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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아카데미] "서지희, 김해정"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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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아카데미] "서지희, 김해정" 시조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비 오는 날

 

서 지 희

 

 

똑똑 실로폰 소리가 우산으로 떨어진다

도래미파 솔라시도 신나는 친구 되어

두 귀를 두드리면서 마음까지 환해진다

 

주인은 음치인데 박자도 잘 맞아

공부는 지루하지만 딩동댕 신이난다

노래를 부르게 만든 고마운 음악선생님

 

<이보영 지도교사 추천>
 

비 오는 날 [이미지:류우강 기자]

 

해님

 

김해정

 

 

맬 아침 어김없이 동산에서 출근한다

온종일 눈 부시는 금빛을 보내 준다

가끔은 몸이 불편한지 구름 이불 덮는다

 

<정희경 지도교사 추천>

 

해님 [ 이미지: 류우강 기자]

 

어린이 시조는 단순함과 순수함을 구현한다. 시조 특유의 삼장육구 형식(초장–중장–종장)에 어린이의 눈높이를 담아, 불필요한 수식어 없이도 세계의 본질을 드러낸다. 아이들이 느끼는 자연과 사물에 대한 경이로움이 짧고 맑은 언어로 압축된다. 어린이 시조는 관념적 표현보다 직관적 이미지로 감각을 자극한다.
 

"똑똑 실로폰 소리가 우산으로 떨어진다"와 같은 표현은 시적 화자의 감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생생함으로 독자를 이끈다.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는 색채는 밝고 선명하다. 그리고 전통 시조의 운율은 어린이 시조에서 한층 더 유희적으로 다듬어져, 노래처럼 낭송되는 즐거움을 준다.

 

 "맬 아침 어김없이 동산에서 출근한다"처럼, 어린이 시조는 단순성의 고귀함, 감각적 진실, 형식미의 유연함으로 빛나며, 한국 시형의 전통에 순수한 동심의 색을 더하는 독자적인 미학을 이룬다. 어린이 시조는 세계와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의 언어다.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고 관계를 맺으며, 존재에 대한 최초의 질문을 시로 승화한다.

 

형식의 보수성을 유연하게 확장하고, 시조의 생활화와 교육화에 기여하며 시조를 접하는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운율과 언어의 질서를 익히게 된다. 학습으로서의 시가 아니라 놀이로서의 시가 실현되는 장르다. 어린이 시조는 "우리말"과 "우리 정서"의 뿌리를 배우는 통로이며 세계화 시대에 고유한 언어 문화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어린이 시조는 단순한 아동문학을 넘어, 교육적·문화적 가치의 통합을 실현하는 특별한 장르다. 순수함의 미학으로서 문학과 교육의 가교라는 점에서 깊이 있는 의의를 갖는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자작 시조로 찾아온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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