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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에서 만나는 ‘불가피하게 빛나는 것’…고단한 삶의 이면에서 발견한 예술의 빛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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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촌서 9월 17일~10월 16일 개최…김미련·노영미·우주연·임태욱·천금량·트레이시 에민 참여 이상·김수영·푸쉬킨의 문학적 사유에서 출발…이동과 이방성, 저항과 실존의 순간을 6인 여성작가의 시선으로 조명

경남 고성 청년예술촌에서 삶의 고단함과 이동, 이방인의 시선, 저항과 그 이면에 자리한 진실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 전시 《불가피하게 빛나는 것 What Inevitably Shines》이 지난 9월 17일부터 오는 10월 6일까지 열렸다.

전시포스터

이번 전시는 소설가 이상이 남긴 “몸이 피곤으로 흔들릴 때 영혼은 새 동전처럼 빛난다”는 문장에서 출발한다. 육체의 피로와 삶의 흔들림 속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인간의 내면과 창작의 힘을 바라보는 전시다.

 

전시는 이러한 이상의 문학적 사유를 창작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으로 바라본 김수영의 시학, 그리고 자유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푸쉬킨의 시적 정신으로 확장한다.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의 문학적 언어는 이번 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창작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는다.

 

특히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것은 유목성, 이동, 이방인의 시선, 저항, 그리고 표면 아래 존재하는 진실이다. 고정된 하나의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각자의 삶과 창작의 경계를 이동해 온 작가들은 피로와 불안, 낯섦이라는 삶의 조건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간을 응시하고 작업의 동력으로 전환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김미련, 노영미, 우주연, 임태욱, 천금량과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등 6명이다. 서로 다른 매체와 조형언어를 사용하지만, 삶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순간 드러나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김미련은 독일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수집한 식물을 한 화면으로 불러들인다. 

 

식물을 직접 채집하고 이를 스캐노그라피 방식으로 기록하는 그의 작업은 장소와 시간이 중첩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포착한다. 식물은 자연의 기록인 동시에 이동하는 작가 자신의 삶과 시간에 대한 흔적이 된다.

노영미, 자연 풍경과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 이방인의 시선에서 경험하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드러낸다.

노영미는 회화와 영화를 넘나들며 움직임과 시선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진실의 표면을 탐구한다. 

 

전시에 선보인 작업에서는 일상의 사물과 자연, 생명체가 낯설면서도 시적인 장면으로 재구성된다. 물이 담긴 투명한 유리잔 속 꽃과 그 주변을 떠도는 나비의 모습은 현실적인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작품 속 투명한 용기는 작은 세계를 담아내는 하나의 공간이 되고, 꽃과 나비는 그 안팎을 오가며 정지와 움직임,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대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층위를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주연, 물과 꽃이 담긴 투명한 용기 주변의 나비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정지와 움직임의 경계를 시각화한다.

우주연은 미국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이방인의 감각을 작업으로 옮긴다.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익숙한 것과 낯선 것,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과정이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이중적 시선을 통해 일상의 장면 속에 숨어 있는 긴장과 고단함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에서 자연의 풍경과 식물 이미지는 하나의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중첩된다. 

 

실제 풍경과 기억 혹은 감각적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하나의 화면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공존한다. 이 같은 화면은 타국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경험하는 복합적인 정체성과 시선의 층위를 떠올리게 한다.

임태욱, 이미지와 재료의 층위를 통해 눈앞의 표면 너머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과 사물의 이면을 탐색한다.

임태욱은 렌티큘러의 시각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관람자의 위치와 시선이 변함에 따라 이미지 역시 달라지는 렌티큘러는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이 결코 하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표면에 나타난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그 뒤편에 존재하는 또 다른 가능성이다. 관람자의 이동 자체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보는 위치에 따라 진실 역시 달라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천금량, 강렬한 푸른 바탕과 황금빛 그릇의 대비를 통해 흙과 불을 견뎌온 도자의 시간과 인간 삶의 흔적을 환기한다.

