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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름다운 금강산이 눈앞에 있는데 갈 수 없는 땅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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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전망대에서 마주한 분단의 현실과 6·25 안보투어...고성 DMZ 평화의 길 B코스

강원도 고성 금강산전망대에 올라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도 선명하게 펼쳐진 금강산의 풍경이었다.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 바라본 풍경,  금강산이 멀리 보입니다.(촬영 2025.06.11)

맑게 갠 하늘 아래, 첩첩이 이어지는 산세와 푸른 동해가 맞닿은 외금강과 해금강의 능선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웠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오히려 더 깊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저토록 가까운 산을 바라만 볼 수 있을 뿐, 지금은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DMZ박물관 입구 벽에 있는 사진입니다. 옛 MDZ 철책과 초소 모습입니다.(촬영 2026.05.13)

전망대에서 바라본 DMZ 일대는 의외로 평화로워 보였다. 

 

총성도 없고, 군인의 움직임도 쉽게 보이지 않았다. 초록으로 뒤덮인 산과 바다는 적막할 만큼 고요했다. 그러나 그 평온함 속에는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긴장감이 숨 막히게 흐르고 있었다. 철책과 감시초소,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군사적 경계는 여전히 이 땅이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태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특히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순간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정전협정 당시보다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MDL)의 위치가 변화했다는 사실이었다.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원래보다 위로 올라간 남방한계선, 그리고 남쪽으로 깊숙이 내려와 있는 북방한계선의 현실은 단순한 지리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세월 동안 계속된 군사적 긴장과 전략적 대치의 결과이며, 분단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냉혹한 증거였다.

금강산전망대에서 사진 촬영이 허용된 유일한 곳입니다. 멀리 통일전망대가 보입니다.

금강산전망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이곳은 한눈에 평화와 긴장, 아름다움과 비극, 희망과 단절이 동시에 보이는 공간이었다. 눈앞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절경이 펼쳐져 있지만, 그 사이에는 아직도 철책과 군사분계선이 가로놓여 있었다. 풍경은 평화로웠지만 현실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6.25전쟁 체험전시관에 있는 전차입니다.(촬영 2026.05.13)

전망대를 내려온 뒤 찾은 6·25전쟁 체험전시관은 분단의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체감하게 했다. 전시장에는 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무기와 군사 장비, 피난민들의 기록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포탄의 흔적과 녹슨 무기들은 시간이 흘렀어도 전쟁의 상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린 동생을 업은 채 불안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소녀(촬영 2026.05.13)

특히 피난길에 오른 아이들과 가족들의 흑백사진은 오래도록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린 동생을 업은 채 불안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소녀,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아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단순한 기록 사진이 아니라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고통의 증언이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많은 희생 위에 존재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MDZ박물관 전경
DMZ박물관 전경

이어 방문한 DMZ박물관은 분단의 역사와 군사적 현실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전시장 입구의 철조망과 ‘비인가자 출입금지’ 표지판, 통문과 검문소 재현 공간은 실제 DMZ 현장을 옮겨놓은 듯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박물관에는 DMZ의 개념과 형성 과정, 남북 대치의 역사, 군사분계선의 변화 과정 등이 상세히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문에는 DMZ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비무장지대라고 적혀 있었지만, 현실 속 DMZ는 완전한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긴장이 재현될 수 있는 불안한 경계의 공간이라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DMZ박물관 소원을 기원하는 카드가 가득하다.(촬영 2026.05.13)

하지만 역설적으로 DMZ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오랜 세월 보존되면서 생태적 가치 또한 지니게 되었다. 전쟁과 분단이 만든 상처의 땅이 동시에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도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단의 비극 속에서도 우리가 끝내 포기해서는 안 될 희망의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DMZ박물관 야외 있는 베를린 장벽과 철조망(촬영 2026.05.13)

이번 6·25 안보투어는 단순한 역사 체험이 아니었다. 금강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의 절경은 아름다웠지만, 갈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더 아타까웠다. 총성 없는 평화 속에서도 여전히 이어지는 남북의 긴장, 가까이 보이는 북녘 땅과 철책 사이의 거리, 그리고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는 전시 공간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우리는 과연 전쟁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DMZ박물관 입구 고성능 확성기와 전광판이 보입니다.(촬영 2026.05.13

눈앞에 보이는 금강산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보다 더 깊게 남은 것은,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이번 안보투어는 분단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자,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마음 깊이 새기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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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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