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설] 현택훈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51]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현택훈
재작년 수영대회에서는
수달이 금메달을 땄어요.
작년 수영대회에서는
해달이 금메달을 땄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올해
금메달은 누가 땄을까요?
올해의 금메달은
수달도 아니고, 해달도 아니고,
만년 우승 후보 물개도 아니에요.
동물 친구들이
모두 깜짝 놀랐어요.
올해 금메달은
멧돼지의 목에 걸렸거든요.
그걸 보고
조랑말이 용기를 얻어
내년 수영대회에 나온대요.
이상 동물신문 기자
너구리였습니다.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한그루, 2021)

[해설]
헤엄을 잘 치는 동물들
나는 큰물이 졌을 때 소나 돼지가 떠내려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돌아가신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장마가 길어져 홍수가 났을 때 소와 돼지, 닭과 오리가 여러 마리 떠내려오는 것을 봤다고 하염없이 내리는 굵은 빗줄기를 보며 말해주셨다. 소와 돼지, 심지어 말의 수영 실력이 꽤 좋다고 웃으면서 말해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다. ‘멧돼지 헤엄’을 쳐보니까 위키백과에 “헤엄을 잘 치며, 수 km의 강이나 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경우도 있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우둔하게 생긴 멧돼지가 수 km의 강이나 해협을 헤엄쳐 건널 정도의 수영 실력을 갖고 있다니! 이번에는 ‘조랑말 수영’을 쳐보니까 으악! 미국에서는 해마다 7월 마지막 주에 버지니아주에서 조랑말 수영대회가 열린다고 하지 않는가. 작년에 99회째가 열렸다고 한다. 올해는 100회째니까 분명히 언론에서도 크게 다룰 것이다. 뉴스 시간에 항공촬영한 장면을 보여주는데 거의 100마리는 되어 보이는 조랑말들이 해협을 건너고 있다. 정말 장관이다.
현택훈 시인은 이런 정보를 접하고선 여러 종 동물들을 동시에 야외 풀장인지 수영장인지 출발선상에 세우기로 했다. 올해의 우승 동물은 수달도 해달도 물개도 아닌 멧돼지였다. 멧돼지의 우승 소식을 듣고 조랑말이 내년 대회에는 꼭 출전하리라 결심한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같은 동물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동시, 그리고 곤충과 식물이 나오는 흥미진진한 동시가 현 시인의 동시집에 가득 실려 있다. 제주도 곶자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 모양이다.
[현택훈 시인]
제주도에서 태어나 “살레에 넣어둔 빙떡 먹고/삥이 한가득 벨진밧으로 가요.”(「은하수를 끌어당기는 한라산」)처럼 종종 제주의 말로 동시를 쓴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우당도서관에서 시집을 읽으며 시인을 꿈꿨으며, 메가박스 제주점의 전신인 아카데미 극장에서 영사실 보조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첫 시집을 내고 대성서점 서가에 있는 시집을 눈에 잘 띄는 자리로 옮겨놓기도 했다. 4ㆍ3사건으로 사라진 곳이자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마을에 대한 시 「곤을동」으로 4ㆍ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지구 레코드』『남방큰돌고래』『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제주어 마음사전』을 펴냈다. 서귀포에 있는 작은 도서관의 사서로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