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6월, 그리고 YOU월의 시낭송

6월, 호국의 달을 맞이하여 전국구 시 낭송 단체인 ‘시가온’에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영혼들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시 낭송을 한다.
‘시가온’의 낭송가들은 시와 더불어 농익은 지성의 열매들이다. 그 열매는 타고난 재능이 아닌, 오직 꾸준한 노력과 수없이 갈고, 닦음의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그 열매에서 풍기는 낭송의 향기는 관객에게 오감으로 스며들면서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 준다.
그들이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 잎들의 푸른 소리를 목소리에 담아 바로 옆 ‘서울시립미술관 지하 세마홀’에서 정기 공연 한다.
자연 속 바람 소리와 물소리, 풀벌레와 빗소리 등이 우리들에게 위안을 주듯이 시 낭송 또한, 운율과 선율, 그리고 너름새 동작까지도 보고 듣는 이의 마음에 살포시 스며들어 감동을 준다. 이러한 ‘시가온’의 심층에서 뿜어내는 무르익은 낭송의 과즙에 초여름 옷자락을 적셔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생각나는 시 한 편이 있어 시집을 꺼내어 옮겨 본다.
맹인(盲人)들의 호의
시인이 맹인들 앞에서 시를 낭독한다.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목소리가 떨린다.
손도 떨린다.
여기서는 문장 하나하나가
어둠 속의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처럼 느껴진다.
빛이나 색조의 도움 없이
홀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의 시에서
별빛은 위험한 모험이다.
먼동, 무지개, 구름, 네온사인, 달빛,
여태껏 수면 위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던 물고기와
높은 창공을 소리 없이 날던 매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읽는다 - 그만두기엔 너무 늦었기에 -
초록빛 풀밭 위를 달려가는 노란 점퍼의 사내아이,
눈으로 개수를 헤아릴 수 있는 골짜기의 붉은 지붕들,
운동선수의 유니폼에서 꿈틀거리는 등번호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벌거벗은 낯선 여인에 대해서.
침묵하고 싶다 - 이미 불가능한 일이지만 -
교회 지붕 꼭대기에 올라앉은 모든 성인들,
열차의 창가에서 벌어지는 작별의 몸짓,
현미경의 렌즈와 반지의 광채,
화면과 거울, 그리고 여러 얼굴들이 담겨진 사진첩에 대해서.
하지만 맹인들의 호의는 정말도 대단하다,
그들은 한없는 이해심과 포용력을 가졌다.
귀 기울이고, 미소 짓고, 박수를 보낸다.
심지어 그들 중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거꾸로 든 책을 불쑥 내밀며
자신에게 보이지도 않는 저자의 서명을 요청한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 p 422.
위의 시를 보면, 시각장애인들 앞에서 시 낭독 하고 있다. 시인은 색조와 빛, 구체적인 풍경 등 시각적인 표현이 들어간 대목에서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을 절감하고 있다. 왜냐면 시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없는 이해심과 포용력을 가졌다./귀 기울이고, 미소 짓고, 박수를 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 중 누군가가 다가와서는/거꾸로 든 책을 불쑥 내밀며/자신에게 보이지도 않는 저자의 서명을 요청한다.”
이들의 낭독을 대하는 자세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시 낭송가가 각골난망(刻骨難忘) 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