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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일본 나카가와 아키오 교수 “시조는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이자 세계 문학으로 향하는 길”

류안 발행인
입력
일본인 교수가 시조집 출판하여 화제 한국어 원문과 일본어, 영어 병기

일본인 교수가 한국어 원문과 일본어, 영어를 병기한 시조집을 출간하여 문학계에서 화제다.

일본 쇼케이대학교 한국학부 나카가와 아키오 교수가 첫 시조집을 최근 출간하여 한국 시조문학의 세계화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나카가와 아키오 시조집 표지 , DK출판사, 2026년 1월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로 직접 시조를 창작하고 이를 일본어와 영어로 번역해 단행본으로 출간한 사례는 전례가 드물다. 시조는 짧고 엄격한 율격을 요구하는 장르로, 한국인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 형식이다. 그럼에도 나카가와 교수는 오랜 연구와 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성취함으로써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잔영』은 한국어 원문과 일본어·영어 번역을 병기해 구성되어, 시조의 미학을 다국적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는 한국과 일본, 더 나아가 영어권 독자들까지 아우르는 문화적 확산을 가능케 하며, 정형시를 매개로 한 국제적 교류의 성과를 보여준다. 이 시조집은  한분옥 시인의 서문, 한신디아 시인의 해설과 유성호 교수의 발문도 포함되어 있다.  


나카가와 교수는 학문적 연구자이자 창작자로서 시조를 탐구했다. 그의 시조집은 연구와 번역 경험, 그리고 한·일 문인 교류 활동에서 축적된 역량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특히 그는  한분옥 시인, 박기섭 시인의 시조집 등을 일본어로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따라서 『잔영』은 학문적 연구와 문학적 창작이 융합된 결실로서 의미가 크다

일본 구마모토 출신의 나카가와 아키오 교수는 한국 전통 정형시인 시조를 창작하고 이를 일본어와 영어로 번역해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독보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59년 구마모토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깊이 연구했다. 현재 일본 구마모토 쇼케이대학교 현대문화학부 교수로서 한국학을 담당하며, 학문과 문학을 아우르는 연구와 창작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20년《시조정신》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에 등단한 그는 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한국어로 직접 시조를 창작하고 이를 다언어로 옮겨 단행본을 출간한 것이다. 또한 구마모토 무궁화회 문학아카데미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울산문인협회와의 교류를 주도했고, 현재는 융복합관광콘텐츠학회 해외 이사로 활동하며 국제문화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코리아아트뉴스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27일 열리는 한국시조시인협회 정기총회 특강을 위해 내한한 나카가와 교수를 만나 시조와의 인연, 그리고 이번 출판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나카가와 아키오 교수 [ 사진 :류우강 기자]

시조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울산 문인들이 제 고향 구마모토를 찾아와 한일 문인교류대회 심포지엄을 열었을 때 처음 시조를 접했습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교류가 저를 시조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시조의 3·4조 율격은 한국인의 정서를 정형화한 모습이고, 일본의 하이쿠·와카의 5·7조와도 상통합니다. 정형시를 매개로 한 문화 교류는 양국의 마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번 시조집 『잔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번 시조집은 《시조정신》에 발표된 작품 중 30편을 엄선해 한국어 원문과 일본어·영어 번역을 병기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로 직접 시조를 창작하고 이를 다언어로 옮겨 단행본을 낸 것은 처음입니다. 시조는 짧지만 엄격한 율격을 요구하는 장르라 한국인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데, 이를 한국어로 쓰고 다시 번역하는 과정은 제게 큰 도전이고 보람이었습니다.”


한국 시조와 일본의 하이쿠·와카를 비교했을 때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두 장르 모두 짧은 형식 안에 인간의 감정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응축해 담아냅니다. 운율은 다르지만, 정형시라는 틀을 통해 언어와 정서를 정련하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시조를 일본의 학생들이나 독자들에게 소개할 때도 짧지만 깊은 울림이라는 공통된 미학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나카가와 아키오 교수 [ 사진 :류우강 기자]

·일 문학 교류 활동도 활발히 이어오셨습니다.


