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시조 14]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 가는 것입니다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권갑하
우리 사랑,
단 한 번의 기회임을 믿습니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
오직 한 사람 당신이듯
당신을 사랑하는 건
사랑받기 위함이 아닙니다
기다리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도 없습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갑자기 그대가 오듯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누이감자』(알토란북스, 2015)
시조로 만난 청춘의 선언
- 류안 시인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니, 얼마나 통쾌한 선언인가. 기다림은 늘 불안하다. 버스가 올지 모르는 정류장처럼, 연락이 올지 모르는 초조한 시간처럼. 권갑하의 시조는 그 애매함을 단칼에 베어내며 말한다.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연애 매뉴얼을 뒤집어 놓은 듯하다. 흔히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고 하지만, 시인은 운명도 결국 발걸음을 옮기는 자에게만 허락된다고 말한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 오직 한 사람 당신이듯”이라는 구절은 수많은 얼굴 속에서 단 하나를 알아보는 순간의 전율을 담고 있다.
또한 “당신을 사랑하는 건 사랑받기 위함이 아닙니다”라는 대목은 사랑을 거래로 보지 않는 태도를 드러낸다. 사랑은 장부가 아니라 흘러넘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시인은 연애 철학자가 아니라 연애 혁명가에 가깝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시조라는 전통 형식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시조를 고리타분한 옛 문학으로만 생각하지만, 권갑하는 시조로도 충분히 현대적인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시조는 청춘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오래된 시조의 리듬 속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참조 기사: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편을 권갑하의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https://koreaartnews.com/post/PZpapA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