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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지역과 만나다《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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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지역과 만나다《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화가 박영석 기자
입력

  

서울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  4월 22일 ~ 6월 25일  

서울 강서구(구청장 진교훈) 겸재정선미술관(관장 송희경)은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 주요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과 이응노, 변관식 등 국내 근현대 동양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전시를 오는 2025422()부터 625()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는 수준 높은 유물을 공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자, 지역 문화 향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시로 주목된다.

 

겸재정선미술관

중앙에서 지역으로 예술을 잇는 국공립미술관, 문화 활성화의 거점으로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대학 박물관 등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고품격 유물과 작품을 대여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공공미술관으로서 단순한 전시를 넘어, 지역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전시 주제에 맞춘 깊이 있는 작품 구성과 철저한 전시환경 준비를 통해 수준 높은 기획력을 보여준다

  금강산, 시대와 감성의 변화를 담다

 

이번 전시주제는 금강산이 지니고 있는 의미의 변화를 조망한다. 전시는 Part 1. 성지에서 진경으로, Part 2. 기억과 심상의 공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Part 1에서는 조선시대에 종교적 상징과 이상적 자연으로 인식되었던 금강산이 후기에는 실제 유람의 대상이 되며 진경산수화로 표현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Part 2에서는 금강산이 경관의 재현보다는 기억, 상상, 경험을 통해 재구성된 풍경으로 나타난다. 전통을 계승하거나 해체하고, 다양한 매체와 감각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금강산을 다시 호명하는 작품을 살펴본다.

 

 국립중앙박물관·왜관수도원 소장품, 공립미술관 최초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공립미술관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희귀 소장품들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傳 김홍도 《해동명산도(海東名山圖)》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장 《겸재정선화첩(謙齋鄭敾畵帖)》은 각각 조선 후기와 진경산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 역사성과 예술성이 높이 평가된다. 두 작품 모두 작품 보호를 위해 정해진 일정에 따라 부분 교체 전시되며, 관람객은 기간별로 다양한 작품 면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접하기 어려운 귀중한 소장품이 공립미술관에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작품 교체는 515(), 65()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서울대학교·성균관대학교 유물전시, 대학 소장품의 공공적 가치 실현


전시에는 국내 유수의 대학 박물관이 소장한 수준 높은 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겸현신품첩(謙玄神品帖)》과 성균관대학교박물관 소장 《동유첩(東遊帖)》 등은 금강산의 다양한 면모를 시기별로 조명하며, 학문적·미학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대표적 유물이다. 이번 전시는 공립미술관과 대학이 협력해 문화 자산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이 재해석한 오늘의 금강산

 

금강산은 조선시대를 넘어 근현대 동양화 작가들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변관식의 《금강사계》, 이응노의 《몽견금강》, 김호득의 《구룡폭》, 김선두의 《금강지춘》 등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작품들은 실경의 재현을 넘어, 감성적 해석과 조형적 실험을 통해 오늘날 금강산의 새로운 얼굴을 제시한다.

 

  전시를 위한 전문 시설 환경 구축

 

이번 전시는 작품 유치 단계부터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대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겸재정선미술관은 항온항습기와 자동문 등 시설을 개선하였다. 이는 작품의 안전한 보존은 물론, 관람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 조치로, 미술관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김진호 강서문화원장은 겸재정선미술관 개관 16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가 지역민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으며, 송희경 관장은 전시 환경 개선부터 유물 대여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모든 기관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전시가 공공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주제별 주요 출품작 소개

 

. 성지에서 진경으로

 

예부터 금강산은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세간에서 유명한 명승지였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그 빼어난 경치를 시, 기행문, 그림으로 표현하며 이상적인 자연의 상징처럼 여겼다. 그리하여 금강산이 꼭 가보고 싶은 유람의 대상이었으나 직접 방문하지 못할 경우에는 금강산 그림을 감상하며 그 경관을 가까이 두고자 했다. 그만큼 금강산은 조선 선비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한 장소였다.

겸재 정선은 여러 차례 금강산을 유람하고 실제 자연과 자신의 체험을 화폭에 담아내는 진경(眞景)산수화를 제작했다. 겸재 정선 이후에도 금강산은 선비들이 꾸준히 탐승하고 싶은 명승지였다. 정조의 명을 따라 금강산 일대기를 사생하며 관동지역과 금강산 일대를 사생하여 남긴 김홍도의 《해동명산도》, 금강산 유람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이풍익의 《동유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성지에서 진경으로>에서는 조선시대 화가들이 금강산을 화폭에 재현하는 다양한 방식이 제시된다. 이러한 작품군을 통해 금강산의 명승명소를 관찰하고 탐색하되 이를 화폭에 재구성하면서 진경이라는 개념을 실현하는 과정이 파악된다.

