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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안목이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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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높은 정부부채와 지정학적 갈등, 보호무역과 관세, 금리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거대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냉각설비,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AI 산업의 외연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실물경제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 글에서 돈의 역류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다. 경제의 여러 하방 압력이 존재하는 가운데 AI라는 거대한 기술 투자 사이클을 따라 자본이 특정 산업과 자산으로 강하게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공식 경제용어는 아니지만 지금의 시장을 바라보는 하나의 유용한 관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돈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정보와 선택지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했다. 좋은 정보를 먼저 얻고, 그것을 분석해 의사결정을 내리면 됐다. 하지만 생성형 AI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고서도 만들고, 사업계획서도 만들고, 시장분석도 하고, 투자 아이디어도 만들어낸다. 상품과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일상화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 자체보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안목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하고, 무엇이 본질인지 판단하며, 무엇을 버릴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안목은 경험의 축적이면서 동시에 판단의 자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안목자본’이다. AI가 일상화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 자체보다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문제의식이다. 안목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하고, 무엇이 본질인지 판단하며, 무엇을 버릴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안목은 경험의 축적이면서 동시에 판단의 자본이다.
 

숫자는 좋아졌는데, 왜 체감은 다를까, 한국 경제를 보면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2026년 6월 한국의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월간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관세청 확정치 기준 수출액은 1,022억 달러였고, 반도체 수출은 449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70.7%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36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경상수지도 497억3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천만 달러였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수출이 상품수지를 크게 끌어올린 결과다.
 

주식시장도 강했다. 코스피는 2026년 5월 6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넘어 7,384.56까지 올라섰다. 2월 25일 6,000선을 넘어선 뒤 불과 47거래일 만이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은 놀라운 호황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다와 모든 것이 좋다를 구분하는 것이다.
 

2026년 6월 반도체 수출은 449억 달러로 전체 통관 수출 1,022억 달러의 약 44%에 해당한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을 얼마나 강하게 견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도 전년 동기보다 163% 증가했다. 동시에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 수출도 16% 증가했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반도체 하나로만 성장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정확한 표현은 반도체가 현재 한국 수출과 성장의 매우 강력한 핵심 동력이며, 그 성과가 다른 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로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목이다. 숫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제대로 읽는 것이다. 수출이 증가했다고 해서 모든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특정 산업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해서 모든 지역과 모든 계층의 소득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거시지표와 생활경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경제를 제대로 읽으려면 수출·GDP·주가지수 같은 총량지표와 함께 고용, 임금, 소비, 자영업, 건설, 가계부채 같은 미시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숫자를 보는 것과 숫자 너머를 보는 것은 다르다.
 

AI 자본은 반도체에서 전력과 현실세계로 이동한다. AI 산업에서 더욱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 경쟁의 무대가 모델에서 인프라와 현실세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0월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26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AI 인프라와 AI 팩토리를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대 5만 개 규모의 GPU를 활용하는 국가 AI 인프라를 추진하고, 삼성전자·SK그룹·현대자동차그룹도 각각 대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6만 개 이상의 GPU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
 

중요한 것은 GPU 숫자 자체가 아니다. AI가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아니라 제조업의 생산라인, 반도체 공장, 자동차, 로봇, 자율주행과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고, SK그룹은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디지털 트윈, AI 에이전트 등을 위한 AI 팩토리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제조와 자율주행, 로봇을 연결하는 AI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피지컬 AI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GPU를 확보한다고 AI 경쟁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력이 필요하고, 데이터가 필요하며,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냉각설비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AI를 실제 업무와 생산현장에 연결할 수 있는 인재와 조직 역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AI 시대의 병목은 점점 더 복합적이 된다.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은 2023년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4%였으며, 2028년에는 6.7~12%까지 높아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3년 176TWh에서 2028년 325~580TWh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AI가 발전할수록 반도체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반도체 다음에는 전력과 데이터센터가 있고, 그다음에는 네트워크와 냉각, 로봇과 제조현장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안목이 필요하다. 자본이 몰린다는 사실과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다르다. GPU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GPU 관련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높은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SMR이 주목받는다고 해서 모든 원전 관련 사업이 투자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테마와 실체를 구분해야 한다. AI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흐름에서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어디에 만들어지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안목자본이다.
 

AI 시대에는 만드는 능력 보다 고르는 능력이 중요하다. 2027년을 준비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보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 과잉이다. AI는 우리에게 하루에도 수백 개의 답을 만들어줄 수 있다. 사업 아이디어도 수십 개를 제시할 수 있고, 투자전략도 여러 가지로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준 열 개의 답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다시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무엇이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가. 무엇이 일시적인 유행인가. 무엇이 5년 뒤에도 남을 것인가. 무엇이 숫자로만 화려하고 실제 현금흐름은 빈약한가. 무엇이 기술이고 무엇이 기술을 포장한 마케팅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AI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 어떤 업무를 없앨 것인지, 어떤 업무는 인간에게 남겨둘 것인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누가 검증할 것인지다. 결국 기업의 AI 경쟁력은 ‘AI 보유량’보다 AI를 선택하고 설계하고 검증하고 실행하는 능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AI 산업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실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가계 역시 다르지 않다. 자산시장이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빚을 내서 따라갈 필요는 없다. 반대로 특정 산업이 비싸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외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금흐름과 부채 수준을 먼저 살피고, 그다음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2027년은 어쩌면 ‘무엇을 아는가’의 시대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가’의 시대로 넘어가는 첫해가 될 수 있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선택의 질이다. 그리고 선택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오래된 자본이 있다. 바로 사람의 안목이다.

안목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다. 많이 보고, 비교하고, 질문하고, 틀린 판단을 수정하면서 만들어진다. 읽는 힘에서 이해하는 힘이 나오고, 이해하는 힘에서 질문하는 힘이 나온다. 질문하는 힘은 판단하는 힘으로 이어지고, 판단은 결국 행동을 바꾼다. 그래서 안목은 단순한 보는 눈이 아니다. 읽고, 이해하고, 질문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종합적인 능력이다.
 

AI 시대에 인간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경쟁력의 위치가 이동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무엇을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앞으로는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만드는 능력을 민주화한다면, 인간에게 남는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선택이다.
 

돈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에는 돈을 따라가는 사람보다 돈이 왜 그곳으로 움직이는지를 묻는 사람이 강하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보다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사람이 강하다. AI가 수많은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답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어떤 답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강하다.
 

2027년의 진짜 자본은 어쩌면 돈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보고, 그 흐름이 일시적인 물결인지 새로운 강의 탄생인지 구별하는 힘.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힘. 그리고 선택한 것을 현실의 성과로 만들어내는 힘. 그것이 안목자본이다.
 

만드는 능력이 평준화될수록 보는 눈의 가치는 올라간다. 돈의 역류가 거세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돈을 좇는 속도가 아니라, 흐름을 읽는 깊이다. 2027년은 어쩌면 ‘무엇을 아는가’의 시대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가’의 시대로 넘어가는 첫해가 될 수 있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선택의 질이다. 그리고 선택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오래된 자본이 있다. 바로 사람의 안목이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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