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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25] 김강호의 “상처의 붓끝에서 피어난 빛”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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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붓끝에서 피어난 빛

김강호 

그대의 자화상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자

애달팠던 얼굴이 해바라기로 피었네

기다란 담뱃대에선

절망이 타고 있지

 

그대 눈물 닦기 위해 쥔더르트 가고 싶네

하늘에 똬리를 튼 뱀들은 꿈틀댔고

붓끝이 머물던 자리

잠든 별이 눈 뜨네

 

알겠네, 귀를 자른 그대의 몸부림을

이전투구 들여보다가 나도 귀를 만지네

번개가 어둠 가르자

천둥 우르르 쏟아지네

자화상 - 빈센트 반 고흐 : 네이버 블로그
고흐 자화상 

「고흐 생각」은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의 고통과 창조를 섬세하게 탐구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고흐의 작품을 붕대, 해바라기, 별빛을 상징으로 사용해 절망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시의 시작, “그대의 자화상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자는 고통의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애달팠던 얼굴이 해바라기로 피었네는 상처가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변환되는 역설을 담았다. 붓끝에서 피어난 해바라기는 절망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상징이다.


기다란 담뱃대에선 절망이 타고 있지라는 구절은 고흐의 고독과 내적 절망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고통이 예술적 에너지로 변모하는 순간을 포착했으며 둘째 수에서 그대 눈물 닦기 위해 쥔더르트 가고 싶네라는 표현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적 공감과 동참을 의미한다. 하늘에 똬리를 튼 뱀잠든 별은 혼돈 속에서도 솟아나는 창조적 가능성을 상징한다.

 

셋째 수에서는 고흐의 극단적 행위인귀 절단을 예술적 몸부림으로 해석했다. “나도 귀를 만지네라는 구절은 그 고통 속으로 나를 끌어들임으로써 예술의 본질적 체험 공유를 했다. 마지막으로 번개와 천둥의 이미지는 창조적 깨달음의 순간을 상징한다.

 

「고흐 생각」은 상처와 절망을 직시하고, 그것이 인간 정신과 예술적 창조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고흐의 붕대와 해바라기, 별빛을 통해 상처를 빛으로 바꾸는 예술의 힘을 전하며,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다시 빛을 피워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시조 전도사 역할을 시작한 지 25회째를 맞이한다. 응원의 댓글을 보내주신 독자님들과 코리아아트뉴스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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