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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홍이 만난 세상 42] 주차장의 생선 쇼
세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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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평항 주차장에 들어서면 보통은 차들이 주인공이다. 반짝이는 검은 세단, 듬직한 파란 SUV… 그런데 오늘의 무대는 차가 아니라 생선이다. 두 마리 생선이 빨간 줄에 매달려, 마치 “이 주차장은 이제 우리가 접수했다”는 듯 당당히 흔들리고 있다.
생선은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차들은 그 옆에서 묵묵히 관객이 된다. 이 풍경은 마치 즉석 공연 같다. 제목은 “햇볕 아래 건조되는 자유”. 장르는 어촌 뮤지컬과 도시 풍경극 사이 어딘가.
웃긴 건, 생선이 매달린 줄이 빨간색이라는 점이다. 마치 레드카펫이라도 깔아둔 듯, 생선은 스타처럼 빛난다. 차들은 엑스트라로 서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심히 고개를 돌리지만, 사실 이 순간만큼은 생선이 진짜 주인공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한 건조가 아니다. 생선은 “나는 바다에서 잡혔지만, 지금은 주차장에서 말린다”라는 기묘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차들이 “우린 속도를 자랑한다”라고 말한다면, 생선은 “나는 냄새와 시간을 자랑한다”라고 대꾸하는 셈이다.
결국 궁평항 주차장의 생선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속도도 좋지만, 가끔은 주차장에서 말려보는 여유도 필요하지 않겠어?”
세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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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홍#퍼니컷#주차장생선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