댄스 마라톤(Dance Marathon)〉 역시 19일 서울무용창작센터에서 진행된다. 나이와 전공, 장르와 관계없이 춤을 좋아하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참가자들이 릴레이 방식으로 무대를 이어간다. 워크숍 역시 마라톤 형식으로 진행해 관객과 무용수, 교육자와 시민 사이의 경계를 낮추는 열린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 밖에도 마스터클래스와 워크숍, 댄스필름 상영, 북 프로그램, 모닝 레이브, 만다라 춤 전시 등 공연장을 넘어 시민이 직접 몸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축제 곳곳에 배치됐다. SIDance는 이를 통해 ‘공연을 보는 축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몸을 통해 배우고 만나며 관계를 만드는 축제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1998년 제13차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세계총회의 서울 유치를 계기로 출범했다. 지난 28년간 해외 465개, 국내 622개 단체와 무용예술가들의 공연을 소개해 왔으며, 한국 무용가의 해외 진출을 연결하는 국제 교류 플랫폼으로도 역할을 이어왔다.

 

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오는 9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축제는 올해 ‘TRANS×TRANCE’를 통해 춤이 국적과 장르를 넘어서는 예술적 교류에 머물지 않고, 분열과 고립의 시대에 서로 다른 존재들이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몸이 경계를 넘을 때 새로운 연결이 시작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서울의 여러 무대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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