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 이지현 안무작 〈CREW〉, 400명에 가까운 관객과 성황리 마쳐

[문화=코리아아트뉴스 이청강 기자] 평택 출신 안무가 이지현의 전막 공연 〈CREW〉가 지난 9월 22일과 23일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22일 204명, 23일 157명 등 이틀간 총 361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으며, 평택시문화재단 ‘2026 전문예술 지원사업’ 선정작인 이번 공연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안무가의 창작 역량과 컨템포러리 한국춤의 확장 가능성을 대극장 무대에서 선명하게 보여줬다.
한국춤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쓰다
〈CREW〉는 인간이 살아가며 끊임없이 마주하는 ‘모순’을 ‘관계’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작품이다. 개인의 삶에서 출발해 공동체와 인류의 역사로 시선을 확장하며, 관계와 모순이 충돌하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생성되는 과정을 춤으로 형상화했다.
작품의 중심에는 한국춤의 원형적 요소인 ‘호흡’과 ‘즉흥’이 놓였다. 이지현 안무가는 전통적인 동작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한국춤의 호흡과 에너지가 오늘날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절제된 움직임과 폭발적인 군무가 교차하고, 아홉 명의 무용수가 서로 밀고 당기며 관계를 형성하는 장면은 ‘모순과의 대면’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강렬한 신체 언어로 전환했다. 긴장감 있는 구성과 유기적인 장면 전환을 통해 60분의 서사를 밀도 있게 이끌며, 한국춤의 미학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이지현만의 안무세계를 보여줬다.
장르의 결합을 넘어 하나의 감각으로 완성된 무대
이번 공연은 컨템포러리 한국춤과 서양음악, 대금, 미디어아트를 한 무대에 결합했다. 단순히 여러 장르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움직임과 음악, 소리와 영상이 서로 반응하고 충돌하도록 설계해 60분간 밀도 높은 무대를 완성했다.
Philip Daniel의 음악과 이주항의 음악·대금 연주, 윤대원의 미디어아트는 이지현의 안무와 유기적으로 호흡했다. 서양음악의 구조적인 흐름과 대금의 깊은 호흡, 변화하는 미디어 이미지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교차하면서 〈CREW〉만의 독창적인 시청각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특히 대극장의 공간감과 깊이를 활용한 장면 구성은 2025년 초연작을 전막 공연으로 확장한 이번 무대의 성취를 보여줬다. 무대 위 개별 예술 요소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한 이지현의 구성력과 연출 역량도 돋보였다.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을 구성으로 풀어낸 안무가로서의 치밀한 구성력 또한 높이 평가되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미니멀한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의 에너지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정적인 장면과 역동적인 군무가 긴장감 있게 교차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2025년 초연에서 대극장 전막 공연으로
〈CREW〉는 2025년 초연 이후 무대 구성과 안무, 음악 및 시각적 요소를 발전시켜 2026년 대극장 규모의 전막 작품으로 확장됐다.
초연에서 제시했던 ‘관계와 모순’이라는 질문은 더욱 정교한 장면 구성과 역동적인 군무를 통해 구체화됐다. 여러 무용수가 하나의 집단을 형성했다가 다시 흩어지는 과정은 개인과 공동체, 연대와 갈등이 반복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안무 노트와 작품 해설, 영문 자료와 영문 영상도 마련해 무용을 처음 접하는 관객과 외국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춤뿐만 아니라 문구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무용은 어렵다’는 거리감을 낮추는 데에도 주력했다.

이지현 안무가는 “〈CREW〉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왜 예술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찰하고자 했다. 한국춤의 호흡과 에너지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보려는 작업이었다”며 “고향 평택에서 관객들과 작품의 질문을 나눌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춤이 장르와 세대, 언어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한국춤의 본질을 지키면서 동시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무대 언어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평택에서 출발해 국내외로 확장되는 이지현의 안무세계
이지현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평택 출신 안무가이자 무용가다. 현재 22 Collective LAB의 대표 및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춤의 호흡과 즉흥을 동시대적 움직임으로 확장하는 창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안무감독으로 참여한 뮤직비디오 〈FLY〉는 베를린 뮤직비디오 어워즈 브론즈 셀렉션과 유럽 뮤직비디오 어워즈 특별상 등에 선정됐다.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무용단 한국춤 워크숍과 주마다가스카르 대한민국대사관, 주모로코 대한민국대사관 연계 활동 등 해외 공연·교육 현장에서도 한국춤을 알리고 있다.
이번 〈CREW〉는 이러한 국내외 경험과 연구를 집약한 작품으로, 지역에서 출발한 예술가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대언어를 구축하고 이를 대극장 전막 공연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