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전시

박성민 개인전 《형태를 지나 결에 머물다》…도자기 표면에서 시간의 깊이를 읽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10월 15일~11월 5일 노화랑…극사실에서 추상으로 확장된 ‘표면’의 회화 균열·번짐·층위에 축적된 시간과 변형의 흔적 조명

노화랑은 오는 10월 15일부터 11월 5일까지 박성민 작가의 개인전 《형태를 지나 결에 머물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도자기의 표면을 극도로 확대해 포착한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물질의 표면에 축적된 시간과 변화의 흔적을 회화적으로 조명한다.

 

박성민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극사실 회화를 기반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다수의 개인전과 국내외 기획전, 단체전에 참여해왔으며,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미술관과 공공기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강민수, 202604-4, Yanggu White Porcelain Clay _ Wood-Fired Klin, 43.7 × 42.3 × 16.2cm, 2026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시선은 도자기의 전체 형상이 아니라 그 표면의 일부에 집중된다. 도자기 표면에 남은 균열과 번짐, 미세한 층위는 단순한 질감이 아니라 물질이 지나온 시간의 흔적으로 제시된다. 박성민은 이를 화면에 확대해 옮기면서 보이는 형태 너머에 존재하는 시간과 감각의 깊이를 드러낸다.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박성민의 작업에 대해 “도자기 표면을 극단적으로 확대하여 서로 다른 시간의 국면들을 하나의 화면에 응축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표면에 남겨진 균열과 번짐, 층위를 변형을 통과한 시간의 기록으로 바라보며, 작가의 화면을 “시간의 압력과 변형의 과정이 축적된 하나의 지형”으로 해석한다. 

evolution26118, 90cm x 180cm, oil on canvas, 2026

주요 작품들은 언뜻 추상회화처럼 보인다. 2026년작 ‘evolution26118’은 푸른빛과 흰빛이 수직으로 스며들며 도자기 표면의 미세한 흐름을 광활한 풍경처럼 펼쳐 보인다. 32×32cm의 소형 작품들에서도 청록, 흰색, 검은색, 살구빛 등이 번지고 겹쳐지면서 작은 표면이 하나의 낯선 공간으로 확장된다.

 

안현정은 이러한 화면에 대해 “얼핏 추상처럼 보이지만, 이는 감각의 한계를 밀어붙인 극사실의 결과”라고 짚는다. 작가는 도자기 표면을 극단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밤과 새벽, 눈과 비, 안개 같은 기후의 감각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특정한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지나온 시간들이 남긴 흔적에 가깝다. 

evolution26110, 70cm x 70cm, oil on canvas, 2026

박성민은 그동안 얼음과 식물, 도자기 등 서로 다른 물질을 통해 존재의 상태와 변형의 과정을 탐구해왔다. 과거 청화백자 위의 얼음과 식물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대비가 사라지고 시선이 도자기 표면 자체로 수렴한다. 이는 소재의 변화라기보다 인식의 집중과 응축에 가깝다.

 

그의 작가노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분명히 드러난다. 박성민은 작업의 핵심이 “표면의 부분 질감을 확대하면서 극사실주의에서 추상적으로 옮겨 간다”고 설명한다. 사물의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기보다,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친 작은 부분에 시선을 집중시켜 그 사물만이 지닌 본질과 시간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이다. 

 evolution26112, 53cm x 45cm, oil on canvas, 2026

또한 그는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 방식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외형만 보고 사물과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겹겹이 축적된 물질과 시간, 감정의 층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박성민은 결국 인간이나 사물의 ‘형태’보다 ‘부분’에 주목하며, 그 부분이 어떤 공간에서 존재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회화의 중심에 놓는다.

 

노화랑은 이번 전시를 통해 박성민이 20여 년간 이어온 물질과 시간에 대한 탐구가 도자기 표면이라는 새로운 지점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익숙한 사물의 표면을 낯선 풍경으로 전환하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객은 형태 너머에 축적된 시간과 흔적을 새롭게 감각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방식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박성민은 2004년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비롯해 같은 해 제27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앞서 2003년 제4회 신사임당미술대전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문화관광부, 문예진흥원, 강릉시청, 안동MBC 등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 개요

  • 전시명: 《형태를 지나 결에 머물다》
  • 작가: 박성민
  • 기간: 2026년 10월 15일~11월 5일
  • 장소: 노화랑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4
  • 관람시간: 화~토요일 10:00~18:00
  • 휴관: 일·월요일
임만택 전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