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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미술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파리를 완벽하게 살아가는 가장 우아한 방법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작품이 되는 곳, 파리 맥락'을 알 때 비로소 열리는 예술의 세계

프랑스존 입력 2026.08.25 07:05

파리 오르세 미술관 (C) francezone
파리 오르세 미술관 (C) francezone

오랫동안 파리에 살면서도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을 한두 번 가보는 데 그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많은 이들이 파리에 오면 가장 먼저 미술관을 찾는다.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퐁피두 등 세계 최고의 미술관들이 지척에 있지만, 막상 거장의 작품 앞에 서면 "유명한 그림이구나" 하는 짧은 감탄 외에 깊은 감동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림을 보는 눈을 넘어, '그림을 읽는 언어'를 아직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리미술사연구소(대표 한미숙, since 2014)에서 2022년 서양미술사 강의를 수강했던 한 학생의 경험도 이와 맞닿아 있다. 10여 년 전 남편을 따라 처음 파리에 정착했을 때, 그녀는 유럽 곳곳의 미술관을 누비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귀국 후 바쁜 일상 탓에 자연스레 미술과 멀어졌지만, 다시 파리에 머물게 되면서 이곳의 강의를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단호하게 고백한다. 

 

"미술을 대하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명화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둘러싼 '맥락'이다

 

오늘날 유튜브와 책을 통해 수많은 서양미술사 콘텐츠를 접할 수 있지만, 파리미술사연구소의 강의는 특별한 차별점을 지닌다.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 현대미술, 나아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까지 거대한 미술의 흐름을 하나의 역사적 맥락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단일 작품에 대한 단편적인 해설을 넘어, 시대를 살피고 그 시대를 살아간 화가를 이해하며 마침내 작품을 깊이 있게 읽어내도록 이끌어 준다.

 

특히 화가의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수업 방식은 수강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 흩어진 한 작가의 작품들을 슬라이드로 모아 나란히 비교해 주시니, 화풍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흩어졌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는 듯한 쾌감이 들었죠."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 1899 유화 74x93cm (C) RMN-Grand Palais (오르세미술관)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 1899 유화 74x93cm (C) RMN-Grand Palais (오르세미술관)

세잔의 사과가 왜 현대미술의 시작일까?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1899)>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 역시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과를 도대체 왜 저렇게 그렸을까?"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세잔의 작품을 동시대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비교하는 순간, 오랜 의문은 이내 감탄으로 바뀌었다. 보이지 않던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평범해 보이던 사과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위대한 출발점이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그림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읽어낸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추상화는 왜 그토록 난해할까?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미술도 마찬가지였다. 바넷 뉴먼의 추상회화 <영웅적이고 숭고한 인간(1950)>을 칸트 철학의 '숭고(Sublime)' 개념과 연결한 강의는 추상미술을 감상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주었다. '나도 저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는 섣부른 선입견은 사라지고, '왜 이 그림이 20세기 미술사를 뒤바꿔 놓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강사의 깊은 연구와 오랜 준비가 빚어낸 강의의 '밀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 가족들에게 배운 내용을 설명하려 했지만 절반도 기억나지 않아 웃음이 났다"면서도, 한 가지 확신을 전했다. 적어도 이제는 추상화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바넷 뉴먼, 영웅적이고 숭고한 인간", 1950 유화 242,2 x 541,7 cm © 2019 Barnett Newman Foundati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바넷 뉴먼, 영웅적이고 숭고한 인간", 1950 유화 242,2 x 541,7 cm © 2019 Barnett Newman Foundatio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우리가 파리에서 미술사를 배우는 진짜 이유

 

파리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늘 강의실에서 배운 작품을 내일 당장 루브르에서 마주하고, 오르세에서 그 질감을 눈으로 확인하며, 오랑주리에서 모네의 빛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파리라는 예술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교과서가 되고, 세계적인 미술관이 나의 강의실이 되는 것이다. 배운 내용이 곧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벅찬 경험, 이것이야말로 파리에서 미술사를 배우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다.

파리미술사연구소 대표 한미숙 (C) 파리미술사연구소
파리미술사연구소 대표 한미숙 (C) 파리미술사연구소

"매주 수요일 오전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몰입했고, 미술사를 배우는 그 시간이 늘 기다려졌습니다."

 

미술사를 배우기 전에는 그저 '그림'만 보았다는 그녀. 하지만 이제는 그림 속에 깃든 시대와 사람, 그리고 서양 문화의 깊은 뿌리까지 함께 읽어내고 있다. 파리에서 미술사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취미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일이다.

(C) francezone
(C) francezone

파리에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명화를 소유한 도시보다 더 위대한 것은, 그 명화의 진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품은 도시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루브르에서 스치듯 그림을 보고 지나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미술사를 배우며 그림 속에 담긴 인간과 시대, 인류의 찬란한 문명을 읽어내고 있다.

우리는 왜 굳이 파리에서 미술사를 배워야 할까? 해답은 명료하다. 단지 파리에 살기 때문이 아니라, '파리를 온전히 알고,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출처ㅣ '프랑스존' 파트너미디어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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