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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 개인전 《사유를 앞질러》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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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타입으로 그려낸 자화상…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는 감각의 기록 꽃병과 꽃, 사슴과 고양이. 그것들은 모두 작가 자신이었다.

서울 한남동 OMG에서 열리고 있는 정보경 작가의 개인전 《사유를 앞질러(Outruns Thought)》는 익숙한 자화상의 개념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 전시다. 작가는 자신의 얼굴을 직접 그리지 않는다. 대신 꽃병과 인형, 사슴과 고양이 같은 상징적 형상을 통해 자신을 비추고, 그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화가 아닌 감각으로 풀어낸다.

전시포스터

오는 7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정보경 작가가 최근 집중해 온 모노타입(monotype) 작업만으로 구성된 개인전이다. 복제가 불가능한 판화 기법을 통해 순간의 감각과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작품들은, 생각을 앞지르는 예술의 본질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No. 25-25 Flower, 2025, monotype on cotton paper, 76 × 57cm.

자화상이지만 얼굴은 없다

 

정보경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외형을 기록하는 작업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기 자신을 탐구해 온 작가는 자신의 얼굴 대신 꽃병과 꽃, 동물, 사물 등 상상의 이미지 속에 자신을 투영한다. 이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응시하기보다 우회와 변형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관람객은 화면 속 대상을 바라보다가 결국 그것이 작가 자신의 심리와 감정, 기억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꽃병 연작은 화려한 꽃과 자유로운 붓질 속에서도 묘한 긴장감과 고독을 품고 있으며,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부드러운 색채와 즉흥적인 선들이 교차하며 또 다른 자아의 단면을 보여준다.

No. 25-28 Flower, 2025, monotype on cotton paper, 76 × 57cm.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는 손

 

모노타입은 매끈한 판 위에 잉크를 그린 뒤 종이에 단 한 번만 전사하는 판화 기법이다. 일반 판화와 달리 동일한 작품을 다시 제작할 수 없으며, 잉크가 마르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정보경은 작업에 대한 고민이 막힐 때마다 판화 공방을 찾았다고 말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모노타입은 작가로 하여금 이성보다 먼저 움직이는 손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계산된 표현보다 즉흥성과 직관이 앞서는 순간, 화면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가 태어난다.

 

이번 전시 제목인 '사유를 앞질러' 역시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비롯된 예술적 태도를 상징한다.

No. 23-02 A Study of Cats - Salt, 2023, monotype on cotton paper, 66 × 50.5 cm

판화에 대한 새로운 질문

 

이번 전시는 판화가 단순히 복제를 위한 예술이라는 기존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모노타입은 판화이면서도 단 하나의 작품만 존재하는 역설적인 매체다. 또한 작품은 작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 과정을 담당하는 판화가와 스태프들의 협업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예술이 개인의 창작을 넘어 협업과 물질성 속에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고스트 프린트(Ghost Print)'도 함께 소개된다. 고스트 프린트는 모노타입을 찍어낸 뒤 판 위에 남아 있는 잉크를 다시 인쇄하는 작업으로, 작가 정보경과 프린트아트 리서치센터 남천우 디렉터가 오랜 협업을 통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첫 번째 인쇄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흔적과 감각이 두 번째 인쇄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하며, 작품은 또 다른 시간을 품게 된다.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는 협업

 

전시 기간에는 전문 홈스타일링 브랜드 메종 엘 바라(Maison El Vara)와 협업한 아트 상품도 함께 선보인다. 정보경의 모노타입 이미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통해 작품은 전시장을 넘어 일상 속으로 확장된다. 이는 현대미술이 감상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문화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

 

감각이 먼저 도착하는 전시

 

정보경의 작품 앞에서는 의미를 해석하려는 노력보다 먼저 색채와 붓질, 리듬이 관람객에게 다가온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유로운 선과 투명한 색감은 명확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감정을 흔들고 기억을 불러낸다. 작품을 오래 바라볼수록 꽃병은 사람처럼 보이고, 꽃은 감정이 되며, 동물은 또 다른 자아로 읽히기 시작한다.

 

《사유를 앞질러》는 제목 그대로 생각보다 먼저 감각이 도착하는 전시다.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말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정보경의 작업은 관람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전시 개요

  • 전시명 : 정보경 개인전 《사유를 앞질러(Outruns Thought)》
  • 전시기간 : 2026년 6월 19일 ~ 7월 5일
  • 장소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12길 8, OMG
  • 관람시간 : 화요일~토요일 오후 1시~6시
  • 전시내용 : 정보경 작가의 모노타입 신작 및 고스트 프린트 작품 전시
  • 협업 : 메종 엘 바라(Maison El Vara) 아트 상품 전시
  • 문의 : OMG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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