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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생의 절정, 사라짐의 경계에서 붙잡은 순간...이동근 작가, 2026 뱅크아트페어 참가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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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봄, 서울 SETEC에서 열리는 제17회 뱅크아트페어에 이동근 작가가 참여하며 관람객들과 만난다. 뱅크아트페어는 “나는 이제 예술에 투자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대중과 컬렉터가 함께 즐기는 퍼블릭 아트마켓으로 자리해 왔으며, 올해 행사는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SETEC 제1·2·3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대중형 아트페어로 기획됐고, 전 세계 12개국 120개 갤러리와 약 3,00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미술시장이 열린다.

소비된 생명,연출된 생기.53,0x45,5.oil on canvas.2025

이동근 작가의 작품은 한눈에 강렬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딸기, 사과, 포도는 단순한 정물의 재현이 아니다. 유리컵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물결 속 딸기, 물방울을 머금고 햇빛 속에서 익어가는 사과, 숲속의 빛 사이에 부유하듯 놓인 포도는 모두 가장 충만한 생명의 순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눈부신 선명함은 오래 붙들 수 없는 찰나이기도 하다. 작가의 회화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이미 소멸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환기한다.

숲속의부유.72,7x53.oil on canvas.2025

작가노트에서 이동근은 자신의 작업이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에서 출발한다고 밝힌다. 과일과 꽃, 바다 같은 친숙한 대상들은 그에게 단순한 재현의 소재가 아니라, 존재가 잠시 머무는 상태를 드러내는 매개다. 작품 속 열매와 물방울, 빛의 반사는 생의 절정을 가리키는 표식이지만, 그 극대화된 아름다움은 오히려 시간의 유한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영속이 아닌 덧없음, 소유가 아닌 상실의 감각에 이르게 한다.

이동근 作

이동근의 회화에서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다. 현실에서는 공존할 수 없는 장면들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포도, 고요와 파동이 동시에 공존하는 장면, 과도하게 응축된 생명력을 가진 열매들은 중력과 일상의 질서에서 잠시 이탈해 있다. 이는 자연을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시선에 대한 은유이며, 우리가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장치이기도 하다.

아직 떨어지지않은 순간.72,7x53.oil on canvas.2026

이번 출품작들 역시 그러한 작가 세계를 잘 보여준다. 맑은 유리컵 안에서 터져 오르는 딸기의 붉음은 신선함을 넘어 생의 에너지를 상징하고, 이슬 맺힌 사과는 익숙한 자연의 풍경을 숭고한 순간으로 확장한다. 또 숲의 깊은 녹음 속에서 빛과 함께 떠오르는 포도는 정물이라기보다 기억과 욕망의 이미지에 가깝다. 이동근은 극사실적 기법을 통해 대상을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그 사실성 끝에서 비현실적 감각과 존재의 불안정성을 끌어낸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잘 그린 그림”에 머물지 않는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먼저 감각적 쾌감을 경험하지만, 곧 그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붙잡고 싶은 순간이지만 끝내 붙잡을 수 없는 시간, 가장 빛나는 절정과 사라짐의 경계, 바로 그 틈이 이동근 회화의 본질이다. 작가는 회화를 시간을 정지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정지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장치로 바라본다. 그의 작업은 머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끊임없이 떠나고 있는 자연의 상태를 기록하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거리와 그 간극에서 비롯되는 욕망과 상실을 응시한다.

제17회 뱅크아트페어 사전등록 안내문

한편 2026 뱅크아트페어는 4월 3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5월 3일까지 이어지며, SETEC 전관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를 신진 작가부터 세계적 아티스트까지 함께하는 활기찬 미술축제이다. SETEC 측 역시 대한민국 퍼블릭 미술시장을 이끄는 대표적 아트페어라고 말한다. 

이동근 작가

이동근 작가의 참여는 이러한 열린 시장 안에서 극사실 회화가 지닌 서정성과 철학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화려한 색채와 압도적 사실성 뒤에 숨어 있는 시간의 감각, 그리고 아름다움의 취약함을 응시하게 하는 그의 작품은 이번 아트페어에서 관람객과 컬렉터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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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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