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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그림이야기 9] 루시안 프로이트의 "작업 중인 화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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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그림이야기 9] 루시안 프로이트의 "작업 중인 화가의 모습"

작가 이용범 전문위원
입력
토마스 그림이야기 9 - 작업 중인 화가의 모습 (루시안 프로이트, 1993년, 101 x 82cm
[토마스 그림이야기 9]  "작업 중인 화가의 모습"  루시안 프로이트, 1993년, 101 x 82cm

이 작품은 루시안 프로이트가 그의 그림 경력의 절반이 다 되어서 그린 1993년의 '작업 중인 화가의 모습(Painter Working, Reflection)'이다. 그는 주로 인물화와 초상화를 그려왔는데, 사실적이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강박적인 묘사가 타 사실주의 작품들과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대체로 그의 작품은 고독하고 밝은 색감에 날카로우며 세심한 형태의 표현주의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은 프로이트의 초상화로 그의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가차 없고 냉혹하며 무자비한 것이다. 그의 "나체 초상화"라는 문구는 인간의 모든 부분과 같이 얼굴 역시 독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다른 팔다리인 것처럼 다루려고" 했다.

 

그림은 끈이 풀린 한 켤레의 묵직한 일꾼용 장화 외에는 벌거벗은 모습이다. 왼손에는 팔레트를, 위로 치켜 올린 오른손에는 붓을 쥐고 있다. 갈색, 베이지색, 어두운 녹색, 크림색, 회색, 불그레한 살색, 흰색… 캔버스를 채운 색상은 차분하기 그지없다. 상반신에는 어딘가에서 새어 들어온 빛이 스미기도 했지만 얼굴은 그림자 속에 있는 듯하다. 표정은 불안하고 눈빛은 강렬하다. 시선은 저 너머 바닥의 무언가에 고정되어 있다.

 

화가가 그린 스스로의 모습은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 사람의 양면적 외양을 지녔다. 몸은 늙고 말랐으며 얼굴은 주름졌지만, 그렇듯 억눌린 물질적 실체와 함께 당장이라도 발산될 듯한 신경질적인 에너지도 담고 있다. 프로이트는 스스로를 근사하고 아름답게 그리는 데에 관심이 없다. 대신 스스로를 화폭 가운데에 홀로 벌거벗은 채로, 고립되고 늙고 불안한 채로 방치함으로써 엄청난 시각적 흥분을 창조한다.

 

프로이트의 몇몇 초상화 작품에서 시선은 매우 개인적인 요소이면서도 동시에 관객에게 뭔가 큰 의문을 암시한다. 그는 자신의 초상에서 엄격함과 품위, 작업 중인 위험한 짐승의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 상반된 느낌 사이의 긴장을 인식하고 즐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단순히 한 사람의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극히 구체적이고 독특한 성질을 가진 작품이지만, 개별 순간과 장소를 넘어 이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고독과 운명이 지닌 미묘한 무언가를 전달한다.

 

루시안 프로이트의 천재성은 인간의 외면에 드러나는 괴로움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여전히 따를 가치가 있다는 듯 이를 초상화 기법의 유구한 전통에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피부 톤이 지닌 복잡함과 직접성을 좋아하며, 한편으로 얼굴과 몸뚱이를 어둡고 낯설게, 불편하고 특이하게 포착하는 것을 즐긴다.

이용범 칼럼니스트

 전자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과학기술 기반의 기업가이자 예술·문화 융합 전문가
 

학문과 기술

  • 경북대 전자공학 박사, 카이스트 MBA, 옥스퍼드 경영 수학 수료
  • 원자력연구원 로봇기술실장
  • 원격수술 로봇 등 첨단 의료·영상기술 개발


산업·기업 활동

  • ㈜후후, ㈜뉴트론, ㈜V3i 등 다수 기업의 CEO 겸 연구소장
  • 3D 영화 및 입체영상 콘텐츠 제작
  • 창업투자사 및 산업협의회 활동


문화·예술 활동

  • '도자기전쟁' 등 3D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
  • 아르테뉴텍 갤러리 대표 / 미술 및 예술 플랫폼 운영
  • 다양한 대학교 겸임교수 및 자문역 활동


사회 활동

  • 정부기관 자문위원 (산자부, 정통부 등)
  • 신문사 기자 및 부회장 / NGO협회 수석부총재
  • 청소년 교육, 백신 피해자 기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작가 이용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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