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수필향기] 기념관을 살펴보며 - 김유조
기념관을 살펴보며
김유조
공식 방문행사가 아니고 개인 여행 중에 문득 문학 관련 기념관을 발견하면 의외성이 지닌 재미와 의미가 적지 않다. 작년에는 P공대를 방문하는 기회에 인근 호미곶 부근을 차로 달리다가 '한흑구 문학관'이라는 표지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하여 들른 적이 있다. 도시 외곽 한적한 길가에 차 세우기도 힘든 밭은 위치로 보아서는 문학관의 무게도 얕게 느껴졌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작가의 평생이 무겁게 들어앉아있었다. 중앙문단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흑구 작가는 지방에서는 오래전에 활발하게 활동을 하여서 내 문학청년시절에는 그의 영미문학작품 번역서와 함께 수필과 소설 등이 큰 영감을 주었다.
문학관은 포항 시에서 그의 수필 <보리>를 기려 보리밭 동네 호미곶에 십여 년 전 세웠는데 장소도 협소하고 변두리가 되어서 방문객도 드물고 하여 포항 시내 쪽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큐레이터가 미안해하였다. 그래도 시청에서 짓고 관리하기에 직원이 상주하는 데에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며 나온 기억이 있다. 폐관하는 시립 문학관이 얼마나 많은가.
최근에는 제주여행을 하다가 한라수목원을 향하는 길섶에서 '육필문학관'이라는 표지를 보고 역시 급정거하여 차를 인근 식당에 세우고 찾아가 보았다. 새로 지은 듯한 큰 건물의 일우에 면적 넓은 전시공간이 있었는데 문은 닫혀있었다.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수위실에서 확인한바 작년 봄에 개관한 문학관에는 희귀한 작가들의 육필 원고가 다량 보유되어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금년에도 큰 행사를 기획하는 중에 지금은 준비를 위한 휴관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설립자가 20여 년 간 수집한 심소월, 한용운, 서정주 등 한국 문단 거목 16인의 육필 원고, 편지, 서화 등 귀중한 자료는 개인적 문학 취향의 산물인데 현업은 '건설 회사 회장'이라고 하여서 안도하는 심정이었다.

나라 밖에서의 문학관 탐방도 문학단체와 함께 다닌 경우 말고 개인적인 의외의 체험 중 한두 가지를 들어보고 싶다. 오래전 미 동부의 대학을 돌아다니다가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에서 뜻밖에도 에밀리 디킨슨 박물관(Emily Dickinson)을 들른 적이 있다. 시인이 태어나고 평생 은둔하며 시를 썼던 집의 모형이 애머스트 대학교의 도서관에 존치해있었다. 시인의 방에 놓인 작은 책상과 정성껏 가꾸던 정원도 복원되어있었다. 최근에는 전체 소장품 8,000여 점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완성하여 온라인으로도 공개하고 있었다. 항상 문학관이 설립보다 이후의 운영이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대학 내의 기념관이라서 공연히 안도감이 들었다.
에밀리 디킨슨 박물관 옆에는 의외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기념관이 있었다. 바로 옆에서 또 한 사람의 유명 문인의 흔적을 발견하다니 이게 웬 떡이냐 싶기도 하였다. 흥분을 누르며 우선 에밀리 디킨슨의 진짜 생가가 바로 근처에 있다고 하여서 차를 길에 세우고 개인 사저로 들어갔더니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고 어떤 할머니가 장총을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사전 예약 없이 들어오는 불청객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이었다. 어디나 작가의 사후에 흔적을 남기는 일은 쉽지 않은가 보였다. 혼비백산하여 사과하고 먼발치에서 인증 사진 한 컷을 찍은 후, 대학 캠퍼스 내에 있다는 프로스트 동상과 기념비와 묘지는 구경도 않고 서둘러 나와 버린 것은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코넷티컷 주 하트퍼드에 있는 마크 트웨인 문학관(The Mark Twain House & Museum)은 목표를 정하고 찾아간 문학기념관이었지만 바로 그 옆에 <톰 아저씨의 통나무 집>을 지은 스토우 여사의 집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 또한 의외로 얻은 덤이었다.
