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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읽기] 덕하 철교의 추억 / 양월화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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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하 철교의 추억 / 양월화

반세기 전,

지름길이라는 호기심을 앞세워

결혼 앞둔 친구에게 길을 안내했다.

그 순간 덕하 철교의 검은 침목 사이로 발을 헛디뎠다.

때마침 덜커덩거리며 저 멀리서 들려온 기적소리가

철로의 신경을 타고 발끝으로 전해올 때

사색이 된 친구의 얼굴은 샛노랗게 변했다.

다행히 기차의 빠른 숨소리는 속도를 늦췄고

창밖으로 손 내밀어 손을 흔들어 주었던

넉넉한 기관사 아저씨의 손짓 하나가

끊어질 듯한 생명의 밧줄을 다시 이어 주었다.

팔십 평생, 문득문득 기억의 한 편이 떠오를 땐

그날의 철길 위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도 내 안에는 멈추지 않은 그때의 심장 소리가

녹슬지 않은 레일 위를 뜨겁게 흐르고 있다.

여전히 기차는 추억의 연기를 내뿜고 달리고 있고

누군가는 그 따스한 기적소리에 기대어

남은 생의 방향을 고쳐 잡고 있을 것이다.

 

80세 노년의 뜨거운 시선으로 재구성된 시다. 그것은 지름길이라는 위험천만한 철교에서 아찔한 순간의 개인적 경험을 되돌아보며 시로 승화시키면서 특히 "검은 침목 사이로 발을 헛디디며"와 같은 감각적인 묘사의 시구를 통해 긴장감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발끝으로 전해올 때와 같은 청각과 촉각의 공감각적인 표현은 샛노랗게 변한 친구의 공포에 질린 절체절명의 순간을 확연히 각인시켜 주고 있다.

 

5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팔순의 시적 화자는 여전히 가슴속에는 녹슬지 않은 레일위를 달리면서 뜨거운 심장의 소리를 듣는 중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도 녹슬지 않은 철로가 아닌, 결혼을 앞둔 친구와 느꼈던 생명의 귀중함이 이름을 알 수 없는 기관사의 따스한 손길이었음을 나직이 읊조리면서 스스로 성찰하며 자신을 뒤돌아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관사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어 주던 모습을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행위로 승화시켜,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한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는 시다.

 

 

양월화 시인

 

- 시낭송가

-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 문예창작반

- 에세이 동인지 『오늘 더 활짝 핀 나』

2025/08/16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소극장 '2025 SUMMER 시낭송 페스티벌'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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