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66] 김강호의“치킨 배달”
치킨 배달
김강호
축 늘어진
시간 위에
걸터앉아
조는 낮
부우웅!
오토바이가
빼놓고 간
꽁무니
그 뒤를
알몸뚱이로
파닥거리며
쫓는 닭

이 시조를 쓸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치킨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닭'의 존재였다. 우리는 배달 앱을 열고 치킨을 주문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치킨은 음식일 뿐 살아 있는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
초장의 '축 늘어진 시간 위에 걸터앉아 조는 낮'은 한낮의 느리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또한 '낮'을 사람처럼 졸게 의인화함으로써 일상이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고요한 시간을 그렸다. 그 고요함은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부우웅!' 하는 오토바이 소리는 그 평온을 단숨에 깨뜨린다. '오토바이가 빼놓고 간 꽁무니'는 잔상을 꼬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이미 눈앞을 지나가 버린 속도와 편리함만 남아 있는 현대 사회다.
마지막 종장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그 뒤를 알몸뚱이로 파닥거리며 쫓는 닭'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러나 바로 그 비현실적인 장면을 통해 진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 배달되는 것은 치킨이지만, 눈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닭이 자신의 몸을 찾아가듯 오토바이를 뒤쫓는 모습으로 그렸다. 여기에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오토바이 뒤에는 이미 조리된 치킨이 실려 있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닭의 생명이 함께 달리고 있는 것이다. 치킨과 닭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결국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겹쳐지도록 만들어 보았다.
'알몸뚱이'라는 표현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 이는 조리된 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생명을 빼앗긴 존재의 처지다. 끝까지 파닥거리며 오토바이를 쫓는 모습은 단순한 우스운 장면이 아니라, 인간의 소비 뒤에서 지워진 생명의 마지막 몸짓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치킨을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잊어버린 생명의 흔적을 한 번쯤 떠올려 보자는 제안이다. 독자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웃음을 짓다가도, 그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생명의 무게를 함께 느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해학이 빚어낸 장면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