마크 트웨인 문학관은 미 동부 문인들과 함께 목적지를 정하고 찾은 곳으로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탄생한 곳이었다. 25개의 방을 갖춘 거대한 고딕 양식의 저택이었다. 작가가 직접 사용하던 당구대, 자필 원고, 그리고 당시의 혁신적인 설비들을 볼 수 있었다. 국립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강력하였다. 학교 단체관람은 물론, 글쓰기 워크숍과 학술 세미나가 상시 열려 지역 교육의 허브 역학을 하였다.
이 문학관 바로 옆에 '해리엇 비처 스토우 센터(Harriet Beecher Stowe Center)'가 있다니 공연히 횡재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마크트웨인 문학관처럼 조직적이지는 못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박완서 작가의 '아치울 노란집'이 통째로 서울대 중앙도서관 구내에 둥지를 텄다고 한다. '박완서 아카이브'는 약 50평 규모라고 한다. 국내 문학관의 폐관 소식이 심심치 않은 가운데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학(기념)관'은 1990년대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관광 자원화하려는 목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2026년 현재, 숙원 사업이었던 국립한국문학관의 개관(2027년 예정)을 앞두고 문학관의 문학 거점으로서의 역할과 문제점등이 재조명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문학관은 양적으로는 '황금기'라 불릴만큼 성장한 듯 보인다. 전국적으로 공립과 사립 문학관은 약 110여 개에 달하여서 2004년 14개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수치라고 하겠다. 2016년 문학진흥법 제정으로 문학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었고, 서울 은평구에 건립 중인 국립한국문학관은 약 12만 점의 자료를 소장한 한국 문학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는 고무적 비전도 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질적 저하와 운영상의 허점이 존재한다. 대다수 문학관이 '작가 일생-유품 전시-작품 소개'라는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어 방문객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실정인가 싶다. 문학 전공 학예사가 없는 곳이 많고 이로 인해 체계적인 자료 수집이나 심도 있는 기획 전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도 있다.
또한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에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개인 혹은 상속인에게 기대는 구조라 예산 삭감시나 개인의 사정에 따라 운영이 마비되며, 지역 주민조차 문학관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전문적인 아카이빙 시스템이 미비하여 육필 원고, 희귀본 등 귀중한 문학자산을 디지털화하거나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열악하다. 미래의 문학관은 단순한 유품전시관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이 되어야 하겠다. 이른바 라키비움(Larchiveum) 모델을 도입하여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통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텍스트를 읽고, 자료를 연구하며, 유물을 관람하는 경험이 한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생적 운영체제를 정비할 필요성도 시급하다.
또한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여서 디지털 전환 및 실감형 콘텐츠의 개발과 운영은 필지의 상황이 되었다.
VR/AR 기술을 활용해 소설 속 배경을 체험하거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작가의 문체를 학습하는 등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를 늘려야 함은 물론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중심으로 전국 지역 문학관들을 잇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자료를 공유하고 순회 전시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문학 관광의 콘텐츠화를 기하여서 단순 방문을 넘어 '문학 기행'코스 개발, 지역 축제와의 연계 등을 통해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하겠다. 수도권에 있는 '소나기 마을'이 선도적 역할의 터로 문득 떠오른다.

한국의 문학관은 이제 '짓는 시대'에서 '운영하는 시대'로 넘어 가고 있다고 하겠다.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학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과 디지털 아카이빙 투자가 시급하다.
