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해설] 옛시조 2편 _이번 대통령은 멋쟁이이기를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92]
옛시조 2편
풍상이 섞어 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금분(金盆)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桃李)야 꽃인 양 마라 님의 뜻의 왈괘라
냇가의 해오라기야 무슨 일로 서 있느냐?
무심한 저 고기를 엿보아 무엇 하려느냐?
두어라 한 물에 있으니 엿보다 딴짓하지 말아라

[해설]
이번 대통령은 멋쟁이이기를
3일 저녁이면 새 대통령이 누군가 판가름이 난다. 인품도 훌륭하고 경륜도 풍부해 이번에 대통령이 된 분은 역대 누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임기를 마치기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고 위기의식까지 느끼게 된다. 새 대통령은 임기 중에 이 두 가지 일을 해주면 좋겠다. 옛시조에 나오는 내용을 예로 든다.
명종이 신하들이 있는 홍문관에 황국화를 금분에 담아 선물하니 송순이 시조를 지어 감사함을 표했다. 금분은 금으로 만든 화분이요 옥당은 홍문관의 별칭으로 요즘 치면 비서실이다. 국화는 가을에 한결 세어진 바람과 서리를 이기고 피어나는 의지의 꽃이다. 도리는 복숭아와 자두이므로 심지가 굳지 않고 경거망동하는 사람을 비유한 것이다. 임금이 하필이면 이 꽃을 선물한 뜻을 알겠으니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신흠은 명종 때 태어나 선조와 광해군을 거쳐 인조 때 죽었다. 선조 때 별시에 급제하였고 인종 때 영의정을 했다. 신흠이 보건대 해오라기는 상대방을 비방하고 해치는 일을 잘하는 간신배다.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는 충신이라고 할까 선량한 신하라고 할까. 파가 다르다고 상대방을 못 잡아먹어 난리 치는 당파싸움을 하지 말자는 뜻이 담긴 시조다.
신흠은 송응개가 이이를 비판한 탄핵문이 부당하다고 항의했다가 당시 실권을 잡고 있던 동인으로부터 배척을 받아 최하 말직인 성균관학유로 밀려났지만 그 자리에서 직분을 다하자 선조의 신임을 받았다. 여러 벼슬을 하면서 당파싸움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래서 왕들의 신임을 받았다. 인조반정 이후 영의정과 좌의정을 했다.
이번에 대통령이 된 분은 편파 등용을 하지 않고 정치보복도 안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비를 털어 어느 소방서의 소방관들에게 금일봉을 준다면? 미화원에게 내복을 선물한다면? 미담의 주인공에게 직접 상금을 준다면? 대통령 자신이 미담의 주인공이 된다면?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