천금량은 문경에서 태어나 성장한 지역적 기억과 도자기의 물질성을 회화로 끌어들인다. 

 

작품 속 그릇은 단순한 생활용기가 아니다. 오랜 세월 흙을 빚고 불을 견디며 완성되어 온 도자의 역사와 인간의 시간이 중첩된 존재로 등장한다. 푸른 화면 위에 놓인 황금빛 그릇은 강한 색채 대비를 통해 화면 밖으로 떠오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표면의 거친 흔적과 질감은 매끈하게 이상화된 도자기의 모습보다는 흙과 불을 통과한 물질의 시간을 강조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노동과 피로, 견딤과 치유가 공존하는 삶의 상태를 드러낸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인 트레이시 에민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 상처와 욕망을 솔직한 시각언어로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많은 선이 축적돼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Tower’ 작품을 통해 개인적 고단함과 실존의 문제를 드러낸다. 반복되는 선은 흔들리면서도 끝내 하나의 형상을 이루며, 불완전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지속시키는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은 화려한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각각의 작가가 지나온 시간과 장소, 신체적 경험을 조용히 드러낸다. 그릇과 식물, 나비와 꽃, 풍경, 선과 이미지의 중첩 등 서로 다른 조형적 요소들은 결국 ‘견디어 온 시간’이라는 공통의 지점에서 만난다.

 

전시 제목인 ‘불가피하게 빛나는 것’은 역설적이다. 

 

빛은 선택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고단한 삶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드러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성공이나 완성의 순간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이동과 피로, 불안과 저항에 주목한다.

 

특히 6인의 여성 작가들이 보여주는 ‘유목적 실천’은 지리적 이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익숙한 관습과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각과 내면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는 창작 태도 자체를 의미한다. 이들은 삶과 예술을 분리하기보다 자신의 몸과 경험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며, 때로는 불편하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 감춰진 진실을 드러낸다.

 

결국 《불가피하게 빛나는 것》이 말하는 빛은 화려한 광채라기보다 어둠과 피로가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반짝임에 가깝다. 삶이 흔들리고 익숙했던 세계가 낯설어지는 순간, 예술가는 그 틈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한다.

 

몸이 흔들릴 만큼 피곤할 때 오히려 영혼이 빛날 수 있다는 이상의 문장처럼, 이번 전시는 창작이 삶의 어려움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통과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 기간에는 큐레이터가 직접 진행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세부 일정은 갤러리디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빛나는 것 What Inevitably Shines》 전시장 전경

전시 개요

  • 전시명: 《불가피하게 빛나는 것 What Inevitably Shines》
  • 기간: 2026년 9월 17일~10월 16일
  • 장소: 경남 고성 청년예술촌
  • 참여작가: 김미련, 노영미, 우주연, 임태욱, 천금량, Tracey Emin
  • 주요 주제: 고단함, 이동, 유목성, 이방인의 시선, 저항, 이면의 진실
  • 부대행사: 큐레이터 도슨트 프로그램
     
  • 갤러리디엠 소개
     

  • 갤러리디엠은 국내의 우수한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에 목표를 세우고 2008년 대구시 중구에 개관하였다. 2017년 경남 창녕으로 이전 후 작가 레지던시를 통해 30여 명의 유망한 청년작가들을 발굴하여 육성하였고, 국내 미술인 저변을 위해 약 70여 회의 기획전을 개최해 왔다. 개관 이후 14년 동안 국내의 유망하고 젊은 청년작가들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부여하고 일상의 공간에 작품을 들여놓고 우연히 마주치는 예술을 즐기도록 병원, 카페, 미분양 아파트, 심지어 구치소에까지 ‘생활 속 갤러리’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해 오고 있다. 여러 이색적인 전시기획을 통해 현재는 매년 12회의 기획전을 열어 컬렉터를 발굴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 온천중앙로 42

    T. +82-10-7376-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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