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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20] 안홍열의 "이우지"

이승하 시인
입력

이우지

 

안홍열

 

돌아가신 어머니는

이웃을 이우지라고 하셨다

해가 짧은 겨울이면

늦은 아침, 이른 저녁으로

점심을 거르던 시절

아버지 눈치를 보아 가며

이웃과

음식 이우지를 하셨다

 

이웃을 천천히 발음하면

이우지가 되고 정이 붙으매

내가 이만큼 사는 것

모두 어머니의 이우지 음덕이다

무덤도 오래되면

서로 이우지가 되매

아마 저승에서도 어머니는

이런저런 이우지를 하고 계실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떠나

이우지란 말이 그립다

 

우리 집 울타리 안 단감나무

해마다 여러 접 감을 매달아

홍시 이우지를 한다

내가 심었지만

어머니의 현신이다

 

—『멍텅구리 배』(천년의시작, 2024)  

이우지 _ 안홍열 시인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현대인에게는 이웃이 없다

 

  안홍열 시인은 1988년에 등단하였고 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정년퇴임했으니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 이 시는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기라고 여겨진다. 어머니는 이웃을 잘 챙겼다. 먹을 게 없어서 하루를 두 끼로 때우던 시절에도 이웃과 음식 이우지를 하신 어머니. 마음이 따뜻하고 넓었나 보다.

 

  화자의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이웃에 대한 마음과 정성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가 행한 이웃 사랑을 단감나무를 통해 계승하고 실천한다. 가을이 깊어갈 때 홍시를 이웃에게 돌리는 것이다. 단감나무는 화자가 심었지만 어머니의 현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눔의 정신과 오가는 정을 홍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됨의 뜻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사람 人자는 지게와 지겟작대기의 모양이다.

 

  우리네 생활에서 사라진 말들이 있다. (), 두레, 품앗이, 이웃사촌, 상부상조, 너나들이…….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아래층, 위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이삿짐 트럭이 와서 짐을 실어 나갈 때 몇 층 몇 호가 나가는지 모른다. 새집이 들어왔는데, 어떤 사람들이 이웃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우리의 이우지가 사라지고 만 세상이 되었는데 과연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가?

 

  [안홍열 시인]

 

  충남 당진 출생으로 공주교육대학, 한남대학교, 국민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하였고 1990년 시집 『아름다운 객지』를 출간하였다. 전 중등학교 교장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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