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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JJ,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김신욱 2인전 《Terrain Vague》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도시의 밤과 주변부, 경계의 장소를 바라보는 두 사진가의 시선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 첫 한국 전시…10월 9일부터 11월 7일까지

갤러리JJ는 오는 10월 9일부터 11월 7일까지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Rut Blees Luxemburg)와 김신욱의 2인전 《Terrain Vague》를 개최한다. 

블리스 룩셈부르크(Rut Blees Luxemburg)와 김신욱의 2인전 《Terrain Vague》전시포스터

이번 전시는 도시의 질서에서 비껴난 장소와 존재, 쉽게 지나치거나 망각되는 흔적을 사진으로 포착해온 두 작가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자리다. 독일 태생으로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룩셈부르크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작업해온 김신욱이 참여한다. 

 

전시 제목인 ‘떼헹 바그(Terrain Vague)’는 도시 안에서 기능과 용도가 불분명한 채 남겨진 공간, 사라지는 것과 새롭게 출현하는 것 사이에 놓인 경계적 장소를 뜻한다. 

 

두 작가는 이러한 공간과 그 안에 머무는 존재들을 사진의 시선 안으로 불러들인다. 특히 밤은 익숙한 도시의 경계와 질서가 느슨해지고 낮 동안 가려져 있던 흔적과 기억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으로 제시된다. 도시는 이들의 사진을 통해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불확정적 지형으로 다시 나타난다. 

 

이번 전시는 밤의 도시를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온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의 첫 한국 전시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주요 구작과 최근작이 함께 소개되며, 공항 주변과 이주민의 삶을 기록해온 김신욱의 작업과 나란히 구성된다. 이를 통해 익숙한 도시의 표면 너머에 남겨진 장소와 기억,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는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해 도시와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촬영하는 작가다. 작가가 선택한 경계적 공간에서는 장소의 정신, 즉 ‘Genius Loci’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사진 속 도시는 하나의 무대처럼 작동하며 빛과 욕망, 흔적과 변화가 교차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Rut Blees Luxemburg), 〈Narrow Stage〉, 1998, Archival pigment print, 120 × 95cm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Rut Blees Luxemburg), 〈Nach Innen, In Deeper〉, 1999, Archival pigment print, 120 × 95cm

초기 대표작 〈Narrow Stage〉와 〈Nach Innen, In Deeper〉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Liebeslied〉 연작에 속한다. 이 작품들에서 밤의 도시는 갈망과 소속감의 장소로 상상되며, 도시의 물질적이면서도 시적인 조건 속으로 천천히 침잠하는 과정이 담긴다.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Rut Blees Luxemburg), 〈Happy Days〉, 2026, Archival pigment print, 70 × 55cm

최근 연작 〈Hungry City〉는 진열과 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시의 유혹을 더욱 부각하며, 〈Liquid London〉에서는 바비칸과 스미스필드 육류시장 등 런던의 상징적 장소를 다시 바라본다.

 

사진가이자 연구자, 교육자로 활동해온 룩셈부르크는 런던 칼리지 오브 프린팅에서 사진학 학사,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사진학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도시미학 분야 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테이트, 퐁피두센터, 브루클린미술관, 런던박물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그는 도시의 공공공간과 야간 풍경을 대형 사진으로 다루며 빛, 건축, 이동, 감시, 욕망, 사회적 관계를 탐구해왔다. 특히 야간의 인공조명과 장노출을 통해 도시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각과 기억, 권력과 상상이 교차하는 장으로 제시한다. 

 

김신욱의 작업은 공항, 이주, 경계와 같은 문제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떼헹 바그’의 의미를 확장한다. 

김신욱(Shinwook Kim), 〈ICN Night Spotting〉, 2014, Archival pigment print, walnut frame with anti-reflective glass, 40 × 50cm

대표적인 〈Night Spotting〉은 작가가 약 7년에 걸쳐 히드로, 인천, 김포 등 여러 국제공항 외곽을 오가며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다. 낮에는 서로 다른 공항들이 밤이 되면 차이를 잃고 닮아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촬영지를 명시하지 않은 사진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김신욱(Shinwook Kim), 〈Sussex Place〉, 2017, Inkjet print, 100 × 133cm 

또 다른 출품작 〈경계인〉 시리즈는 런던 남서부 한인 타운 뉴몰든에 정착한 탈북민 최씨와의 만남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대화와 인터뷰, 편지, 일터와 거처를 기록한 사진을 엮어 한 사람의 시간을 따라간다. 그러나 작업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지점은 특정한 개인의 사건보다 새로운 사회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고립의 감각이다.

김신욱(Shinwook Kim), 〈Korean Food〉, 2020, Inkjet print, 50 × 65cm

김신욱에게 경계는 국경선처럼 고정된 선이 아니라 중심과 변두리, 떠나온 곳과 도착한 곳 사이를 오가며 계속 경험하는 상태다. 그의 사진은 인물을 설명하기보다는 인물이 서 있는 자리와 주변 사이의 거리를 드러내고, 개인의 이야기를 어디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이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한다.

 

김신욱은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에서 순수미술학 학사,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사진학 석사, 이스트런던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뮤지엄한미, 일우스페이스, CE Contemporary 밀라노, 도쿄 토세이갤러리, 주영한국문화원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특별시청, 고은사진미술관, 옥스퍼드대학교 오리엘칼리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는 주변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실재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비가시적 영역을 발견해왔다. 최근에는 인지와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장소성에 주목하며 이주와 이동, 단절과 파괴로 장소성을 잃은 공간, 그리고 그와 닮은 처지의 사람과 환경을 탐구하고 있다.

 

서로 다른 도시와 경험에서 출발한 두 작가의 사진은 결국 밤과 주변부, 경계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Terrain Vague》는 도시의 화려한 표면 아래 가려진 장소와 사람들, 그 사이에 놓인 이야기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며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었던 도시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보게 한다.

 

전시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30길 63 갤러리JJ에서 열리며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10월 22일 오후 5시에는 아티스트 토크도 마련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Terrain Vague》
  • 국문명: 떼헹 바그: 루트 룩셈부르크 & 김신욱
  • 참여작가: 루트 블리스 룩셈부르크, 김신욱
  • 기간: 2026년 10월 9일~11월 7일
  • 장소: 갤러리JJ,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30길 63
  • 관람시간: 화~토 11:00~19:00 / 일·월 휴관
  • 아티스트 토크: 2026년 10월 22일 오후 5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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