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 개인전 《휘플링》…인간과 기계의 ‘공존과 동시 진화’를 묻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이 일상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하는 가운데,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대립’이나 ‘대체’가 아닌 공존과 동시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시가 열린다.

ⓒ Artist and PYO Gallery
표갤러리는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차민영 개인전 《휘플링(Whiffling)》을 개최한다. 전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이번 전시는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단순한 도구와 사용자, 또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공조의 파트너’로 재정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글로벌 피지컬 AI 엔터테크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첨단 로보틱스와 차민영 작가의 미술적 서사를 결합하며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전시 제목인 ‘휘플링(Whiffling)’은 새가 비행 중 기류를 급격하게 비틀어 몸의 안과 밖, 위와 아래의 경계를 순식간에 반전시키는 고난도 비행 동작에서 착안했다. 차민영은 이를 고정된 프레임의 해체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가변적 실존의 역학으로 확장한다.
특히 작가는 기술에 대한 맹목적 낙관론과 기술 발전을 향한 생태주의적 공포라는 양극단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계가 서로의 존재론적 결핍을 보완하며 함께 진화하는 ‘제3의 사유(Human-Machine Ensemble)’를 제안한다.
전시는 표갤러리의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공간을 활용해 첨단 로봇이 수동적인 기계에서 점차 주체적인 동반자로 변화하는 과정을 세 단계의 서사로 보여준다.
지하 공간에 마련되는 《로봇개의 기억: 망각의 궤적(Magnetic Trajectory)》에서는 화염 속 생명 구조 현장을 누비다 폐기된 사족보행 로봇이 거대한 LED 미디어월 앞에서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다. 작품은 로봇이 ‘무기적 향수(Inorganic Nostalgia)’를 발현하며 구조 현장의 기억을 복기하고, 비인간 시각 알고리즘을 통해 자율적인 감각을 드러내는 장면을 구현한다.
지상 1층의 《쉐어링 더 브레쓰(Sharing the Breath)》는 AI가 생성한 클론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가방 캡슐 작품들과 관객의 참여가 결합하는 ‘실시간 공조(Co-creation)’의 공간이다. 관람객이 화면 앞에 서면 비전 카메라가 관람객을 포착하고, 그 초상을 디지털 클론의 모습과 결합한다. 이후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클론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며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지상 2층에 설치되는 《휴머노이드 부처: 진화적 성찰(Evolutionary Reflection)》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대표작 《TV 부처》를 현대적으로 오마주하고 변주한 작품이다.
명상에 잠긴 휴머노이드가 강력한 구동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찢어내는 동작을 선보이면서, 인간과 기계가 기술 가속화 시대에 어떠한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차민영은 그동안 가방과 일상의 사물을 매개로 도시의 장소성과 개인의 기억, 이동성, 시공간의 경계를 꾸준히 탐구해온 작가다. 이러한 작업은 이후 우주적 데이터와 미시적인 ‘가방세포’ 개념까지 확장됐다. 이번 《휘플링》은 차민영의 독자적인 미학적 사유가 첨단 로보틱스와 만나면서 기술 자체를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가속화 시대에 인간의 감각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전시로 마련됐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인간과 기술의 가장 아름다운 공존’을 목표로 로봇 기술과 엔터테크를 접목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초의 로봇 복합 문화 공간인 ‘갤럭시 로봇파크’를 선보였으며, 인간과 로봇이 함께 런웨이에 서는 피지컬 AI 패션쇼 ‘MACH33’을 개최하는 등 기술과 예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평론가 장진택은 이번 전시에 대해 차민영의 작업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차원의 당대적 감각을 모색하며, ‘어우름(ensemble)’의 태도에서 인간과 비인간 구성원 사이에 협연 가능한 진화의 상태를 희망한다고 평가한다. 그는 《휘플링》을 다가올 ‘메타-미래’의 세계관을 현재의 공간에 구현하려는 시도로 바라본다.
차민영은 홍익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영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 영국에서 열린 ‘KOREAN EYE’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소개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2016년과 2018년에는 ‘소버린 아시안 아트 프라이즈(Sovereign Asian Art Prize)’ 파이널리스트 30인에 두 차례 선정됐다. 2016년에는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14인으로 선정돼 홍콩아트센터의 플래그십 전시 《Familiar Otherness》에도 참여했다.
상하이 뒤런 현대미술관, 마카오 타이파 미술관, 표 베이징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 기획전에도 다수 참여했다. 글로벌 브랜드 샘소나이트의 후원 작가로 가방을 활용한 협업 전시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아이폰17 및 LG U+와 협업한 개인전 《Touch in the Tech Era》(2025)를 개최하는 등 기술과 미술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것은 로봇을 단순히 신기한 기계나 미래 기술의 상징으로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기억을 가진 사족보행 로봇, 인간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디지털 클론,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기계는 전시 공간을 거치면서 점차 감각과 기억, 성찰의 주체로 변모한다.
결국 《휘플링》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익숙한 질문 대신, ‘인간과 기계가 서로 다른 존재로서 어떻게 함께 진화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관람객에게 건넨다. 기술과 인간의 경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는 현재, 차민영의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 이후의 미술과 삶을 상상해보는 하나의 실험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 차민영 개인전 《휘플링 Whiffling》
작가 : 차민영(CHA MIN YOUNG)
기간 : 2026년 8월 22일(토) ~ 9월 22일(화)
장소 : 표갤러리(PYO GALLERY),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18-4
관람시간 : 월~토 오전 10시~오후 6시 / 일요일·공휴일 휴관
주최 : 표갤러리
후원 : 갤럭시코퍼레이션
문의 : 02-543-7337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