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수필향기] 그때를 잊지 말라고 - 김영희
그때를 잊지 말라고
김영희
꽝! 굉음이 울렸다. 자동차 앞 유리가 박살 났다. 잘게 쪼개진 유리 파편이 자동차 안으로 쏟아졌다. 우리 차를 뒤따라오던 차 주인이 119에 구조 신고해주었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강원도 바닷가로 놀러 나가던 중, 구불구불한 대관령 내리막길을 천천히 가던 우리 차는 밑에서 고속으로 달려오는 차량에 왼쪽 측면 충돌을 당했다. 가파른 길이라 더욱 안전 운전을 하며 고개에서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데, 상대 차량이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올라오다 세게 박은 것이다. 굽은 길에서 천천히 돌지 않고 빠르게 직진으로.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오르막길이 아닌가.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뒤 차 주인의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고 다음에 꼭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급박하게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했다. 아이들을 먼저 태웠다. 구급차는 차들이 비켜 나도록 사이렌을 크게 울리며 강릉의 대형 병원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구급 대원들의 행동은 민첩했다.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고 의사와 간호사는 바쁘게 움직이며 검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는 신속히 피검사와 CT촬영을 했고, 가족 모두 검사 결과에 큰 이상은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동생네가 병원으로 달려왔다. "모두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하늘이 도우셨다" 고 하였다.
뒤 차 주인의 신속한 구조 요청과 구급대원들의 빠른 대응이 우리가 그 큰일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상대 차량의 운전자는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는 무면허에 가족도 없이 살며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아침에 운전을 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연락을 받고 온 그의 형은, 사정이 어려워서 차량의 손해는 배상해주지 못하고 검사 비용만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할 말이 없었다.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합의를 해주었다. 우리 차는 즉시 폐차 신고를 해야 했다. 동생네 차를 타고 캄캄한 대관령 굽이굽이 길을 전조등 켜고 조심조심 돌며 어렵게 집에 도착했다.
남편은 머리에서 작은 유리 파편을 계속 뽑아냈고, 나는 두통이 심해 수건으로 머리를 묶고 아이들을 돌봤다. 딸은 왼손으로 밥을 먹고 혼자 씻을 수 없어서 머리며 목욕을 시켜주고, 큰아들은 거실에서 식탁으로, 방으로 바퀴 달린 책상 의자를 타고 다녔다. 막내는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이들 깁스도 푸르고 안정된 몇 달 후 우리는 구조 요청을 해준 뒤 차 가족을 만나러 원주로 갔다. 소금구이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사느라 바빠서 그 후 더 찾아가지 못했다. 사고 수습을 해주었던 구급 대원들께 고마운 마음을 미처 전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고하는 그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트라우마는 뇌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몸도 기억한다. 비가 오는 날이나 힘들어 지쳤을 때, 내 몸은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을 친다. 언젠가 다쳤던 아픔, 그것은 잊힌 게 아니라 몸속 깊이 각인되어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 헤집고 다닌다.
흉터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언제든 통증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때를 잊지 말라고.

[심향 단상]
그해 여름 휴가는 그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사고가 났던 그 길은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터널이 뚫려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고, 그래도 가끔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대관령 길이 그립습니다. 안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은 피하게 되니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한계령 휴게소가 있는 고개 정상에서 찍은 사진 속 모습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날은 운전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차량들이 바퀴에 체인을 감고 눈이 쌓인 꼬부랑길을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가며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터널이 뚫리고 수없이 갔던 그 길을 다시 갈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그때 처음 구급차를 탔습니다. 구급대원들의 희생정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길을 가다가,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구급차의 급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잠시 눈을 감고 '부디 치료가 잘 되게 도와 주소서!' '빨리 회복하도록 도와주세요' 묵념을 합니다. 누군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 빨리 잘 해결 되기를 마음 속으로 기도합니다.
가끔 119구급차에 탄 위급 환자가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응급센터로 빨리 가지 못하고 길에서 시간을 보내다, 환자가 결국 더 위험에 빠지게 됐다는 뉴스를 보게 됩니다. 의료 시스템이 곳곳에서 잘 작동되기를,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도 내 가족의 생명처럼 소중하게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지요.
구급 대원들의 미담은 수도 없이 많이 들려 옵니다.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그 가족을 더 단단하게 지켜주어 그 숭고한 정신이 빛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수고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소에 음식을 잘 챙겨 드시고 운동을 적당히 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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