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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박이영의 "자전거 탄 오빠"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박이영의 "자전거 탄 오빠"

이승하 시인
입력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35 ] 

자전거 탄 오빠

 

박이영

 

압록강 건너 북쪽이다

구릉진 좁은 길에서 자전거 한 대가 달리고 있다

끊어진 철교 아래

풍경 속 바퀴의 선율이 강물 위에 흐른다

강물이 출렁일 때마다 바퀴는 멈추다가 달린다

 

유람선 위에서 우리는 손을 흔들었다

오빠라고 부르며

달리던 자전거는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왜 뭉클할까

눈물이 애국일까……

 

저 자전거는 언제쯤 철교 위를 달려 여기에 다다를까

 

―『참새는 어디로 갈까』 (현대시학사, 2025)에서

"풍경 속 바퀴의 선율이 강물 위에 흐른다 강물이 출렁일 때마다 바퀴는 멈추다가 달린다" [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분단의 세월 도대체 몇 년인가

 

  남쪽에 대한민국이, 북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탄생한 해가 1948년이니 그때부터 분단이 되었다고 하면 77년이 되었다. 정전협정이 맺어지고 휴전선이 놓인 것이 1953년이니 그때부터 분단이 되었다고 하면 72년이다. 이 지구상에 갈 수 없는 나라가 딱 한 나라 있으니, 바로 북한이다.

 

  박이영 시인은 백두산 여행 중에 압록강 유람선을 타보았던 모양이다. 이 유람선을 타면 한국전쟁 때 끊어진 철교도 볼 수 있고 북한사람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북한 땅의 한 사내에게 오빠라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더니 자전거의 속도가 늦춰졌고 그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압록강 유람선을 타본 사람들의 승선기를 보니까 이런 경험을 다들 쓰고 있었다. 그곳 주민들도 배 위에 남한 사람들이 반가워하며 손을 흔드니까 손을 흔들어주면서 반가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광경이 사실상 얼마나 슬픈 광경인가. 화자는 눈물까지 흘린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인데 내 동포다. 먼 일가친척일 수도 있다.

 

  끊어진 다리는 중국과 북한을 잇는 철교로 한국전쟁 때 서울을 수복하고 평양을 탈환한 유엔군이 중공군의 개입을 막기 위해 폭파한 다리다. 북한은 산교육의 장소로 쓰기 위해 이 다리를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고 멀지 않은 곳에 새 다리를 세웠다. 시인은 소망해본다. “저 자전거는 언제쯤 철교 위를 달려 여기에 다다를까하고.

 

  이제 4시간 뒤면 헌법재판소의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나라가 요동칠 텐데, 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가 한동안 어렵겠지만 또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알 수 없다. 새로이 대통령이 된 분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으나 바라건대 능수능란하게 외교술을 발휘할 줄 알면 좋겠다.

 

  개성 관광이 가능했던 2008, 개성에 갔을 때 멀찍이서 본 북한 주민들이 입고 있던 인민복이라는 것이 다 우중충한 색깔이어서 가슴이 아팠다. 남녀노소가 다 흰색, 노란색, 분홍색 계통의 옷이 아닌 회색과 검은색, 그리고 국방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아 서로 수신호를 보내는 정다운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분단의 세월이 80, 90년 계속해서 이어질까. 서독과 동독은 장벽을 시민들이 무너뜨리며 통일을 이룩했는데 우리는 영영……. 이 한 편의 시, 슬픈 마음으로 읽었다.

 

  [박이영 시인]

 

  박이영 시인은 2016년 《예술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중국어 공저 『資本主義 白菜 자본주의 배추』가 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고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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