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탐구] 자연을 담는 임태규 작가의 흐린 풍경과 봄의 변주, 한국화의 미래를 그린다.
임태규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성을 아울러 해석하는 한국 대표 화가로, 오랜 시간 예술과 철학,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예술철학을 연구하며 예술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다. 현재 인문예술학회 수석회장과 한국미학예술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임태규 작가는 1985년 홍익대학교와 1990년 동대학교 대학원를 졸업한 뒤, 2010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 요직으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로 자리하고 있다. 예술적 역량은 일찍이 인정받아 동아미술제 회화 1부에서 ‘동아미술상’(1992),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우수상’(1993)을 수상했다. 199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3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에도 500회 이상 참가했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그는 자연의 고요와 동양적 미감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임 작가는 한국의 사계와 풍경을 담담하고 섬세한 붓질로 표현하며, 자연 앞의 인간의 겸허함과 고요한 사색을 반영한다. 대표 시리즈 ‘봄봄’은 풍성한 색점과 반복적 붓질로 생명의 시작과 희망을 부드럽게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감상자에게 평온함과 아름다운 에너지를 선사한다.



둘째, 임태규 작가는 기억과 몽상의 경계에 주목한다. 그는 “지각의 대상에 따라 뚜렷함과 흐릿함이 바뀌듯 우리의 시각도 감각의 한계를 지닌다”고 말하며, ‘흐린 풍경’ 시리즈에서는 흐릿한 기억, 지나간 몽상, 점차 옅어지는 감성을 담아낸다. 흐릿하게 그려진 풍경, 농묵으로 표현된 나무와 배 등은 작가 자신의 내면 혹은 감상자의 자아를 투영하는 매개체다. 이렇듯 실제와 허상의 경계, 뚜렷함과 흐릿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장면을 통해 ‘허실상생(虛實相生)’이라는 동양적 미학의 가치관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셋째, 임 작가는 전통화법과 현대적 소재의 융합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동양화의 전통 기법과 한국 산수의 조형 언어를 기본 토대로 삼으면서, 현대적 감각과 소재를 결합한다. 특히 ‘LEAGUE OF LEGENDS 소환展’과 같은 실험적 기획전에서 게임 캐릭터와 배경을 한국화에 녹여내는 등, 문화와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시도가 돋보인다. ‘세한삼우(歲寒三友)’ 연작에서는 게임 속 챔피언을 의인화해 한국화의 새로운 확장성을 모색했다.

최근 임태규 작가의 주요 활동 또한 활발하다. 2025년에는 서울 Spinoff_Cgallery에서 ‘봄봄’ 초대 개인전과 AFFORDABLE ART FAIR HONG KONG(갤러리밀크릭), 2024년에는 갤러리 라메르(강원갤러리 특별 초대전)와 영국과 홍콩에서 개최된 해외 전시에 참가해서 국내 및 해외 컬렉터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2025년 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배터시 아트 페어(Battersea Art Fair)’에서 출품작 7점 중 6점을 판매하는 기록적 성과를 거뒀다. 이번 성과는 임 작가가 지난 3년간 배터시 아트 페어에 연속 참가하며 꾸준하게 좋은 반응을 얻어온 가운데, 올해에는 완판에 가까운 실질적 결과로 이어져 현지 컬렉터와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23년에는 구구갤러리(挑源向, 桃源向 프로젝트)와 갤러리 HOM(‘그날이 오면’) 등 여러 공간에서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확장했다. 더불어, 2017년 뉴욕 Gallery d’ Arte에서의 개인전, 2005년 뉴욕한국문화원 ‘한국미의 발현전’과 같이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왔다.
학문적으로도 그는 『장자미학사상』, 『意境,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논문을 집필하며 예술철학과 미학 연구에 기여해왔다. 최근에는 “다원주의 시대의 예술, 그 明과 暗”, “장자에서 ‘化’ 개념의 미학적 탐색” 등 논문으로 인문예술 간 융합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임태규 작가의 작품은 (주)한국수력원자력, 라이엇게임즈 KOREA,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등 다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인문예술학회 수석 회장, 한국미학예술학회 회원 등 예술·학술단체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임 작가는 ‘흐린 풍경’과 ‘봄’ 시리즈를 통해 감각과 기억, 사유가 결합된 깊은 화면을 구현한다. 기록과 기억의 희미함, 그리고 새로운 생명 에너지의 강렬함을 대비시키며, 자연과 존재, 예술 그 자체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는 작품 완성 후 즉시 그로부터 떠난다고 토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연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창작적 태도를 견지한다. 그의 예술은 일상과 자연, 추억과 현실, 흐릿함과 분명함의 경계에서 관람자가 자유롭게 사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열린 해석의 세계를 제공한다.
작가는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주면 고맙겠다. 실은 나도 잘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성 기억은 언제나 분명하게 떠오르질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삶은 바쁘게 나아간다.”는 담담한 소회를 남기며, 오늘도 변화하는 자연과 감정, 존재와 기억이 교차하는 경계를 오가며 독자적인 한국화의 길을 묵묵히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