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59] 송명원의 "새참"
새참
송명원
할아버지 할머니 농부들이
시청 앞에 모여
머리띠 두르고 경찰들과 맞서고 있다
개 사료보다 더 싼 쌀값 어쩌다 이래 됐나?
쌀 수입 그만하고 쌀값 폭락 책임져라!
큰 소리로 외치며 박수치고 있다
새참 먹는 시간
대치한 경찰에게 손 내미는 할머니
“우리만 묵으면 되겄나
한 개 묵어봐라”
가래떡 뚝 떼어준다
머리띠 두른 할아버지도
물병 하나 건넨다
“목 멕힐라
마시면서 무라”
―《동시발전소》(2024년 봄호)

[해설]
시골 인심, 어르신 인심
이 동시를 읽고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쌀 수입 개방에 반대해 농민들이 시위를 벌인 것은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들을 찾아보니 1991년, 1993년, 2002년, 2004년, 2006년, 2015년, 2022년, 2024년에 몇 차례씩 지방과 서울에서 농민들의 항의시위가 있었다.
동시 전문지에 동시를 전문으로 쓰는 시인이 발표한 것이니 동시임에 틀림없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다 읽어 주길 바라면서 써서 발표한 동시작품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쌀값 폭락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라고 농부들이 몰려와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그렸으니 이런 것도 동시가 될 수 있나? 고개를 갸웃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동시가 꼭 아이들의 세계만 담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동시는 아이가 사회를 알아가는 데 첫 단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작품의 분위기는 참으로 따뜻하다. 예전에는 쌀가마니를 불태우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지만 이 시위 장면은 웃음을 유발한다. 전투경찰들의 나이는 20대 초반이나 중반일 것이다. 좍 도열해 있지만 진압봉을 휘둘러 누구를 때리고 잡아가고 할 분위기는 아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노인분들이고 경찰은 손자뻘이다.
“우리만 묵으면 되겄나/ 한 개 묵어봐라” 하고는 떡가래를 내미는 할머니나 “목 멕힐라/ 마시면서 무라” 하는 할아버지나 이 젊은 총각 경찰들에게 아무런 원심(怨心)이 없다. 경찰이 시위대가 주는 것을 받아먹으면 안 될 텐데, 그래서인지 경찰이 먹었다는 얘기는 이 작품에 안 나온다. 안 나오지만 정이나 인심이 느껴진다. ‘농자천하지대본’이 진리지 수입쌀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작품도 동시가 될 수 있음을 송명원 시인이 입증하고 있다.
[송명원 시인]
2011년 동시 「고층 아파트」 외 11편으로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에 당선되면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동시집 『짜장면 먹는 날』『보리 나가신다』『시장의 법칙』『내 입은 불량 입』『나는 팝콘이에요』, 교단 수필집 『너희들의 봄이 궁금하다』『교실의 온도』를 냈다. 아이들에게 책의 좋은 점과 시 쓰기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지내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