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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38] 문봄의 "느낌표" 외 1편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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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 1

 

문봄

 

여기

긴 막대기와

점 하나 사이에

점 하나만 한 틈은

야구방망이 든 타자

의 하얀 장갑 같아

멋진 홈런 한 방

날려 보려고

두 손으로

방망이를

쥘 때

뚝뚝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2025.11.

 

 


 

문봄

 

누가 돌려 주어야 힘차게 돌지

바람이 몹시 불면 바람개비처럼 왈랑왈랑 돌아

온종일 돌기만 한 쳇바퀴처럼 머리가 아파

놀이터 회전 무대처럼 바쁜 하루가 가면

땅에 떨어진 훌라후프처럼 한숨 쉬지

다 쓴 몽당연필처럼 옆으로 누워

내일은 혼자 설 수 있을까

고민하던 팽이는

무엇이 되는

꿈을

!

 

―《시와 동화》, 2025년 여름호 

팽이_ 문봄 시인 [이미지:류우강 기자]

 [해설]

 

   모양이 재미있는 동시

 

  문봄 시인은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시인들은 형태상의 실험을 많이 했는데 이를 가리켜 포스트모더니즘 시라고 했다. 형태시, 형태파괴시라는 이름도 잠시 쓰였지만 하나의 용어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이성복ㆍ황지우ㆍ박남철 시인이 끄는 삼두마차를 10명쯤 되는 후배들이 좇아갔다. 위의 2편 시는 형태상의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느낌표의 모양새를 취한 동시 「느낌표」에서 시인은 막대기와 점 사이의 공간을 중시하였다. 그 틈이 야구방망이 든 타자의 하얀 장갑 같다고 했다. 그리곤 방망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고 투수를 쳐다보면서 어떤 방향에서 공이 날아올까 생각할 때의 땀방울이라고도 했다.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 어린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팽이」는 대단히 교육적인 동시다. 요즈음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팽이를 본 적이 있을까? 팽이는 때리면 돌고 멈추면 쓰러진다. 쓰러진 팽이는 패잔병과도 같다. 옴짝달싹하지 않고 꿈을 계속 꿔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팽이는 흠씬 맞아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그래, 계속 맞으면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다. 이 동시의 주인공은 선생님이지만 꿈을 펼치는 것은 뜻밖에도, 폭력을 품에 안고 살아간 팽이였다. ‘폭력과 맞서는 개념은 확실히 희망이나 이 아니라 나날의 일상을 살아나가게 하는 매질(생활고)인 것을!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문봄 시인]

 

  대학에서 독일어교육학을 공부했다. 2017년 《어린이와 문학》에 「백제의 미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으며,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를 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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