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음악

[미술관 탐방] 소마미술관 '백남준 비디오 아트홀' 탐방기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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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에서 만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안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백남준 비디오 아트홀’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수십 대의 브라운관 TV와 빛, 전자음, 움직이는 영상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오래된 텔레비전 모니터들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조각처럼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백남준은 그 안에서 미래의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백남준 作 '금관'

전시장 벽면에는 백남준과 소마미술관의 깊은 인연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故 백남준(1932~2006)은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소마미술관과는 여러 가지로 인연을 맺고 있다. 2001년에 미술관을 건축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백남준의 올림픽레이저 워터스크린(2001)을 구입, 설치하게 된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 형상과 태극기의 4괘(건곤감리)형태, 밤하늘 별들의 운행을 결합하여 빛과 색, 한국의 정신성과 문명의 기술을 조화롭게 구현하였다. 이후인 2003년에 건립된 소마미술관은 설계 단계부터 백남준 비디오 작품의 영구 설치를 목적으로 상설비디오 아트홀을 건립하게 된다.

 

메가트론, 금관, 쿠베르탱 같은 비디오 작품들이 올림픽과 관련된 작품들로서 메가트론은, 모니터 150개에서 나오는 화면의 역동성과 웅장한 사운드가 결합된 작품으로 국내에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소마미술관이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백제시대 토성의 지역성과 정체성을 구현한 ‘금관’,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영상작품과 판화, 백남준을 추억하는 사진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설명문 그대로 백남준의 예술은 기술과 인간, 동양의 정신성과 현대문명을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텔레비전을 단순한 영상기계로 바라보지 않았다. 백남준에게 TV는 새로운 캔버스였고, 전자신호는 붓이었으며, 영상은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였다.

백남준 作 '쿠베르탱'

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과 독일,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며 현대미술의 흐름 자체를 바꾸어 놓은 예술가였다. 그는 원래 음악을 공부했지만 기존 예술의 틀에 머물지 않았다. 독일에서 전위예술 그룹 플럭서스(Fluxus)와 교류하며 음악과 퍼포먼스, 전자매체를 결합한 새로운 예술 실험을 시작했고, 마침내 세계 최초의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열린 개인전은 세계 미술사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는 텔레비전을 해체하고 자석으로 화면을 왜곡시키며 “기계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혁명적인 선언을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TV는 단순한 가전제품이었지만, 백남준은 그 안에서 인간과 기술, 미래문명의 가능성을 읽어냈다.

 

이후 첼리스트 샬럿 무어만과 함께 펼친 퍼포먼스들은 세계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첼로와 TV를 결합한 작품, 위성 생중계를 활용한 글로벌 프로젝트, 그리고 인류가 전자 네트워크로 연결될 미래를 예견한 ‘전자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 Highway)’ 개념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백남준은 첨단 기술 속에서도 한국적 정신성과 동양 철학을 잃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는 태극, 오륜, 불교적 상징, 자연과 우주의 순환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예술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인간과 문명,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려는 철학적 시도였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마치 미래 도시의 구조물 같기도 하고, 고대 문명의 상징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층층이 쌓인 브라운관 TV에서는 서로 다른 영상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네온 빛과 전자음은 공간 전체를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있었다.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수많은 모니터가 거대한 탑 형태로 구성된 설치작품이었다. 태극의 상징성과 한국적 조형미가 현대 전자기술과 결합되면서 백남준만의 독창적 세계관이 드러났다.

 

또 다른 작품은 철제 구조물 위에 다양한 모니터와 시계, 빛의 구조가 결합되어 있었는데, 인간과 기계, 시간과 문명이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작품 앞에 서 있는 순간 과거의 브라운관 TV는 오히려 미래의 장치처럼 보였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유튜브와 실시간 스트리밍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백남준은 이미 수십 년 전 연결의 시대를 예견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문화의 상당 부분은 어쩌면 백남준이 예술로 먼저 보여준 미래였는지도 모른다.

 

소마미술관 백남준 비디오 아트홀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의 철학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수많은 화면들이 깜빡이는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기술은 인간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그리고 백남준은 작품을 통해 조용히 답하고 있는 듯하다.

 

“예술이 그 방향을 비춰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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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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