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2】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가라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가라
김선호
손주 놈 돌보믄서 배우는 기 참 많데이
늘그막에 아 맡으믄 꼼짝없이 매여 사니 인정사정 보지 말고 매정하게 내치라고 말이사 그래 하드만 그기 어디 쉽다드나 지 새끼가 낳은 자식 눈에 넣은들 아플까만 하는 짓 자시 보믄 천진하기 그만이라 재잘재잘 쏟는 말이 보고 들은 그대로레이 거실 바닥 어지러이 장난감도 벌려 놓고 안 씻네 밥 안 먹네 속도 더러 태우지만 마이쮸 유튜브 앞에선 자석처럼 달라붙드만
글도 아직 모르는디 그림 보며 쫑알대고 이 책 저 책 가져와서 읽어달라 졸라대믄 졸린 눈 비벼가믄서 책장을 넘긴데이 한 달에 한 권 남짓 그것도 어려운디 이놈은 하루에도 수십 권을 읽어대니 나중에 뭐가 되려나 꿈이 자꾸 부풀드만 요즘 아들 장난감은 너나없이 책이레이 그 속에 파묻혀서 흥얼흥얼 아는 체하니 아무리 힘이 들어도 볼 때마다 대견한 기라
옳거니, 책 읽는 버릇 여든까지 꼭 가레이

‘한국인들은 책은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 타기만을 고대한다’고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가 쓴소리를 했다. 2016년 <뉴요커>에 실린 이 칼럼으로 한국의 독서문화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제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탔으니 치욕적인 그 발언을 당장 취소하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까?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수험서나 잡지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 2017년 OECD가 발표한 성인의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는 5.9권인데 한국은 0.8권으로 하위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격이 높아지고 독서 열풍 또한 불러오기는 했어도 갈 길이 아직 멀다.
아이 키우는 집은 다 그렇지만, 유아도서가 넘쳐난다. 글자도 모르는 아이건만 정말로 읽는 것처럼 천연덕스레 줄줄 읊어낸다. 선생님이나 부모가 읽어준 걸 뇌리에 저장했기 때문일 테다. ‘할아버지, 이 책 읽어줘요’귀찮을 만큼 수북이 쌓아 놓는 손주가 대견하다.
곧 9월이다. 독서문화진흥법은 9월을 독서의 달로 정하고 각급 기관 단체마다 프로그램을 시행토록 권장한다. 독서문화 진흥에 관한 연구ㆍ발표 등 학술행사, 백일장ㆍ강연회ㆍ퍼포먼스 등 독서문화 진흥행사, 대중매체를 통한 계몽 및 홍보 활동 등 다양하다. 법으로 강제할 만큼 독서 문화가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이 땅의 손주들아, 제발 세 살 적 버릇을 여든까지 꼭 가지고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