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문 화가, 백원선: 그의 작품과 철학을 탐구하다
[류안이 만난 삼삼한 작가 : 백원선 화백]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예술로 풀어내다
갤러리반포대로5, 백원선의'暗中摸索' 암중모색 展, 6월 4일 ~20일
한국의 대표적인 한지 작가인 백원선 화백이 6월 4일부터 20일까지 갤러리반포대로5에서 제 59회 개인초대전 '暗中摸索' 암중모색 展 을 연다.

백원선 화백은 한국의 전통 재료인 한지와 먹을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키며,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그는 단순히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며 새로운 시각적 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50세에 화단에 데뷔한 그는 이후 50여 회의 개인전을 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으며 웬디 워홀과 함께 전시되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暗中摸索 암중모색』 초대전은 단순한 작품 발표의 자리라기보다, 백 화백이 걸어온 예술적 여정을 총망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가 1993년부터 2025년까지 작업해 온 수묵과 캔버스 작품을 모아 한국적 철학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작품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백원선 화백과의 심층 인터뷰]
진행 | 류안 코리아아트뉴스 발행인
『暗中摸索 암중모색』, 한국적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융합

백 화백님, 이번 개인전 『暗中摸索 암중모색』을 여시는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발표가 아니라, 제가 걸어온 예술적 여정을 종합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암중모색(暗中摸索)’이라는 전시 제목은 평론가 이재언 선생님께서 붙여주셨습니다. 저는 항상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예술적 길을 찾고자 노력해 왔어요. 이번 전시는 수묵과 캔버스를 활용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제 작업은 한국의 한지와 서양의 캔버스가 서로 대화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동양의 습(濕) 문화와 서양의 건(乾) 문화가 충돌하는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연구해 온 것이죠.
한지와 먹의 조화, 그리고 서양 캔버스와의 대립

화백님의 작품을 보면 한지와 먹, 캔버스를 결합하는 독창적인 기법이 돋보입니다. 이러한 기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의 한지와 광목은 물을 흡수하며 묵묵히 받아들이는 속성이 있지만, 서양의 캔버스는 수묵을 거부하듯 건조한 질감을 띱니다. 저는 이 두 재료가 가진 물리적 특성을 탐구하며 작품 속에서 '흡수와 거부'라는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한지 위에 먹을 흘리면 조용히 스며들며 침묵의 감동을 전달하고, 캔버스 위에서는 머뭇거리며 거부하는 듯한 표현이 나타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흘러가는 먹'과 '멈추는 공간'이라는 대비를 활용하여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려 했습니다.

예술계에서 어려운 순간을 많이 겪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50세가 넘어서야 화단에 본격적으로 데뷔했습니다. 사실 가정을 돌보는 삶이 먼저였기 때문에 예술적 활동을 뒤늦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기존의 교육 방식이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롯이 한지와 먹을 직접 다루며 연구하는 방식이 저에게 맞는 길이라고 느꼈어요.
한국 화단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와 마주하게 되었고,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나니 여러 방해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독일 미술전에 참가했을 때 부당한 누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 말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작품이 인정받았고, 뉴욕과 유럽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제적 성공과 한국적 아이덴티티

화백님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많이 알려진 작가님이신데, 해외에서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국내 유수의 갤러리인 쥴리아나갤러리 전속작가로 2003년 발탁된 후 18년동안 해외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뉴욕 첼시 아트페어에서 참가했을 때, 컬렉터들이 처음으로 한지와 먹의 표현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서양 미술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 저는 "From Korea"와 "Design by Korea"라는 정체성을 작품 속에 담아왔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한국 요소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 덕분에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국제 아트페어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둥근 것은 땅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 예술과 삶의 철학
화백님께서 제가 전시 큐레이터를 할 때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둥근 것은 땅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철학이 작품뿐만 아니라 삶에도 적용되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저는 항상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죠.
뾰족한 것은 땅을 다치게 하고 자신도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하지만 둥근 것은 서로 부딪히더라도 상처를 남기지 않습니다. 저는 한지를 활용하는 작업을 하면서 '흡수하는 감성'과 '조용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표현하려 했어요.
제 작업 방식도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서두르지 않고, 스스로 연구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젊은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젊은 작가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지 말고, 자기 정체성과 방향을 설정한 후 서두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과 방향을 확립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백원선 화백의 끝없는 도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계속해서 한지와 먹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전통과 현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하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뉴욕과 유럽 등 해외 전시를 준비하며, 한지와 먹을 활용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예술을 통한 한국적 정체성의 확립
백원선 화백과의 인터뷰는 단순한 예술적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삶과 철학을 통해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풀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깊이 있는 대화였다.
그는 오랜 시간 가족을 책임지면서도 예술적 열정을 놓지 않았으며,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연구하고 탐구하면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니라, 동서양의 물성이 교차하며 창조적인 대화를 이루는 과정 그 자체다.
또한 그는 젊은 작가들에게 끊임없는 탐구와 자기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해 왔다.
아직도 젊은 작가 그가 펼쳐갈 새로운 작품 세계가 기대된다.
[ 백원선 화백 프로필]

백원선 화백(79) 은 한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회화 기법을 구축한 현대미술 작가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으며, 50대에 미술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예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 재료인 한지와 먹을 현대적 회화 기법으로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했으며, 이후 ‘球-Karma’ 시리즈를 통해 창조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이후 국내 유수의 갤러리인 쥴리아나갤러리에 발탁되어 18년 동안 전속작가로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주목 받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한지와 닥나무를 회화의 본질에 적응시켜 시대성을 가미한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었으며, 독일, 뉴욕, 파리, 상하이, 일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유명 아트페어에서 웬디 워홀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될 정도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백 화백은 는 ‘절실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좋은 작품이 사람을 부른다’, ‘예술은 나의 종교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독창적인 회화 스타일을 구축했다. 현재까지 600회 이상 해외 전시,아트페어에 참가했으며, 국내에서 59회 개인전을 여는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