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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 단풍 / 김옥석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입력

 

김옥석 시인

단풍 / 김옥석

 

 

꽃 빛 고운 화장을 한 너를 만나는 날이면

나는 아직도 설레고

수줍은 마음으로 오래 바라본다.

 

온 산과 들을 휘돌아

붉은 풍악을 울리는 마지막 축제,

환한 웃음 뒤로

슬픔 하나

천천히 낙엽처럼 굴러간다.

 

하늘빛 받아 눈부신

형형색색의 너의 찬란함은

다 타오르고서야 내놓은

생명의 마지막 만찬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를수록

이별은 가까이 와 있고

황홀한 설렘으로 너를 만나는 이 계절은

 

문득

내 젊은 날의 한때를 닮았다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 하나,

꺼지기 직전이어서

더 눈부셨던

그날의 생명처럼.

 

 

시인 김옥석

 

유치원 교사()

어린이 국악 교사()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자연에서의 단풍, 가을은 죽음의 계절이면서 한편으로는 또 다른 시작의 순간이다. 절정의 순간인 단풍의 이미지와 인간의 삶이 절정에 이른 순간이 겹치면서 아름다운 풍경의 예찬을 넘어 소멸의 시간이 함께 하고 있다는 역설적 시다.

 

단풍은 시의 표면적 대상이면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 매개물이다. 그리고 실제로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은 젊음과 쇠락, 절정과 소멸이다. 이것은 절정과 소멸, 젊음과 쇠락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연에서 붉은 풍악을 울리는 마지막 축제에서 단풍의 붉은 색깔을 풍악을 울리는 축제로의 표현은 매우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청각을 시각화하는 공감각적 표현이다. 또한, “환한 웃음 뒤로/슬픔 하나/천천히 낙엽처럼 굴러간다.”는 시의 정서가 확실하게 반영되는 시구이다. 그리고 4연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를수록/이별은 가까이 와 있고에서 보듯,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야 하는 역설적 시구가 시의 핵심적인 사유이다.

 

위의 시는 절정의 단풍과 인간 생명의 절정을 대비시키면서 아름다움과 소멸이 상반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읊조린 서정시이다.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를수록 / 이별은 가까이 와 있고라는 역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절정의 가을 끝자락에 물드는 단풍과 정오의 시간을 지나 황혼에 접어든 인간의 삶은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시다.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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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세상보기#김옥석시인#시해설#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