이웃 일본과 미국, 유럽의 문학관은 각국의 문화적 토양과 역사에 따라 운영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의 해결 실마리를 이들의 사례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문학관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 중 하나로, '생활 속의 문학'을 실천하고 있다. 전국에 800개 이상의 문학 관련 시설이 존재하며, 국립보다는 지자체와 민간 재단(기업)이 운영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지자체가 세운 문학관의 운영을 민간 전문 단체에 위탁하여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문학관 건물에만 머물지 않고 작가가 살던 동네 전체를 '문학의 거리'로 조성하여 지역 관광과 결합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와세다대)처럼 기업이나 대학이 주도하여 현대적인 감각의 복합 공간을 조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부와 교육의 나라 미국은 문학관을 '문학박물관(Literary Museum)'또는 '작가 생가(Author's House)'라 부르며 교육과 보존에 집중한다.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등 대문호들의 생가와 아카이브 중심의 국립/사립 문학 박물관이 발달해 있다. 특징으로는 정부 예산보다는 개인 및 기업의 기부금과 재단 운영이 핵심이다. 세제 혜택을 통해 고가의 육필 원고와 자료 기증이 활발하다. 작가 레지던시(작가의 방 제공) 프로그램이 매우 강력하여 '살아있는 교육 현장'으로 기능한다. 그런가하면 아메리칸 라이터스 뮤지엄(AWM)처럼 시카고에 위치한 이 현대적 문학관은 특정 작가를 넘어 '미국 문학사 전체'를 체엄형 인터랙티브 전시로 구현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전통과 인문학 허브의 나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문학관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한다. 수백 년 된 작가의 생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적인 연구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도 말한 '라키비움'의 원형으로 단순 전시를 넘어 방대한 양의 작가 서한, 초판본을 보관하는 연구소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독일 마르바흐 근대문학박물관). 또한 문학 루트(Literary Route)를 개발하여 국경을 넘어 여러 국가를 잇는 문학 관광 벨트가 형성되어 있다(괴테 가도, 셰익스피어 루트). 그리고 공공성을 강조하여 국가가 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책임지고, 운영은 독립적인 예술위원회가 담당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끝으로 "문학관은 박제된 전시관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소통하거나 학술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동적 공간"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외국의 여러 가지 대안 방식들이 우리 문학기념관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아카이브 :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 문서, 데이터 등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보관하는 '기록보관소'
* 라키비움 :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을 모두 합친 복합 문화 공간

[심향 단상]
'한국문학관의 현 실태'와 '한국문학관과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관과의 비교'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시고, 한국의 문학관이 박제된 전시관이 아닌, 지역 공동체와 소통하고 학술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동적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문학인의 스승으로서, 전달해주시고자 하는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봄 가을이면 각 문학 단체에서는 문학관 탐방을 기획하여 방문하고 있습니다.
제가 갔던 공주 여행에서는 역사적인 곳과 연계하여 '나태주 시인의 집'과 나란히 있는 '풀꽃문학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공주의 역사도 배우고 풀꽃 문학관도 방문하여 진행된 여행은 지자체의 많은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지역의 역사와 문학을 함께 보여주는 여행이어서 더 많이 보고 느끼는 유익한 여행이었습니다.
메밀꽃이 필 무렵이 되면, 메밀꽃을 구경하러 가는 상품에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를 기리는 '이효석 문학관' 방문을 포함시켜서,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개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메밀꽃을 바라보며 작가의 작품을 떠올려보면서 생각에 잠겨봅니다. 바람 부는 언덕에서.
오는 길에 메밀국수도 한 그릇 먹으면 더 좋은 추억 여행이 될 것입니다. 또한 메밀꽃이 지면, 그 문학관을 방문하지 않게 될 수 있으므로 그 지역의 역사적인 곳과 연결하여 문학관 방문 상품을 개발한다면, 일 년에 한 번으로 그치는 여행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관을 방문하면, 작가의 작품과 삶에 대해 많은 자료가 준비되어 있고 영상으로도 보여주고 있어서 작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작가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요즘은 지역 단체마다 적극적인 관광 유치를 위해서 많은 먹을 거리, 놀 거리, 볼 거리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인구 소멸로 인해 사라져가는 지방의 곳곳을 관광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서, 놀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체험형 관광'을 많이 만들면 지역도 살리고 국민의 의식 수준도 올라가고, 우리 문화를 더 많이 접해보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립한국문학관이 2027년(예정)에 개관한다고 하니 많은 기대가 됩니다. 또한 한 곳에서 여러 작가들을 체험할 수 있는 '문학박물관'도 생기면 한국문학 전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보고, 느끼고, 직접 해봐야(체험)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니 지역 활성화에 도움 되는 여러 방법들이 계획되고 실행되기를 바라봅니다.
모든 것은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습니다.
인생은 '소풍'이라고 하니까요.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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