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설] 강지혜의 "외발 수레"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58]
외발 수레
강지혜
발이 하나라고
웃지 마세요
논두렁 좁은 길도
콩밭 비탈길도
난 갈 수 있어요
몸을 일으켜세워 줄
손만 있다면
어디든 꿋꿋하게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면
풀길도 자갈밭도
한 발로 힘차게 갈 거예요
거름을 싣고 가서
푸른 싹을 틔울 거예요
금빛 햇살을 가득 나를 거예요
세상에 꼭 필요한
내가 될 거예요
―『솟대평론』(한국장애예술인협회, 2023년 상반기호)

[해설]
지체장애인의 당찬 각오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외발 수레에 빗대어 자신의 불편한 몸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동시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한탄하는 시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인 자신 지체장애가 있어 아주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인생관이 참으로 밝고 의지적이다. 성한 몸으로 살아가는 내게 반성의 기회를 준다.
이 시의 화자는 외발 수레이다. 내 몸을 일으켜세워 줄 타인의 손만 있다면, 즉 누가 밀어주기만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냥 가는 것이 아니다. 꿋꿋하게, 힘차게 갈 거라고 각오를 밝힌다. 마지막 연이 참으로 감동적이다. 자기 몸에다 거름을 싣고 가서 푸른 싹을 틔울 거라고 하고, 금빛 햇살을 가득 나를 거라고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외발 수레는 “세상에 꼭 필요한/내가 될 거예요”라고 외친다. 수동적 삶에서 능동적 삶으로, 의존적 삶에서 주체적 삶으로의 인식 전환이 큰 감동을 준다. 같은 지면에 실린 또 한 편의 동시 「우산」을 보자. 오늘 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하굣길
친구와 같이 우산을 나눠 쓰고 왔다
우산대를 서로 꽉 쥐고
빗물 웅덩이도 같이 건넜다
난 우산 밖으로 나간
친구의 반쪽 어깨에 우산을 기울여주고
친구는 자꾸 내 쪽으로 기울여주고
어깨가 젖었지만
기분 좋았다
이 동시들이 실려 있는 《솟대평론》은 사단법인 한국장애예술인협회에서 펴내고 있다. 대표 방귀희 씨는 현재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으로 있는데 본인이 지체장애인이면서 장애인 예술잡지 《E美지》까지 내고 있다. 올해 봄호가 35권째인데 잡지는 전면 칼라이고 장애인들의 활약상을 조명하는 알찬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협회에서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자서전을 내주고 있는데 지금까지 총 40권이 발간되었다. 강지혜 시인도 그렇고, 장애인의 실천의지가 비장애인인 나를 분발케 한 일요일 아침이다.
[강지혜 시인]
지체장애인. 충북 진천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아동문예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제1회 경기문협 문예창작반을 수료,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세계문학상(동시), 성호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아 동시집 『별나무』를, 화성시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아 동시집 『꽃소금』을 펴냈다. 2023년에 분도출판사 들숨날숨에서 동시집 『반딧불이의 희망』을 펴냈는데 동시들이 다 밝고 따뜻하다. 현재 각 문예지, 신문 등에 작품 발표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