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기자의 시선] "머루처럼 살아낸 사람들: 대한민국 민초의 이야기"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골짜기 덤불 속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머루. 화려하지도, 탐스럽지도 않지만 결국 작은 열매를 맺는 그 머루처럼, 이 땅에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묵묵히 제 몫을 다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민초’들이었다.
이른 새벽, 시장 좌판을 펴는 할머니의 손끝에서는 삶의 의지가 느껴진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의 모습은 작지만 단단한 머루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머루처럼 누군가의 시선에서 비껴가 있을지라도, 그들은 늘 자신의 자리에서 열매를 맺기 위해 뿌리내리고 있었다.
서울의 재개발 구역, 철거를 앞둔 골목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크게 가진 건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어. 손자놈 밥은 굶기지 않으려 했지.” 그의 삶에는 화려한 성취 대신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고, 그로 인해 삶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머루는 자생력이 강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볕 들지 않는 자리에서도 꿋꿋이 자란다. 민초들의 삶도 그랬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때론 제도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삶을 지켜냈다. 그러한 삶은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였다.

문제는 머루 같은 존재들이 쉽게 잊히고 무시된다는 데 있다. 화려한 포도에 가려 그 존재를 모른 채 지나치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종종 소외된 이들의 삶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바로 그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지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의 삶을 알아보고 보듬는 것이다. 작은 열매 하나를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했는지를 인정하는 일, 그리고 그 노력에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일이다. 위로는 특권이 아닌, 연대의 출발점이다.
머루는 그 자체로 귀하다. 크지도, 달지도 않지만 해마다 스스로를 증명해낸다. 민초들의 삶도 그렇다. 가난했지만 비루하지 않았고, 고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격려할 차례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초들의 나라다. 머루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그들의 삶은 꿋꿋이 열매를 맺어왔다. 이 땅 위 모든 머루들에게,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길 바란다.
머루에게/ 이종희 [ 뮤직비디오]
머루에게/ 이종희
[Verse 1]
가난한 머루는
세상이 부끄러운지
작은 가지 끝에
살며시 익어가네
[Verse 2]
거친 흙, 메마른 가지
햇살조차 모자라던 날
오르고 오르고 또오르고
[Chorus – 반복]
그 모습 그대로, 괜찮아
그 모습 그대로, 고마워
작아도 너는 충분히 빛나
그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해
[Verse 3]
말없이 올랐던 그 모습
보잘 것 없어 보여도
너는 너대로
최선을 다했단 걸
[Chorus – 반복]
그 모습 그대로, 괜찮아
그 모습 그대로, 고마워
작아도 너는 충분히 빛나
네 모습 그대로 사랑해
바로 그 모습 그대로
[Chorus ]
그 모습 그대로, 괜찮아
그 모습 그대로, 고마워
작아도 너는 충분히 빛나
네모습 그대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