“2008년부터 구마모토 무궁화회와 울산문인협회 간의 교류를 주도하며 문학인 상호 초청, 역사적 현장 탐방 등을 기획해왔습니다. 문학은 언어를 넘어 마음을 잇는 힘이 있습니다. 『잔영』 시조집이 한국 시조 문학을 세계 문학의 지평 위에 굳건히 세우는 뜻깊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잔영』시조집에 실린 작품 중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시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수록작 가운데 유독「훈민정음」과「난곡동의 겨울」에 애착이 갑니다. 서울대학교 유학 시절, 한국이 너무 좋아 시작한 한국어 연구는 이제 모국어처럼 고결한 언어로 뿌리내렸고, 마침내 저를 한국어 교수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세상에 으뜸가는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찬양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고학으로 우유배달을 했던 그 시절의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난곡동 사람들이 유학생에게 베풀어준 따뜻한 정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가련타, 문자 없이 눈 못 뜬 어린 백성

하늘() () 사람() 본떠 나랏말 지으셨네

세상에 으뜸인 글자, 지극하신 임의 사랑 
- <훈민정음>, 전문

 

칼바람 시퍼렇던 차디찬 산기슭에

집 문패 세 글자도 의미 없던 달동네라

서글픈 고갯마루에 넘치던 정 잊힐랴
 -  <난곡동 사람들>, 전문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시조는 간결한 형식 안에 인간의 삶과 사유를 응축해 담아내는 장르입니다. 앞으로도 한글과 한국의 시조를 세계 독자들에게 계속 알리고 싶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시조를 통해 한국 문학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번역과 연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한국 시조를 배우려는 일본 학생이나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시조를 지으면서 저는 참으로 행복한 나 자신을 만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단어들을 형식의 정으로 한 음절씩 쪼아 다듬던 시간은, 바쁘게만 살아오던 제 삶 한가운데에 고요한 참선의 방을 얻은 듯했습니다. 시조는 절제 속에서 마음을 닦아 빚어내는 고도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조를 글로써 마음을 수련하는 아름다운 정형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조를 배우는 일은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단단히 벼려 가는 명상이며, 수련입니다. 그 고요하고 깊은 기쁨을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시조 교육과 연구가 세계 문학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조 시인들은 힘을 모아 한국을 대표하는 정형시를 세계 문학의 보편적 장르로 당당히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역사와 미학을 지닌 시조는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이를 세계와 나누는 일은 곧 문화적 자산을 인류와 공유하는 뜻깊은 과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시와 하이쿠가 고도의 예술 장르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학문적·창작적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조 또한 세계 문학의 장()에서 더욱 활발히 조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은 시조가 한국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는 오히려 국제적 확장의 가능성을 크게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조 교육과 연구는 일본 등 인접 국가와의 학술적·창작적 연대를 통해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함으로써 한국 정신문화의 품격을 세계 무대에서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조는 세계 문학의 보편적 장르로 확장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나카가와 아키오 교수는 시조를 통해 단순히 작품을 창작하는 것을 넘어, 자기 수련과 명상의 길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조를 짓는 과정이 마음을 닦고 단단히 벼려가는 예술적 수련이라 말하며, 젊은 세대가 이 고요하고 깊은 기쁨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시조 교육과 연구가 세계 문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 시조는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일은 인류와 문화적 자산을 공유하는 뜻깊은 과제라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이 하이쿠와 한시를 세계에 알리듯, 시조 역시 학문적·창작적 연대를 통해 세계 문학의 장에서 더욱 활발히 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시조는 한국을 대표하는 정형시로서 세계 문학의 보편적 장르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정신문화의 품격을 세계 무대에서 드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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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아키오#시조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