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미니어처부터 단청 키보드까지…한국 ‘굿즈’가 문화의 새로운 언어로 진화한다
한때 ‘기념품’이나 ‘팬 상품’ 정도로 인식되던 굿즈가 이제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동시대 K-컬처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문화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KF(Korea Foundation, 한국국제교류재단)는 한국의 ‘굿즈(Goods)’ 문화를 특집으로 다룬 문화예술 계간지 『Koreana』 가을호를 9월 30일 발간했다. 이번 호는 굿즈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전통문화와 K-컬처를 일상으로 연결하는 문화적 장치로 바라본다.
기념품을 넘어 ‘문화경험’으로
이번 『Koreana』 가을호의 핵심은 굿즈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과거 굿즈가 특정 장소나 행사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에 가까웠다면, 오늘날의 굿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와 가치,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집에서는 문화유산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박물관 굿즈, 음악을 넘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된 K-팝 굿즈, 팬덤과 일상을 연결하는 상품, 작가의 창작활동을 뒷받침하는 아티스트 굿즈, 지역의 역사와 자원을 재해석한 로컬 굿즈 등을 폭넓게 조명한다.
즉 굿즈는 이제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떤 문화를 경험하고 무엇을 기억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반가사유상·단청을 일상으로 옮긴 ‘뮷즈’
박물관 굿즈의 대표 사례로는 ‘뮷즈(MU:DS)’가 소개된다.
뮷즈는 문화유산을 어렵고 멀게 느끼기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박물관 상품 브랜드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단청 키보드, 취객선비 3인 소주잔 세트, BTS와의 협업 상품 등은 전통 유물의 형식과 이미지를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새롭게 풀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반가사유상처럼 박물관 전시실에서 바라보던 문화유산이 작은 미니어처가 되어 책상이나 거실에 놓이고, 전통 건축의 단청 문양이 키보드라는 디지털 기기에 적용되는 순간 문화유산과 일상의 거리는 크게 좁아진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문화를 ‘보존해야 할 과거’에서 ‘오늘의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화’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K-팝 굿즈, 팬덤을 넘어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K-팝 굿즈의 변화도 이번 특집의 주요 주제다.
실물 음반 시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K-팝 산업은 팬들이 아티스트와 세계관을 보다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패션, 라이프스타일, CD 플레이어 앨범, 팝업스토어 등으로 굿즈 영역을 넓혀왔다.
이러한 굿즈는 단순한 부가상품이 아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의류와 소품을 사용하고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면서 팬들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접점이 된다.
팬덤은 굿즈를 통해 음악과 공연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아티스트와 관계를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굿즈는 K-팝 산업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팬덤이 확대되면서 굿즈 자체가 K-컬처를 해외로 전달하는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술가의 작품이 생활 속 물건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아티스트 굿즈’도 소개된다.
이번 호는 도도새 작가 김선우, 강나난, 박지은 등 작가들의 개성을 담은 상품을 통해 미술이 전시장이나 갤러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아티스트 굿즈는 작품 이미지를 단순히 복제하는 차원을 넘어 작가의 조형언어와 세계관을 일상적인 물건에 담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굿즈는 대중에게는 비교적 부담 없이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작가에게는 작품 판매 이외의 새로운 수익구조와 팬층을 형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미술시장에서도 원작과 전시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아트상품과 라이선싱, 협업 제품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티스트 굿즈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의 이야기가 ‘로컬 굿즈’가 되다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재발견하는 로컬 굿즈도 이번 특집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경주 교촌도가의 전통주 ‘대몽재1779’, 제주 브랜드 오두제(ODUJEJ)의 ‘머들 크레용’, 서산 ‘바다숲’의 감태 디저트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과 이야기를 단순히 상품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전통주 한 병이나 크레용, 디저트 하나가 그 지역의 자연과 생활문화, 역사적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면서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로컬 굿즈는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콘텐츠이자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매개체로 확장되고 있다.
한복의 선에서 이대원의 색채까지
『Koreana』 가을호는 굿즈 특집 외에도 다양한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를 함께 담았다.
철사와 비즈를 활용해 한복의 유려한 선과 현대적 미감을 결합한 패션예술 개척자 금기숙 작가 인터뷰를 비롯해, 문화유산 안내판 개선과 전통 공예가 후원 등을 통해 전통의 일상화를 이끄는 사단법인 예올(YÉOL)의 활동도 소개한다.
또한 점과 선, 색채를 통해 한국적인 현대 회화세계를 구축한 이대원 화백의 회고전도 다루며 동시대 한국 문화예술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굿즈를 단순한 소비 트렌드로 다루는 대신 그 바탕에 놓인 전통과 예술, 창작자와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전통문화유산이 동시대 일상에서 새롭게 발현되길”
KF 관계자는 “『Koreana』 가을호를 통해 국내외 독자들이 K-컬처의 다채로운 면모와 전통 문화유산이 동시대의 일상 속에서 새롭게 발현되는 가치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987년 창간된 『Koreana』는 한국 문화예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외국어 계간지로, 매호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 예술과 생활양식, 음식, 문학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해왔다. 웹진을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열람할 수 있으며 종이책도 구매할 수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991년 설립된 공공외교 추진기관으로, 글로벌 한국학 진흥과 국제협력 네트워킹, 문화교류 사업 등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Koreana』 가을호가 보여주는 한국 굿즈의 변화는 분명하다.
박물관 속 유물은 미니어처와 생활용품이 되고, 전통 문양은 디지털 기기에 스며들며, K-팝은 음악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된다.
작가의 작품은 생활 속 소장품이 되고, 지역의 역사와 자연은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국의 굿즈는 이제 단순히 ‘소장하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 예술과 산업,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K-컬처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발간 개요
발간물 : 『Koreana』 2026년 가을호
발행 : KF(Korea Foundation·한국국제교류재단)
발간일 : 2026년 9월 30일
특집 주제 : 한국의 굿즈(Goods) 문화
주요 내용 : 박물관 굿즈, K-팝 굿즈, 팬덤과 일상, 아티스트 굿즈, 로컬 굿즈,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
문의 : KF 문화예술사업부 064-804-1161 / 커뮤니케이션부 064-804-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