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순의 삼삼한 음악이야기 27] 숨으로 리듬을 만든 여인, 엘라 피츠제럴드
재즈는 음표보다 공기가 먼저 흐르는 음악이다.
그리고 그 공기를 가장 완벽하게 다루었던 목소리가 바로 엘라 피츠제럴드이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다.
빠른 스캣(scat) 속에서도 숨은 흐트러지지 않고, 리듬은 밀리지 않으며, 공명은 탁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호흡과 리듬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숨이 먼저이고, 음은 그 위에 놓인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를 분석해보면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기류’이다.
그녀는 성대를 세게 붙이지 않았다. 과장된 벨팅도 하지 않았다. 대신 숨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리듬이 빠를수록 많은 가수들은 숨이 짧아지고 소리를 밀게 된다. 그러나 엘라는 오히려 더 가볍게 풀었다.
그녀의 스캣은 기교가 아니라 숨의 분배 능력의 산물이었다.
한 음, 한 음을 찍는 것이 아니라
공기 위에 리듬을 얹었다.
스캣은 호흡의 예술이다
스캣은 가사가 없다. 의미 대신 음절이 리듬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다. 말이 없으니 호흡의 통제가 곧 표현이 된다.

엘라 피츠제럴드는 빠른 패시지에서도 성대에 힘을 실지 않았다.
대신 기류를 미세하게 조절했다.
숨이 끊기지 않으니 프레이즈가 무너지지 않는다.
리듬이 살아 있으니 청중은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된다.
그녀의 노래는 ‘부른다’기보다 ‘흐른다’에 가깝다.
공기의 두께를 조절한 목소리
엘라의 음색은 두텁지 않다.
그러나 얇지도 않다.
그녀는 공기의 두께를 조절했다.

낮은 음에서는 숨을 깊게 깔고, 높은 음에서는 공기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 과정에서 성대는 긴장하지 않았다.
재즈는 과장이 아닌 균형의 음악이다. 과도한 힘은 리듬을 깨뜨린다.
엘라는 그 균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고음은 벨팅처럼 들리지 않으면서도 선명하게 공간을 채운다.
힘이 아닌 유연성
엘라 피츠제럴드는 목소리를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탄성을 유지했다.
성대는 닫히되 조이지 않고,
숨은 흐르되 새지 않는다.
이 구조가 완성되었을 때
재즈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이 살아난다.
그녀의 목소리는 강하지 않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진짜 힘이다.

재즈와 벨칸토의 공통점
재즈와 벨칸토는 전혀 다른 장르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숨’을 중심에 둔다.
벨칸토가 선율 위에 숨을 얹는 예술이라면,
재즈는 리듬 위에 숨을 얹는 예술이다.
엘라 피츠제럴드는
그 숨의 균형을 완성한 인물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과시가 없다.
억지가 없다.
그러나 흔들림도 없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이다.
맺으며
엘라 피츠제럴드는 목소리를 키우지 않았다.
대신 공기를 다루었다. 소리를 세게 내지 않았다.
대신 리듬을 지탱했다.
그녀는 노래를 밀지 않았다. 흐르게 했다.
재즈의 여왕이라 불린 이유는
화려한 기교 때문이 아니라 숨과 리듬, 공기의 균형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래는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힘을 쓰지 말고,
공기를 이해하라.”
Ella Fitzgerald and Duke Ellington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
https://youtu.be/myRc-3oF1d0?si=ZptFIyuNL2uLgPFm
Soprano 디바돌체 지영순 교수

이화여대 성악과 졸
이탈리아 빠르나조아카데미아 졸
이탈리아 오페라하우제아카데미 아디플로마
러시아 쌍페떼르부르그음악원 디플로마
오페라 라보엠,카르멘,휘가로의 결혼 등 주역 출연
주성대,청주대,서원대,경기대대학원 강사 역임
현, 뮤직라이프 대표,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