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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84] 김대영의 "수박씨 전투"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84] 김대영의 "수박씨 전투"

이승하 시인
입력

수박씨 전투

 

김대영

 

두두두두

커다란 소파 너머

검은색

수박씨 포탄이 넘어온다.

으아아악

항복이다. 하얀 깃발

하지만

용서 없는 씨앗 전투

그러다가

막내에게 넌 누구 편이야.

물어보면 난 엄마 편이야.

드러나는

수박씨 포탄이 일으킨 참사

나와 둘째 등 뒤에 엄마 손 표 참사

 

—『수용자 종합문예지 새길 부록』(법무부 교정본부, 2022)

 

  

수박씨 전투 _김대영 [ 이미지:류우강 기자]

 [해설]

 

  아이가 셋인가? 첫째, 둘째, 막내. 부모팀과 아이팀이 아니라 남자팀과 여자팀이 수박을 들고 씨앗을 총알로 삼아 두두두두 불면서 총싸움을 하고 있다. 눈싸움만큼 재미있는 놀이가 수박씨 전투 놀이다. 그런데 놀이 중 배신자가 나왔다. 아빠가 막내아들에게 넌 누구 편이야?” 하고 물어보았더니 난 엄마 편이야라고 하지 않는가. , 뭐 이래. 내 편이었는데 어느새 적이 되어 아빠를 공격하고 있지 않은가. 내 편은 둘째뿐인데 엄마 손 표의 집중포화로 수박씨를 온 얼굴에 맞는 대형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수박씨 전투 놀이를 해보시라. 멀리 쏘기 대회를 해도 좋고 홀짝 놀이를 해도 좋다. 가족 간에 하는 오목, 화투, 장기, 윷놀이가 다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놀이를 하려면 최소 4명은 있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여. 학교 운동장에 찾아가서 아들과 제기차기를 해본다면? 때려야 도는 팽이놀이의 재미를 가르쳐준다면? 100미터 달리기를 같이 해본다면? 나는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태워주곤 했는데 학교에 가면서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짜식, 아빠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 동시는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는 이가 쓴 것으로 수용자 종합문예지에 실려 있던 것을 연초에 캘린더를 만들면서 넣었다. 아마도 이 동시를 쓴 이는 자기가 아빠로서 아이들과 수박씨 전투를 해보았기에 이렇게 쓴 것이 아닐까? 그리고 틀림없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이 동시를 썼을 것이다. 형기를 무사히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또다시 수박씨 놀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나처럼 아이가 커 심리적으로 슬하를 떠나면 할 수 없겠지만.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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