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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시조 20] 이구학의 "가면의 나라"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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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나라 [시조 : 이구학 시인 , 만화 :류우강 기자]

가면의 나라 - 자화상 8

이구학

가면의 나라에서는
가면을 써야 한다며

 뜰 앞의 동백꽃이 
하얀 너울 쓰고 있다 

대문을 
나서는 나도
철가면을 하나 쓴다.
  

현대 사회의 가면과 잃어버린 얼굴 - 이구하의 가면의 나라」
 

 - 류안 시인 
 

이구학의 시조 「가면의 나라」는 현대 사회의 동조 압력과 개인 정체성의 상실을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다. 시인은 짧은 시조 형식 속에 사회적 위선과 침묵,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초장에서 “가면의 나라에서는 / 가면을 써야 한다며”라는 구절은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태도와 감정의 억제를 상징한다. 여기서 ‘가면’은 단순히 얼굴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자신을 숨기는 행위, 곧 자기 검열과 순응의 은유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개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연의 얼굴을 감추어야 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중장에서는 “뜰 앞의 동백꽃이 / 하얀 너울 쓰고 있다”라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붉은 동백은 생명력과 개성의 상징이지만, 눈에 덮여 ‘하얀 너울’을 쓴 모습은 억눌린 아름다움과 침묵을 나타낸다. 이는 자연조차도 가면을 쓰고 있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회적 침묵과 감정의 억제를 자연의 이미지로 치환한 시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위장과 침묵 속에 잠겨 있음을 보여준다.


종장 첫 구절 “대문을 / 나서는 나도”는 화자의 결심을 드러낸다. 대문을 나선다는 행위는 내면의 결단과 외부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하며,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 사이의 갈등을 내포한다. 그러나 화자는 결국 사회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며, 이는 저항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태도이다.


마지막 구절 “…철가면을 하나 쓴다”는 강렬한 반전으로 작품을 마무리한다. 철가면은 단순한 가면이 아니라 감정과 인간성을 차단하는 무거운 방어구로, 자기 보호이자 체념, 혹은 강한 저항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화자는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하며 살아남기를 선택한다. 이는 개인이 사회 속에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자기 위장의 모습이다.


이 시조는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 가면은 우리를 보호하는가, 아니면 우리 자신을 잃게 하는가. 「가면의 나라」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며, 현대인의 고독과 내면의 진실을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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