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인문
시 /시조

제3회 전북시조문학상 시상식 성료 _ 정진희 시인 대상 수상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정진희 시인 ‘불의 여우’ 대상 수상

2026년 제3회 전북시조문학상 및 젊은 시조 작가상 시상식이 전북 JB문화공간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 10일 열린  이날 행사에는 회원과 수상자, 축하객 등 40여 명이 참석해 전북 시조문학의 성과와 미래를 함께 나눴다.

 

김수엽 전북시조시인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전북시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회원 확대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지난해 젊은 작가 2, 올해 3명을 새로 발굴한 것은 전북시조 발전에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2026년 제3회 전북시조문학상 및 젊은 시조 작가상 시상식이 전북 JB문화공간에서 10일  성황리에 열렸다.  [사진: 이상익 시인 제공]

3회 전북시조문학상 대상은 정진희 시인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이재혁, 우수상은 박바로가, 장려상은 임한호에게 돌아갔다. 전북시조문학상은 바이오준 이준영 대표가 매년 500만 원을 후원하며 지역 문학 발전을 꾸준히 뒷받침하고 있다.

제 3회 전북시조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정진희 시인
이날 수상한 임한호 시인,  박바로가 시인  이재혁 시인 (왼쪽부터)


한편 이사회에서 차기 전북시조를 이끌어 나갈 회장으로는 우은숙시인을 선정했다.

 

 [수상 작품]

 

불의 여우 *

 

정진희

 

상실의 이유가 분명하진 않았으나

혈우병을 앓는 듯 창백해진 그해 겨울

옷깃을 스쳐서라도

치유하고 싶었다

 

까마득한 기억 속 겨자씨 그 작은 것이

새살 돋는 자작나무 젖은 소리 붙들고

제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안간힘을 쓰더구나

 

초승달 휘어져 자작나무에 기댈 즈음

온몸이 불이었던 서른보다 울컥한 것이

아홉 개 흰 뼈로 남은 밤을

일으키고 있었다

 

* 핀란드 사람들이 오로라에 붙인 이름 .

 

 [제 3회 전북시조문학상 심사 소감]

 

문학은 밥이라기보다 숨소리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리듬을 가진 운문은 목이 막힐 때 구멍을 뚫어 숨을 쉬게 하는 기능을 한다고 믿고 있다.
 

전북시조문학상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들이 이른 아침 카페에 모였다. 미리 작품들을 충분히 살피고 온 터라 후보작 선정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사 기준에 따라 올려진 작품들은 각각 4편 내외로 대부분 겹치는 작품이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형식과 작품성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압축한 결과 두 작품이 남았다. 그중에서 정진희 시인의 불의 여우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오로라의 경험 또는 비유를 통해 자신의 젊은 시절과 견주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은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상실’, ‘혈우병’, ‘창백’, ‘겨울과 같은 부정적 시어가 1연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도 과거의 시련을 의미하는 듯하다. 2연에 와서는 겨자씨’, ‘새살’, ‘안간힘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마지막 연에서는 어둠 속에서 아름답고 화려한 오로라현상을 통해 지금의 평화로운 삶으로 복귀한다. 조금 범위를 넓혀 보면 지구의 부정적 현실을 오로라의 자연적 섭리를 통해 극복하는 희망적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리고 수상하신 정진희 선생님 축하드리며 앞으로 전북 시조를 더욱 빛내 주실 것으로 확신한다.


심사위원 : 우은숙 , 김종빈 , 김수엽 ()

 

[수상 소감 ]
 

상을 받는다는 것은 가슴을 뛰게 하는 일입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고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셨다는데, 저는 고향 전북에서, 그것도 작품상을 받게 되어 더할 수 없이 기쁘고 감사합니다.

불의 여우는 성경 속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시조입니다. 신화적 이미지를 쓴 이유는 개인적 체험과 맞물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우리의 깊은 상실이 치유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불의 여우는 치유의 불이며, 치유자의 옷자락이며,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생명의 불입니다. 저에게 시조를 쓴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옷자락을 붙잡는 일입니다. 잡히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믿는 것, 그 믿음이 언어가 되고 시가 되었습니다. 새벽에 잠 깨어, 오로라 같은 옷자락을 붙잡으려 했습니다. 시조를 읽는 분들이 그 옷자락의 치유를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오늘의 전북시조시인협회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누구도 전북시조가 이렇게 지역 시조단을 이끄는 큰 수레가 될 줄 짐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전국의 시조시인들이 앞다투어 가입을 희망하는 대표 시조시인협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상을 제정하고 제 시를 따뜻한 눈으로 읽어주신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끝내 저를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게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상자 약력 >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 • 시조집 『봄밤의 연금술』『왕궁리에서 쓰는 편지』• 제13회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 젊은 작가상 심사 소감 ]

 

2회 전북 젊은 시조 작가상 공모를 마감한 결과 작년보다는 많은 작품이 접수되었다. 접수된 작품을 가지고 지난 11월 심사위원들이 모여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입상자를 선정하였다. 시조는 아는 바와 같이 정형시다. 그러기에 형식과 작품성을 본 결과 대상에 이르는 작품은 없다고 판단하여 대상이 없는 최우수상 1명과 우수상 1, 3명의 장려상 입상자를 결정하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재혁 님의 작품 3편은 모두가 형식과 수준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우수상 박바로가 님은 얼쑤스터디에서 열심히 창작 공부를 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장려상을 받는 임한호 님을 비롯한 세 명의 장려상 입상자들도 조금만 공부한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분들이었다. 수상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전북 시조와 함께 활동해 가면서 대한민국 시조 문단에 위대한 시인으로 우뚝 서 줄 것으로 믿는다.

심사위원 : 우은숙 , 김종빈 , 김수엽 ()

 

[수상소감]
 

이재혁 (최우수상)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배워가는 과정에서 받은 상이라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문학을 계속해도 될 이유를 얻은 것 같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쓰며 스스로를 증명하고 발전하겠습니다. 전북시조시인협회의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바로가 (우수상) 학교시절부터 시조를 좋아했지만 생활에 파묻혀 그 아름다움을 잊고 살아왔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조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시조를 배우고 더 나아가 시조 짓는 즐거움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임한호 (장려상) 전북시조에 감사드립니다.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고에서 성장한 저는 지천명에 이르러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다시 고향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협회 공모전에 참가하며 삶을 조율하는 귀한 경험을 했고 오랜 투병 끝에 받은 수상 소식은 큰 용기와 위안을 주었습니다. 시조시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지금, 앞으로 협회에 물심양면으로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시인 김강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전북시조문학#전북시조문학상#정진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