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임하룡이 화가라구? 예술적 변신의 이유"
[서울 삼청동 갤러리 1, 임하룡 초대전, 5월 7일 ~ 30일]
[류안이 만난 삼삼한 작가] "희극인에서 화가로—임하룡이 붓을 들었다"
“무대에서 화폭으로 — 웃음을 넘어 삶을 그리다”

무대 위에서 관객을 웃게 했던 그는 이제 붓을 들고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희극인으로 살아온 그는 이제 진정한 예술가로서 자신의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대중 속에서 살아온 그는 이제 군중의 시선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내면의 성찰을 작품으로 풀어내며,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임하룡 화가는 서울 종로구 갤러리1 (대표 최사라)에서 5월 7일부터 30일까지 ‘그리움’을 주제로 8번째 개인 초대전을 연다.

그의 작품 ‘KING’을 처음 마주한 순간, 나는 단순한 연예인의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뉴욕 첼시 갤러리에서 수많은 팝아트 작품을 보아왔지만, 임하룡의 작품은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 최사라 갤러리 대표에게 만남을 부탁하여 임하룡 화백과 3시간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수 많은 화가들을 만나왔지만, 임하룡 화가는 원로 작가 못지않게 거침없이, 그러나 신중하게 자신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풀어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감각을 지니다”
그림을 처음 접한 것은 언제였습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충북 단양에서 자랐는데,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물과 풍경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미술 사생대회에서 도지사상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그림에 감각이 있구나”라고 깨달았죠. 하지만 시골에서 자라면서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림과 멀어졌습니다.
중학교 시절, 서울로 오면서 도시의 휘황찬란한 조명과 새로운 문화에 매료되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음악과 대중예술이 저를 끌어당겼고, 결국 대학에 영화연극학과에 들어가 배우의 길을 걸었습니다. 원래는 연극 배우로서 활동했는데, 집안의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로 코미디를 시작하게 되어 희극인의 길을 걸었습니다.
희극인이 된 후에도 그림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이 남아 있었습니다. 코미디를 하며 관객의 표정을 관찰했던 경험이, 제 그림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붓을 들다—예술의 시작”
코미디언으로서 대중과 소통해 왔는데, 이제는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계십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2018년은 제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고, 저는 그 곁에서 간호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붓을 잡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코미디언으로서 대중과 소통했던 저였지만, 이제는 붓을 통해 더 깊은 감정을 담아내고, 인생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눈동자 시리즈— 시선 속의 인간”

‘눈동자 시리즈’는 사람들의 시선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왜 이런 테마를 선택하셨습니까?
저는 평생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무대 위에서,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이제는 그림 속에서도요.
눈에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기쁨, 슬픔, 기대, 불안… 저는 이러한 감정을 눈동자를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을 느낍니다. 우리는 과연 군중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을 오래도록 고민했고, 그 답을 작품 속에서 탐구하고 있습니다.
“팝아트의 세계— 독창적인 시선”

팝아트 스타일을 많이 활용하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팝아트는 강렬한 색감과 직관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어, 대중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희극인으로서 오랫동안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웃음을 선사해왔기 때문에, 유머와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팝아트 스타일이 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기존의 팝아트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습니까?
제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팝아트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과 감정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희극인으로서 오랜 시간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해왔고, 그 경험이 그림에서도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눈동자 시리즈와 같이 관찰과 감정의 교류를 중점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최근 발표한 ‘그리움 시리즈’는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배경을 들려주세요.

저는 충북 단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안의 종손이신 선친께서는 말이 많지 않으셨지만, 장남인 저를 아끼셨지요. 함께 걷던 길, 나무 아래에서 보낸 시간들이 깊은 의미를 남겼어요.
제가 20대 후반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저를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저는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움은 단순한 슬픔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존경과 사랑입니다. 저는 그리움 시리즈를 통해 이 감정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열리는 “그리움” 초대전은 저의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 프, '베르나르 뷔페'와는 다른 임하룡의 세계 ”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와 비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의 작품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뷔페는 강렬한 선과 제한된 색채를 사용해서 인간의 실존적인 고민을 표현했어요. 그는 광대 시리즈를 통해 고독과 불안을 그렸죠.
저도 강렬한 색감과 형태를 사용하지만, 저는 보다 대중적인 소통을 원합니다. 뷔페가 자신의 내면을 냉정하고 강렬하게 그렸다면, 저는 더 따뜻한 감정을 담고 싶습니다.
뷔페의 그림은 전쟁 후의 불안과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담고 있으며, 그의 인물들은 마르고 생기가 없는 표정을 띠고 있습니다. 반면, 제 작품은 보다 밝고 감성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대중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임하룡을 다시 평가하며 그의 미래를 기대하다
희극인에서 화가로 변신한 임하룡. 그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예술적 탐구와 깊은 사색을 담아내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무대 위에서 관객을 웃게 만들며 대중과 호흡하던 그는, 어느 순간 붓을 들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희극인으로 기억하지만, 이제는 그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의 임하룡을 만날 차례다.
그는 오는 5월 개인 초대전에서 팝아트 시리즈, 눈동자 시리즈, 그리고 그리움 시리즈를 공개하며 자신의 예술적 변화와 철학을 직접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팝아트 작품은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으며, 눈동자 시리즈에서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각을, 그리고 그리움 시리즈에서는 그의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코미디언의 취미"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리고 그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예술적 철학을 들여다볼수록 그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진정한 화가로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임하룡은 자신의 작품을 졸작이라 부르며 겸손을 잃지 않는 예술가다. 그는 여전히 배우는 과정 속에 있으며,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여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앞으로 더 많은 작품 속에서 그의 인생과 예술적 탐구가 담길 것이다.
그의 붓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그가 그려 나갈 새로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임하룡의 예술적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