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노이드178, 이희상 개인전 《SNOW WHITE : Interviews with the Gods》 개최
서울 성북구 아트노이드178에서 이희상 작가의 개인전 《SNOW WHITE : Interviews with the Gods》가 2026년 4월 15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백설공주라는 익숙한 동화적 아이콘을 오늘의 감각과 철학으로 다시 불러내며, 신성·믿음·주체성의 문제를 동시대적으로 사유하는 자리다. 아트노이드178은 이번 전시를 “맹목의 어둠을 들추고 마주한 진실한 믿음을 향한 모험”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희상은 그간 ‘백설공주의 외출’이라는 테마 아래, 영원한 젊음과 가짜 행복 속에 머물던 백설공주를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실존적 주체로 변모시켜 왔다. 이번 전시에서 백설공주는 다시 한 걸음 나아간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이 반사된 거울 속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거울 안으로 들어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들과 마주하며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된다.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부여받은 나와 신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근원적 물음은 이번 전시의 테마다.

작가가 말하는 신성은 절대적이고 외부적인 권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믿음이 발생하는 마음의 구조, 그리고 그 믿음을 선택하는 주체의 태도에 가깝다. 작품 〈일체유심조〉와 〈위대한 오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부처를 본 적 없는 한 여성이 슈렉 피규어를 부처로 오인해 기도했다는 실제 일화는, “내가 신이라 믿으면 그것이 곧 신이 된다”는 역설적 통찰로 이어지며,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의 메시지를 오늘의 이미지 문화와 접속시킨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신을 향한 질문이 전통 종교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BTS의 응원봉인 ‘아미밤’을 든 백설공주를 통해 오늘날 젊은 세대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기꺼이 추종자가 되는 심리를 포착한다. 거대 종교가 삶의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시대, 아이돌은 누군가에게 안식처이자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실존적 나침반이 된다. 이희상은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재단하기보다, 현대인이 믿음을 형성하는 방식 자체를 예민하게 관찰하며 회화로 치환한다.

작품 속 백설공주는 더 이상 순결한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핑크빛 머리, 커다란 눈, 현대적 소품과 대중문화의 상징을 지닌 인물로 다시 태어나, 불상과 대면하고, 벚꽃 아래 দাঁ서고, 기묘한 신상(神像)과 마주한다. 검은 배경 위에 부유하는 인물과 상징들은 꿈과 현실, 신화와 소비문화, 숭고와 키치의 경계를 교란한다. 이 조합은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오늘의 시선이 어떻게 신성을 만들고 소비하며 오해하는지를 보여주는 회화적 장치다. 포스터와 작품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강렬한 대비와 서사적 구도는 전시의 문제의식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부각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전시가 시간의 유한성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작가가 한강의 소설 속 질문과 공명하며, 결국 ‘무한한 신성’보다 ‘소멸해가는 존재의 찬란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한다. 겨울 동백의 붉은 바다를 지나 벚꽃의 만개로 향하는 여정, 그리고 작품 〈유한, 더없이 눈부신〉은 바로 그 유한한 생의 숭고를 증언한다. 영원히 썩지 않는 가짜 신성보다, 사라지기에 더 눈부신 존재의 진실을 선택하는 태도는 이번 전시의 정서적 중심축이라 할 만하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330,000,001번째 신〉, 〈시바신 비트코인을 목에 걸다〉, 〈가시 돋친 평온〉 등 총 17점이 소개된다. 관람객은 백설공주의 여정을 따라가며, 타인이 규정한 운명의 프레임을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을 믿는 세계와 조우하게 된다. 이는 외부의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용기, 그리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존재만이 도달할 수 있는 믿음의 형식을 묻는 전시이기도 하다.
아트노이드178은 ‘경계-감각-언어’의 관계를 탐구하며 비판적 사유를 담은 동시대 미술을 소개해온 공간이다. 이희상의 이번 전시는 그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동화와 종교, 대중문화와 철학, 믿음과 오인의 층위를 한 화면 안에 병치시키며, 오늘 우리가 무엇을 신이라 부르고 무엇에 의지하며 살아가는지를 되묻게 하기 때문이다.
《SNOW WHITE : Interviews with the Gods》는 결국 신을 찾아 나선 백설공주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내면에 깃든 믿음의 근원을 더듬는 동시대인의 자화상이다.
전시 정보
- 전시명: 이희상 개인전 《SNOW WHITE : Interviews with the Gods》
- 기간: 2026년 4월 15일 ~ 5월 5일
- 관람시간: 오후 1시 ~ 6시
- 휴관: 월요일, 화요일
- 장소: 아트노이드178
- 주소: 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6길 8-5, B1
- 관람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