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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초대전 ‘파편화된 균열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공간’…균열과 빛으로 존재의 회복을 묻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9월 15~27일 스페이스 나무 미술관 오로라 대표 연작 ‘내재적 근원’ 중심…스테인리스 스틸의 파편과 반사로 감정의 구조 시각화 전속작가제 지원사업 연계…소형 조각에서 대형 구체·설치로 확장된 작업세계 조명

경남 양산의 스페이스 나무 미술관이 전속작가 김태호의 초대 개인전 ‘파편화된 균열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공간’을 오는 9월 27일까지 개최한다.

개인전 포스터

이번 전시는 김태호의 대표 연작 ‘내재적 근원’을 중심으로, 고통과 무기력, 존재의 공허처럼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내면의 상태가 스테인리스 스틸의 파편과 균열, 반사와 빛을 통해 조각적 존재로 변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스페이스 나무는 경남 양산 통도사 문화권에서 지난 10여 년간 전시와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온 공간으로, 최근 경상남도 등록 사립미술관인 ‘스페이스 나무 미술관’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번 김태호 초대전은 미술관의 새로운 출발과 함께 마련된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형태 없는 감정을 다각형의 금속 파편으로 번역하다

 

김태호는 감정을 하나의 고정된 상태로 바라보지 않는다. 기억과 욕망, 불안과 희망이 서로 충돌하고 갈라지며 다시 결합하는 내면의 움직임으로 이해하고, 그 보이지 않는 운동을 다각형의 금속 파편으로 옮긴다.

 김태호 작가 / 사진=스페이스 나무 미술관

작가가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갑고 단단한 물질이지만, 작품 안에서는 오히려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감정을 담는 역설적인 몸이 된다. 서로 다른 크기와 각도, 방향을 지닌 조각들은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검은 선과 틈을 사이에 두고 다시 하나의 형태를 구성한다.

 

전시에서 파편은 단순한 파괴의 흔적이나 잔해가 아니다. 깨진 존재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최초의 단위로 제시된다. 수직 조각과 벽면 부조, 구형 작품, 빛을 활용한 설치를 통해 해체된 감정이 새로운 질서와 몸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전시 제목인 ‘파편화된 균열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공간’ 역시 이러한 작가의 시각을 압축한다. 전시는 상처의 극복을 선언하기보다는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가 자신의 몸과 세계를 어떻게 다시 구성하는지를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사되는 표면, 관람자와 공간까지 작품 속으로

 

‘내재적 근원’ 연작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반사성이다.

거울처럼 빛나는 금속 표면에는 전시장과 주변 환경, 관람자의 모습이 다각형의 면마다 잘게 나뉘어 비친다. 관람자가 움직일 때마다 반사된 형상도 달라지기 때문에 작품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머무르지 않는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동시에 작품 표면에서 파편화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흩어진 형상은 다시 다른 방식으로 결합된다. 이 과정은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가는 존재의 모습과 연결된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방사형 구조 역시 중요한 조형적 장치다. 중심에 응축된 힘이 외부로 퍼지고, 흩어진 조각들이 다시 구와 원석, 날개와 꽃잎을 연상시키는 형상으로 결합한다.

 

이 구조가 우주의 기원을 떠올리게 하는 ‘빅뱅’의 이미지와 연결되며, 한 존재 안에 응축된 감정이 파열된 뒤 새로운 삶의 질서를 이루는 순간을 상징한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내재적 근원’도 상처받기 이전의 완전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부서지고 흔들린 이후에도 다시 자신을 구성하려는 힘, 그리고 파편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생명의 가능성에 가깝다.

 

“균열은 빛과 생명이 태어나는 통로”

 

김성헌 부산미술협회 학술평론 회장은 김태호의 작업을 “형태 없는 감정을 다각형의 파편이라는 조형언어로 번역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재적 근원’ 연작에서 날카롭게 갈라진 파편을 분열된 감정의 흔적으로 보면서도, 서로 맞물리며 다시 하나의 몸을 이루는 과정에 주목한다. 김 평론가는 파편을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존재가 다시 자신을 구성하는 최초의 단위”로 해석한다.

 

특히 김태호의 조각은 고통 자체의 소멸보다 그 이후의 문제, 즉 ‘존재가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가’를 묻는다. 김 평론가는 이에 대해 “그의 작품에서 균열은 빛과 생명이 태어나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소형 조각에서 대형 구체·빛·사운드로 확장

 

김태호의 작업은 최근 소형 조각을 넘어 벽면 부조와 대형 구체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LED 조명과 물의 진동, 사운드 등이 더해지면서 개별 조각을 넘어 공간 전체를 변화시키는 감각적 설치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내재적 근원’이 하나의 고정된 형식이나 양식이 아니라 작가의 사유와 함께 계속 변화하는 열린 연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스페이스 나무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속작가 김태호의 현재를 기록하는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작업의 변화를 축적할 계획이다. 한 작가의 질문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깊어지고 확장되는지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것을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년 전속작가제 지원사업과 연계해 진행된다. 김태호는 스페이스 나무 전속작가로 작품 제작과 전시, 비평, 국내외 발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 개요

  • 전시명: 김태호 초대 개인전 ‘파편화된 균열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공간’
  • 기간: 2026년 9월 15일~9월 27일
  • 장소: 스페이스 나무 미술관 오로라
  •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초산리 84-1
  •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 휴관: 매주 월요일
  • 주최·주관: 스페이스 나무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 문의: 전수열 관장 010-5119-9615 / [email protected]

주요 출품작

‘내재적 근원’, 340×340×570(h)mm, Stainless steel, 2026
‘내재적 근원 – Summer’, 520×520×520(h)mm, Stainless steel, 2025
‘내재적 근원’, 1700×1700×1700(h)mm, Stainless steel, 2023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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