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나의 삶입니다”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 배우 백마리, 진심으로 시대를 품다

[제천=코리아아트뉴스 류안 기자] “나는 지금도 꿈이 있어요. 무대에서 죽고 싶을 만큼 무대를 사랑해요.”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의 중심을 든든히 지탱하는 배우 백마리는 그렇게 말했다. 윤희순 역은 아니지만,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무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축으로, 후배들과 함께 시대의 아픔과 감사를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은 단지 과거가 아닙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안사람 의병가》는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의 삶을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나라를 위해 가족을 뒤로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눌렸던 시대를 뚫고 나아간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나라 없이 어찌 여성이 존재할 수 있겠느냐” “감사함을 잊지 말고, 지금을 살아내자”
이 작품은 단지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늘의 관객에게 묻고, 오늘의 배우들이 답하는 무대다.
“후배들과 함께여서 더 깊어졌어요”
백마리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윤성경, 주찬 두 후배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녀는 이들과의 작업을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윤성경 배우는 감정의 결을 정말 섬세하게 다뤄요. 주찬 배우는 노래에서 연기로 넘어오며 무대 위에서 사람을 보기 시작했죠. 그 변화는 정말 놀라웠어요.”
그녀는 후배들에게 기술보다 마음을 먼저 품으라고 조언한다. “연기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에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품을 수 있어야 진짜 배우죠.”

“무대는 진심을 담는 그릇입니다”
백마리 배우는 과거 인천 연극제에서 겪은 쓴 실패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대본을 던지고 무대를 나가야 했던 순간, 연출의 날 선 말에 무너졌지만 결국 스스로를 이겨내며 다시 무대에 섰다. 그 결과는 여자 연기 대상 수상이었다.
“그때 저는 제 자신을 이겼어요. 그게 진짜 배우의 시작이었죠.”
지금도 그녀는 20~30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연습하고, 무대 위에서 가장 먼저 도착해 동선을 밟는 배우다.
“무대는 제게 환상이자 현실이에요. 죽어도 무대에서 죽고 싶을 만큼, 저는 무대를 사랑해요.”

《안사람 의병가》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것
이 작품은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무대가 아니다. 이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여성들의 헌신과 용기, 그리고 그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내는 작업이다.
백마리 배우는 그 중심에서 무대의 온도를 조율하고, 감정의 결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윤희순이 아니지만, 윤희순의 정신을 품은 사람이다.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는 7월 4일, 제천문화회관에서 단 하루 공연된다. 그 무대 위에서, 백마리 배우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이름 없는 영웅들을 다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