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공연

생명을 노래한 음악, 인간을 비춘 무대, 장충체육관을 울린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

제니김 문화예술전문기자
입력
수정
18인조 오케스트라·거대한 스크린…'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콘서트'가 제시한 가능성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EMK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무대는 비워졌지만 감동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1~2일 양일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는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음악과 배우의 해석에 집중하며, 한국 창작뮤지컬이 지닌 예술적 저력을 다시 확인시킨 공연이었다. 

 

6월 대구, 7월 마카오 공연에 이어 서울에서 막을 올린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 는 EMK엔터테인먼트(대표 김지원)가 기획하는 ‘스테이지 콘서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원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공연 실황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에 이어 선보인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다.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EMK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EMK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이번 공연은 뮤지컬을 단순히 콘서트 형식으로 옮긴 갈라 무대가 아니었다. 

원작의 서사와 대표 넘버를 유지하되, 무대·의상·특수효과 등 극적 연출을 콘서트 형식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했다. 특히 원작은 물론 실황 영화 버전에 출연했던 규현, 박은태, 이지혜, 장은아의 가창과 연기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본공연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의 핵심 장면과 대표 넘버를 중심으로 서사를 압축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선과 철학적 메시지는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무대가 단순해질수록 관객은 배우의 목소리와 음악이 품은 감정에 집중했고, 상상력은 공연의 또 다른 무대가 되었다.

 
특히 배우들의 가창과 연기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본 공연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 책임을 묻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번 콘서트는 그 질문을 오늘의 현실로 확장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은 무엇이며, 창조와 책임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가. 공연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예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깊은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건넸다.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EMK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특히 이번 공연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음악적 완성도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Brandon Lee(이성준)가 이끄는 18인조 브랜든 챔버 오케스트라(Brandon Chamber Orchestra)가 풍성한 라이브 사운드를 완성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배우들의 무대는 절제되어 있었지만 감정은 결코 절제되지 않았다. 한 음절, 한 호흡마다 인물의 고뇌와 사랑, 상실과 희생이 응축되었고, 오케스트라는 그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했다. 웅장한 사운드와 섬세한 앙상블은 공연장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 공간으로 만들며 객석을 작품 속으로 이끌었다.
 

기존 넘버들은 콘서트 분위기에 맞게 한층 웅장하게 편곡돼 장면과 장면을 잇는 장치로 활용됐으며, 바이올린 독주가 돋보인 연주곡 구간에서는 객석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무대 장치 없이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은 결국 작품성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표현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뜨거운 기립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작품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표현이었다.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EMK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연출적 디테일도 돋보였다. 특히 장충체육관의 공간적 특성을 살려 북극의 별을 형상화한 조명, TV 중계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영상 효과가 더해진 격투장 장면 등 콘서트에 맞게 새롭게 짠 무대 연출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EMK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스테이지 콘서트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EMK엔터테인먼트 김지원 대표는 "뮤지컬 공연을 콘서트적 문법으로 재해석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앞서 실황영화를 통해 장르적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무대로 확장했다. 서울 공연을 통해 '뮤지컬 콘서트'라는 장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며 "단발성 기획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신화로 불리며 경이로운 흥행을 기록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고자 한 천재 과학자의 집착과 그 집착에서 탄생한 피조물인 괴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출가 왕용범이 극작과 연출을, 작곡가 Brandon Lee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위대한 생명 창조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장대한 서사와 아름다운 넘버로 호평 받아왔으며, 지난 2024년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10주년 기념 공연까지 약 10여년간 국내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라는 형식이 결코 서사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이야기의 핵심은 유지하면서도 음악의 밀도를 높여 작품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했다. 무대 장치보다 상상력을, 화려한 연출보다 배우와 음악을 앞세운 선택은 오히려 작품이 가진 힘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문화예술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며, 뛰어난 공연은 시대를 넘어 인간을 이야기한다.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는 익숙한 작품을 새로운 형식으로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예술이 왜 계속해서 우리 삶에 필요한지 다시 일깨운 무대였다. 

무대의 조명이 꺼진 뒤에도 음악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관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은 것은 거대한 세트가 아니라 배우들의 목소리였고, 화려한 연출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질문이었다. 그것이 이번 공연이 남긴 가장 큰 성과이며, 예술이 가진 가장 오래 지속되는 힘이었다.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 캐릭터 포스터 합본-EMK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한편, EMK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스테이지 콘서트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프랑켄슈타인 : 더 뮤지컬 콘서트’는 오는 9월 12~13일 양일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그 여정을 이어간다. 
제니김 문화예술전문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emk엔터테인먼트#프랑켄슈타인#더뮤지컬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