 

정선 왜관수도원 소장 화첩“, 전 김홍도 《해동명산도》 구립미술관 최초 전시

정선, 《겸재정선화첩(謙齋鄭敾畵帖)》,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장
정선, 《겸재정선화첩(謙齋鄭敾畵帖)》,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장

《겸재정선화첩》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소장품으로, 전통 문화재의 국외 반출과 반환 과정을 추적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화첩은 한국을 방문한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1925년 금강산을 여행하던 중 구입하여 독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상트 오틸리엔(St. Ottilien) 수도원에 소장되었다가 200510월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되어 소장된 작품이다. 국내에서 알려지게 된 것은 1975년으로, 당시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유준영 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이 화첩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이 화첩에는 진경산수화, 산수인물화, 고사인물화 등을 포함하여 총 21점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은 <금강내산전도(金剛內山全圖)>, <만폭동도(萬瀑洞圖)>, <구룡폭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서울대,성균관대학박물관 소장품, 금강산 진경산수의 진수 공개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겸현신품첩》은 겸재 정선과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의 작품을 모은 화첩이다. 이중 금강산 그림으로는 <혈망봉도(穴望峰圖)><만폭동도(萬瀑洞圖)>가 있다

혈망봉과 만폭동은 모두 내금강에 위치한 명소로, 주로 금강내산(金剛內山)을 화폭의 주제로 삼았던 정선의 특징을 보여준다

정선, <만폭동도(萬瀑洞圖)>, 《겸현신품첩(謙玄神品帖)》, 18세기, 비단에 수묵담채, 33.3×22.0c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해동명산도(海東名山圖)》는 1788년을 전후로 김홍도와 김응환(金應煥)이 정조의 어명으로 약 50일간 관동과 금강산 지역을 여행하고 그린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의 초본으로 여겨진다. 1998년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총 32면이 전하고 있으며, 각 폭에는 표제와 함께 화폭의 순서가 쓰여있다. 그중 금강산 여정에 해당하는 부분은 13면으로, 30면 해금강 삼일포(三日浦)부터 60면 피금정(披襟亭)까지다

섬세한 필묵으로 묘사된 이 작품은 이후 제작된 이풍익의 《동유첩》, 이의성의 《해산도첩》 등의 모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 김홍도, 《해동명산도(海東名山圖)》, 1788년 이후, 종이에 먹, 각 30.5×43.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전 김홍도, 《해동명산도(海東名山圖)》, 1788년 이후, 종이에 먹, 각 30.5×43.0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동유첩(東遊帖)』은 이풍익이 금강산을 유람한 후 제작한 일종의 시문(詩文) 화첩으로, 기행문인 「동유기(東遊記)」와 「동유시(東遊詩), 금강산 그림 28폭이 포함되어 있다. 28폭의 금강산도는 전 김홍도의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 60폭》에서 다루어진 화제(畵題)와 구도, 형상 면에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특히 각 그림에는 해당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유래를 설명하는 시문 28편이 함께 수록되어, 객관적 정보에 대한 시각자료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보 중심의 유람기는 20세기 금강산 관광이 근대화되면서 출간된 금강산 안내서나 전문서적과도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이풍익, <총석정(叢石亭)>, <수미탑(須彌塔)>, <단발령(斷髮嶺)>, 《동유첩(東遊帖)》, 1825-1938, 종이에 수묵채색, 20.0×26.6cm, 성균관대학교박물관 소장
이풍익, <총석정(叢石亭)>, <수미탑(須彌塔)>, <단발령(斷髮嶺)>, 《동유첩(東遊帖)》, 1825-1938, 종이에 수묵채색, 20.0×26.6cm, 성균관대학교박물관 소장

 

. 기억과 심상의 공간

 

20세기 이후 금강산의 여정과 함의는 변화한다. 일제강점기의 관광 개발로 금강산에 관한 감상 코드는 달라졌고, 해방 이후 분단 상황으로 누구나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 특히 이러한 상황으로 금강산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더욱 강력한 상징이 되었다. 이에 작가들은 현실이 아닌 내면의 꿈, 기억의 풍경으로 금강산을 그려냈다. 실경을 토대로 재해석, 변형하며 감성의 풍경으로 변신한 작품들도 탄생되었다.

<기억과 심상의 공간>에서는 금강산이 동시대의 언어로 호명되는 과정이 확인된다

작가들은 본인의 방식으로 금강산을 이해하고 분단이라는 현실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복원했다. 닿을 수 없는 공간이지만, 금강산은 여전히 수수만년 아름다운 이상향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이응노, 변관식 등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의 금강산 재해석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변관식, 《금강사계(金剛四季)》, 1960, 종이에 수묵담채, 각 124.5×32.0㎝, 인주문화재단 소장
변관식, 《금강사계(金剛四季)》, 1960, 종이에 수묵담채, 각 124.5×32.0㎝, 인주문화재단 소장

<금강사계>는 총 6폭으로 구성된 사계절 산수화이다. 1폭과 2폭에는 내금강 마하연(摩訶衍)과 외금강 구룡폭(九龍瀑)의 봄이, 3폭 해금강, 총석정(叢石亭)에는 여름이 그려져 있다. 4폭 외금강 만물상(萬物相)5폭 외금강 삼선암(三仙岩)은 가을, 6폭 외금강 대성매화독경암(大聖梅花讀經庵)은 겨울이 표현되었다

그중 1폭부터 5폭까지는 실제 금강산의 지명이지만, 6폭은 실제 사용하는 지명이 아니라는 점에서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공간으로 추정된다.

 
 
이응노, <몽견금강>, 1966, 종이에 수묵담채, 64.3×66.3cm, 고암문화재단 소장
이응노, <몽견금강>, 1966, 종이에 수묵담채, 64.3×66.3cm, 고암문화재단 소장

<몽견금강>은 이응노가 파리에 정착한 이후에 제작된 작품이다. 일필휘지한 빠른 먹선으로 산봉우리의 형태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파리에서 금강산 꿈을 꾸고 풀어놓은 추상화이다. 이는 그의 저서 『동양화의 감상과 기법』(1955)에서 제시되었던 반추상양식으로, 단순화된 형태와 작가의 주관적인 조형의도를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양식은 1950년대 현실적인 사회를 반영한 이응노의 작품들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정선 붓끝에서 김호득 김선두 황인기의 레고 작품까지, 시대를 아우른 금강산 작품 대거전시

 
김호득, <구룡폭>, 1999, 광목에 수묵, 476.0×150.0cm
김호득, <구룡폭>, 1999, 광목에 수묵, 476.0×150.0cm

<구룡폭>은 외금강 구룡폭포를 주제로 그린 작품이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바위를 진한 먹으로 거칠게 그려내어 여백으로 남은 폭포가 생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폭포 작업은 1997년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꾸준히 전개되었다. 당시 작가는 미술잡지 『공간』 4월호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폭포> 연작을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와 비교한 바 있다. 겸재의 작품에서는 괴량감과 중량감이 돋보이는 것에 반해, 김호득의 작품은 일필휘지의 생생한 동세와 즉흥성, 기운생동(氣韻生動)함이 표현되어 있다

 

 

《금강지춘》 은 1999년에 작가가 금강산을 실견하고 남은 심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19세기 이후 민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던 금강산도를 방()한 작품이다. 민화 금강산도는 특정 장소와 봉우리, 사찰이 관념화된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금강지춘》 에서는 민화에 등장하는 봉우리의 관념적인 도상이 나열된 것으로 보이지만, 봉우리의 모양에 숨겨진 작가의 유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작품의 하단에 그려진 작은 인물의 형상은 인간의 미약한 모습과 대비되는 거대한 자연의 상징으로서 금강산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김선두, 《금강지춘》, 2025, 장지에 먹, 140.0×560.0cm
김선두, 《금강지춘》, 2025, 장지에 먹, 140.0×560.0cm
황인기, <오래된 바람>, 2017, 플라스틱블럭, 240.0×336.0cm
황인기, <오래된 바람>, 2017, 플라스틱블럭, 240.0×336.0cm

<오래된 바람>은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도>의 방작(倣作)이다. 그는 전통적인 작업 주제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료를 결합하여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레고블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내금강 뒤에 구성된 형형색색의 정사각형은 각 점이 모여 작은 하나의 픽셀을 만들고 그 픽셀이 모여 다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디지털 산수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전시 관람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 관람료는 성인 1,000, 청소년 및 군경 500(단체 관람 시 성인 700, 청소년 및 군경 300)이다. , 6세 미만 및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관람 대상자이다

전시 관련 문의 02-2659-2206~7 

화가 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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